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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그는 뜨거운 감자

by 임광자 2008. 2. 9.
 

그는 뜨거운 감자



옆집의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

말소리는 말소리이나

무슨 소리인지는 모르는

그런 소리가

벽을 통해 들려오고


우리 집은 고요 속에 파묻혀

모두 꿈속을 헤매고

나만 홀로 글자판을 두드린다.


5일간의 옆지기 주사(酒邪)에

설친 잠을 보충하느라

그가 술잔을 놓고

자기 방에서

인사불성처럼 누운 후에

모두가 단잠에 빠져든다.


앞으로 며칠 간

그는 부대끼느라

괴롭겠지만

나는 가장 편안한 날들이 된다.


강릉대에 있는

그의 친구가

그와 나를 초대했는데

이번에 술값을 보낸

범인이 그라는 것을 안 이상

나는 거절할 생각이다.


전화로는 

옆지기에게 절대로 술을 사 주지 않고

다음 주 토요일과 일요일을

강릉의 곳곳을 안내해 주고

맛있는 것 많이 사주겠단다.

그래야

그에게서 병풍을 그려 받을 수 있으니까.


내가 안 가면 그는 가지 못한다.

강릉 친구는 그를 잘 알기에

내가 함께 하지 않으면

그 혼자는 초대하지 않는다.


그가 술 마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서 나 하나뿐이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잘 알기에

내 곁에 남아 있는 것이다.

스스로도 자기가 너무 마신다는 것을

잘 알기에.


자기 자신을

스스로 제어 할 수 없다는 것은

참으로 불행한 일이다.


그는 나에게 뜨거운 감자다

그가 술을 좋아하는 것은 싫지만

앞으로 내가 하는 일에

그의 그림과 글씨가 필요하다.


그림을 그리지 않으면

그는 오륙 개월도 술을 마시지 않지만

그림을 그리면

머릿속이 복잡해져서

술이 그리워진단다.

헝클어진 머릿속을

술로 풀어낸단다.


나는 나 자신으로 인해서는

내 머릿속이 복잡해지지 않는다.

그로 인하여 흐리멍덩해지면

밖으로 나가서

찬바람을 쏘이며 돌아다니거나

다른 블로그에 가서

내 심정을 글로 막 쓰고

상대가 위로의 답글을 남겨주기를

몇 번하면 다 풀어진다.

이 번에도 그랬다.


오늘 곰곰 생각했다.

그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그에게 그림과 글씨를 얻기가

쉬울 거라는 생각이 떠오른 것이다.


그는 겉으로는 아프지 않지만

그의 오장육부와 뇌의 기능이

많이 망가지고 있다는 것을

아주 오래전부터 알고 있다.


인생사 별건가

그가 사는 날까지

그림과 글씨를 쓸 수 있도록

배려해 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그는 나에게는 뜨거운 감자

그 뜨거운 감자가 식도록

시원한 바람을 쏘이기 위해서

풀무질을 하여야 할 것 같다.


어떤 풀무를 사용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인지

몇 달을 생각해야겠다.



林光子 20080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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