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의 회상
지금 고향엔 폭설이 내린다는 뉴스
하얀 도화지 같은 고향 땅 위에
눈송이가 꽃잎 되어 펑펑
나풀거리며 쏟아지는 화면을 보면서
사오십 년 전 추억의 필림이
눈앞에서 돌아간다.
어릴 적 폭설이 며칠이고 내리면
편지도 신문도 오지 않고
찻길에 사람 다니는 길 내느라
양쪽에 쌓인 눈이 상가를 가리고
겨우 두어 사람 다닐 수 있는 길이
마치 동화 속의 하얀 터널이 되어가고
앞마당 건너 텃밭에
우리 남매들은 눈으로 미끄럼틀을 만들고
주전자로 물을 뿌려 두고 자면
다음날에는 얼음 미끄럼틀 위에서
데구루루 미끄러지며
까르르 웃음꽃을 피웠지.
청춘이 되어 폭설이 내리면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찾아
벗과 손을 잡고
발 도장 찍으며 걷다가 되돌아보면
둘이 걸어온 발 도장 줄이 신비로워
서로 얼굴을 마주 보며 행복에 젖었네.
대입시철에 폭설이 내리고
오라버니는 허벅지까지 빠지는 70리길 눈 속을
하루 종일 헤쳐 걸어 도회지로 가서
기차타고 서울 가서 당당히 일류대에 합격하고도
폭설로 두절된 고향에는 기뿐 소식을
눈이 그치고 녹아서야 전할 수 있었던 나 어린 시절.
林光子 20071231
사업자 정보 표시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
'살아가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비우고 버리니 행복이 옵니다. (0) | 2008.01.01 |
---|---|
당신의 꿈이 성취되는 해가 되소서! (0) | 2008.01.01 |
단숨소설64: 이종격투기 관람하고 깨달은 것 (0) | 2007.11.17 |
단숨소설59: 청량산 문수사에 가다. (0) | 2007.11.13 |
고창 국화전시회장을 찾아서. (0) | 2007.11.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