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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안면 방해죄?

by 임광자 2008. 9. 20.

 

 

 

안면 방해죄?


생생연 앞길 입구에 쭉 두 줄로 심어 놓은 김장배추를 보는 사람들 마다 한마디씩 한다.

-배추농사 끝내준다.-

지나는 아주머니가 내가 물을 주고 있는 것을 보고는

-저렇게 물을 잘 주니 배추가 잘 자라지.-

이웃 수선 집 아주머니는

-거름을 잘 하였나 봐요.-

-이것이 바로 제 전공입니다.-

-화분 하나에 하나씩만 두어요?-

방앗간 아주머니가 한마디 한다.

-하나씩만 두고 겉절이 해 먹으려고요.-

-조금 더 키워서 맛 들면 뽑아 먹어요.-

-지금 뽑아 먹어야겠어요. 생생한 엽록소를 먹으면 젊어져요.-

-지금은 뻣뻣하고 맛없어요. 더 자라면 뽑아 먹어요.-


화분에 둘을 심느라고 양쪽 가장자리 쪽으로 심었다. 아무래도 한화분에 하나씩만 남겨야 할 것 같다. 더 자라면 한쪽으로 치우쳐서 자라고 있는 배추를 가운데로 옮기기가 어려울 것 같다. 둘 중 하나만 남기고 배추를 뽑았다. 물을 바가지로 퍼서 주고서 가운데를 깊숙이 팠다. 그리고 옆구리 쪽으로 밀려있는 하나 남은 배추 곁에 꽃삽을 세워서 푹 누르고는 가운데 파진 구덩이 속으로 밀었다. 가운데 패인 곳이 메워지고 배추가 있던 곳이 파인다. 파인 곳에는 거름을 섞은 흙을 채웠다. 아무래도 조금이지만 자리이동을 했으니 뿌리털이 많이 상했을 거다. 내일 햇볕이 쨍쨍할 때 시드는 기운이 들면 신문지로 모자를 만들어 씌워 주어야겠다. 모종을 하고 시들려고 하면 바로 신문지로 모자를 씌웠다가 며칠 후에 벗기면 시들지 않는다. 낮에는 씌우고 밤에는 벗기기를 반복하면 더 좋다. 모자를 씌운 며칠 동안에 새로운 뿌리털이 만들어져서 물을 제대로 흡수하기 때문이다.


모종을 옮기면 시드는 이유는 옮기는 중에 뿌리털이 상해서 물을 제대로 흡수를 못하는데 햇볕이 쨍쨍하면 잎들은 증산작용을 활발히 해서 열을 식히려 하기 때문이다.


증산작용이란 잎의 기공에서 물을 수증기로 내보내는 작용을 말한다. 식물은 햇볕이 쨍쨍 쪼이면서 내는 열로 기공(숨구멍)에서 물을 수증기로 내 보내는데 사용해서 열을 받지 않는다. 그건 마치 우리가 더울 때 땀을 흘리거나 물을 뿌리는 것과 같다.


내가 가장자리의 배추를 가운데로 이동시키고 있는데

-와! 배추농사 정말 잘 지었네요. 밭에 것 보다 더 커요.-

-가로등 덕분이지요.-

-가로등이요?-

-가로등이 밝으니 밤에도 광합성을 하기 때문이지요.-

-광합성이요?-

 

 

 

 

광합성이란 식물의 잎에 있는 녹색을 띠는 엽록체가 햇빛과 물과 이산화탄소로 녹말을 만드는 작용을 말한다. 이 녹말이 원료가 되어 단백질, 지방, 비타민 등이 만들어진다. 식물은 소화관이 없다. 스스로 필요한 양분을 광합성으로 만들어 사용하기 때문이다. 우린 엽록체가 없어서 소화관을 가지고 있으며 음식을 먹고서 소화시켜 음식속의 영양소를 흡수한다. 


배추는 낮에는 햇빛으로 광합성을 하고 밤에는 가로등 불빛으로 광합성을 하기에 밭에서 자라는 배추 보다 더 빨리 자란다. 배추는 잎을 먹기에 다행이지. 곡식이라면 웃자라서 이삭이 제대로 달리지 않는다. 그래서 옛날 오산 비행장 근처의 논에서 농사를 짓던 농부들이 집단으로 오산 비행장을 상대로 <안면 방해죄>로 고소를 하였다고 들었다. 이유는 비행장의 불빛 때문에 벼들이 밤에는 자야 하는데 자지 못하고 광합성을 해서 웃자라서 수확이 떨어지니 바로 안면방해죄에 해당한다는 거다.


생생연 김장배추가 잘 자라는 것은 내가 물을 열심히 주고 거름도 충분히 준 이유도 있지만 더욱 큰 문제는 가로등 불빛 때문에  밤에도 자지 못하고 광합성을 해서 양분을 만들어 먹기 때문이다. 야식을 많이 하는 사람이 뚱뚱하듯이.

 


林光子 2008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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