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창 장날에는 오후 5시가 넘으면 파장 장 보러 간다.
파장 시간이 되면 떨이할 것이 더러 있고 값이 훨씬 싸다
요즘 나오는 생대추는 사과대추라고 해서 크고 맛있어 과일 대신 사서 먹는다.
오전에 생대추를 샀는데 지난 장에 산 것보다 훨씬 적았다.
지난 장에도 파장 시간에 와서 생대추 떨이를 하였는데 엄청 많이 주었다.
생대추를 파는 단골 노점상 이쁜 아주머니에게 가서
"지난 장날에 산 것은 양이 많았는데 오늘 오전에 산 것은 집에 가서 보니 너무 적어요."
"언니 그랬어."
그리고는 웃는다.
내가 생대추를 담아 파는 그릇을 보니 지난 장날 것보다 훨씬 작아졌다.
"어머. 생대추 그릇이 지난 장날 것 보다 작아졌어요. 그래서 양이 적었네요."
이쁜 아주머니가 웃으며
"맞아. 언니! 지난 장날에는 내가 너무 큰 그릇에 담아 대추를 팔아서 오늘은 좀 작은 것으로 바꾸었어. 그래도 다른 집보다는 큰 거야. 언니."
"어쩐지 양이 너무 적더라니."
내가 섭섭한 표정으로 생대추를 보며
"오늘은 떨이 하기에는 너무 많네."
"언니 한 바퀴 돌고 와 그동안에 누가 더 사 갈지도 모르니까."
시장을 한 바퀴 돌았지만 내가 떨이를 하고 싶은 물건이 없어 그냥 생대추 파는 데로 돌아왔다.
"언니! 그동안에 외국인이 한 그릇 사갔어. 대추를 거의 다 따서 다음장까지 팔면 없어."
그 말을 들으니 이번에 좀 더 사놓아야 할 것 같다.
다 사기에는 많다.
"언니! 만 원어치 사면 많이 줄 게
"나머지는 어떻게 하려고."
"내일 해리장에 가서 파니까 괜찮아."
만원 어치를 네 그릇을 담아준다. 나머지를 보니 욕심이 난다.
"나머지 다해서 얼마예요?"
그릇으로 대충 되어 보더니
"이것도 만원은 주어야겠어 언니!"
나는 생대추를 이 만원에 떨이를 하고 옆에 우수리로 줄 단감 몇 개가 있길래
"단감이나 더 주어."
이쁜 아주머니가 단감 몇 개를 남기고 주어서
"마저 주지."
"언니! 이건 내일 해리 장에서 팔 때 우수리로 주어야 해."
내가 머뭇거리자
"언니! 호박 줄까."
"얼마인데 우리 집에 호박 있는데."
"언니! 네가 그냥 준다는 것이지 돈 받겠어."
그러더니 여기저기 그릇에 담아 놓은 것들을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에 차곡차곡 넣는다.
"언니! 이거 비닐봉지에 싸 놓았다가 내일모레 비 그치면 썰어서 말려. 그리고 뚝뚝 썰어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다가 녹이지 말고 반찬 하려는 냄비에 물이 끓을 때 얼어있는 그대로 넣어서 끓이면 돼. 나도 손님한테서 배웠어."
"부추도 얼려서 그렇게 해 먹는다고 그러더라고. 이제 겨울에 먹을 반찬 걱정 안 해도 되겠네 고마워."
캐리어에 많은 애호박을 낑낑거리며 끌고 오다가 멸치 파는 단골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애호박 몇 개 줄까요?"
물으니 웃기만 하는데 손님이
"이 아주머니 광주 살아요. 호박 심을 곳 없어요. 드리세요. 미안해서 달라고 못해요."
내가 애호박 두 개를 꺼내서 주니'
"고마워요."
하면서 아주 좋아하신다. 손님이
"고마워요. 내가 말해서 주었으니 내가 고마워요."
집에 와서 커다란 검정 비닐봉지 묶음을 풀고 세어보니 애호박이 16개다.
다음 장날에는 요구르트라도 사다 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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