김장김치 맛이 가장 좋을 때 영양소가 가장 풍부하다
화분에 애지중지 키운 김장배추를 마냥 겨울을 넘기게 할 수는 없어서 뽑았는데 속에 민달팽이가 속잎을 파먹고 살고 있다. 배추 잎에 구멍이 뽕뽕 뚫렸다. 또 하나 배추 잎과 닮은 색깔의 능글능글 배추벌레가 아직도 배추 속에서 통통하게 살쪄있다. 그걸 사진 찍는 건데~~~~~~그냥 딥다 집어서는 공터로 휙 던지고 얼마나 맛있기에 아직껏 배추 속에서 내 것을 먹으며 살고 있을까 싶어 배추 잎 하나 떼어 먹어보니 달작지근하고 고소하다. 배추 맛 한번 끝내 준다. 속은 덜 차고 속잎 끝이 말라있다. 지난번 추위에 얼었다 녹았나 보다.
그런데 말라비틀어진 속잎 끝을 잘라내고 보니 꼴이 영 아니다. 녹색 잎이 많고 속은 덜 차고 이걸 어떻게 담을까? 생각하다가 잎을 전부 하나하나 분리시켜서 무를 얇게 썰어서 함께 버무리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그렇게 하기로 하고 어젯밤에 간을 쳤다. 갖은 양념을 넣고 이제 막 버무려서 맛을 보니 역시 고소하다. 항아리에 넣어서 통풍이 아주 잘 되는 곳에 두고 이 글을 쓴다.
김치가 익을 때는 발효를 하고 발효를 하면 열이 난다. 열이 나면 온도가 맞아서 유산균의 번식이 왕성해져 더욱 젖산을 많이 만들어내 빨리 시어진다. 그러나 통풍이 잘 되는 곳에 놓아두면 항아리의 숨구멍으로 열기가 빠져나와 바람 따라 항아리를 떠나기에 항아리 속 온도가 오르지 않아서 통풍이 잘 되는 곳에서는 특히 음지일 때 김치는 시지 않고 맛있게 서서히 발효를 해서 맛나게 익는다. 김치냉장고는 너무 저온이라 유산균의 생장속도가 너무 늘여서 그런지 익어도 김치 맛이 제대로 나지 않는다. 김치는 항아리에 담아서 땅에 묻어야 제 맛을 낸다. 올해는 주변 정리가 덜 되어 김치 항아리를 땅에 묻지를 못한다. 움집도 만들면 참 좋은데...그래도 다행히 찬바람이 쌩쌩 불어대는 서쪽 처마 밑이 있어 그 곳에 김치 항아리를 놓을 거다. 잘 익으면 김치냉장고로.
김치가 담아지면 유산균이 그 냄새를 어떻게 맡는지 김치 속으로 들어가서 젖산을 만들며 살아가면서 김치를 새콤하게 만든다. 김치가 아주 맛이 좋을 때 김치 속의 유산균의 활동이 왕성해서 영양소가 풍부하다. 김치에 넣은 양념에 없는 것도 유산균이 만들어서 넣어준다. 다만 시어지면서 비타민 A는 줄어들고 비타민 C는 증가한다고 한다. 아마도 우리 몸에 좋은 효소도 많아지겠지.
유산균은 잡균을 죽이는 성질이 있어서 김치 항아리는 봄이 되어서 열어보면 위에 덮은 우거지는 푹 썩어 있어도 속에 들어있는 김치는 궁덩내 풍기며 말짱하다. 그걸 뱃속이 더부룩할 때 먹으면 속이 개운해진다. 왜 그럴까? 바로 유산균이 우리 뱃속에 들어가서 속을 더부룩하게 하는 잡균을 잡아 죽여서다. 고추장과 된장과 간장이 썩지 않는 것도 잡균을 잡아 죽이는 유산균 때문이다.
내일은 포기김치를 담아야지. 배추들이 소금물 속에서 자신을 버리고 유순하게 길들여지고 있다.
오늘 싱건지도 담았는데 거기에는 사연이 있다. 그 이야기는 내일 하기로 하고 이제는 방바닥과 친해지고 싶다.
林光子 2008년 12월 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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