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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장롱의 작은 바퀴를 큰걸로 바꾸려다 죽을뻔했다.

by 임광자 2022. 10. 7.

생생연 건물 짓고 얼마 안돼서 뜬 쌍무지개

내가 사용하는 가구에는 모두 바퀴를 달아서 내가 힘 덜 들이고 움직일 수 있다.

장롱에도 조금 보이도록 바퀴를 달았던 때의 글.

옷이 눅눅해지는 걸 막으려고 장농에 바퀴를 달아 통풍이 잘 되게 하다 (tistory.com)

그런데 작은 바퀴여서 장롱 속의 물건을 다 꺼내야 움직인다.

 

그래서 늘쌍 장롱의 바퀴를 큰 걸로 바꾸면 옷이나 이불 등을 꺼내지 않고도 쉽게 움직일 수 있을 텐데

생각하고 있다가 드디어 오늘 실행에 옮겼다.

장롱에 바퀴를 달려면 눕혀야 한다.

장롱을 눕히려고 방바닥에  5단 스펀지 요를 세 겹으로 접어서 두게를 포개 놓고  장롱을 뒤에서 밀어 눕혔다.

누운 장롱은 위쪽은 55cm 높이의 스펀지 요 위에 있고, 바퀴가 달린 아래쪽은 바닥에 닿아 있다.

바퀴를 달기 위해 아래쪽을 목침으로 받쳐 조금 올리고 각 모서리에 있는 4개의 작은 바퀴들을 빼내고 큰 바퀴를 달았다.

"야! 성공이다. 이제 옷을 넣은 채로 장롱이 움직이겠지."

즐거운 마음으로 장롱을 들어 올리며 , 바닥에 있는 스펀지 요를 발로 밀어가면서 장롱을 들여 세웠다.

위쪽이 스펀지요 위에 있어 높아서 들어 올리기 좋다.

장롱을 세우니 기분 좋다. 오랜 숙원이 이루어진 셈이다.  

세워진 장롱이 이리저리 잘 움직이는가 보기 위해 앞으로 당겨봤다.

그런데 이게 웬일!

장롱을 앞으로 당기니 움직이는 게 아니고 위쪽이 앞으로 기우는데 바로 세울 수가 없다.

위쪽에 깔린 스펀지 요를 믿고 장롱이 다시 눕는 데로 그대로 두었다.

다행히 스펀지 요를 한쪽에 깔아놓아서 빈 공간이 생겨서 빠져나왔다.

오늘 운수대통이다. 하마터면 죽을뻔했다.

장롱 밑을 빠져나와서 보니  장롱 2개의 문짝이 벌러덩 열린 채로 누운 것이다.

불행하게도 처음에 두 개의 문짝을 닫고 데이프로 붙여 문짝이 열리지 않게 했어야 했다.

문짝이 양쪽으로 열려서 장롱을 움직이기도 세울 수도 없다. 

이리저리 살피니 다행히 한쪽 문짝이 반쯤 열린 상태라 그쪽으로 밀어 장롱을 옆으로 세웠다.

장롱이 옆으로 세워지면서 스펀지요 밖으로 빠져나갔다.

양쪽 문짝을 닫고 테이프로 붙여 문짝이 열리지 않게 했다.

바퀴가 있는 곳을 목침으로 올려서 원래 바퀴로 교체했다.

방바닥에 누운 장롱을 그냥 들어 올리려 하니 꿈쩍도 안 한다.

한쪽 밑에 스펀지 요가 있으면 높아서 그곳을 들어 올리면 쉽게 들어 올려질 텐데....

지금은 기운 없으니 내일 누운 장롱 위쪽을 들어 올리고 처음엔 낮은 것을 맡으로 집어넣고

조금 높아진 장롱을 조금 들어 올리고 조금씩 높은 것을 올리다가 스펀지를 올려서

높아지면 장롱을 들어 올릴 거다.

파이팅! 기운아 솟아라!

 

왜 큰 바퀴로 교체하니 장롱이 앞으로 쓰러졌을까? 장롱이 키가 큰 데다 높은 큰 바퀴를 다니 장롱을 움직이려 하니 앞으로 쏠려서 쓰러진 걸 깨달았다.

기존의 작은 바퀴는 장롱 속을 다 비우고 힘주어 움직이면 움직이고 앞으로 쏠리는 일은 없었다.

이래서

"구관이 명관이란 말도 있나 보다."

-생각하는 것과 현실은 다른 거다. 그래서 경험이 필요한 거다.-

이번에 이런 일이 없었다면 나는 계속

"어떻게 장롱에 큰  바퀴를 달아서 바닥으로 공기가 잘 통해서 습기 차는 것도 방지해서 여름에 아래 서랍을 열어놓지 않아도 되고, 편하게 움직여 여름에는 앞으로 잡아당겨 뒤를 벽에서 뜨게 해서 장롱 속에 습기 차는 것도 방비하고. 겨울에는 뒤를 벽에 딱 붙여 찬바람 덜 불게 할까?  청소할 때 장롱을 앞으로 당기고 뒤를 청소하면 참 좋겠구나."

고민하였을 거다.

 

왜 바퀴를 큰 것으로 교체하고 앞으로 당기니 앞으로 넘어졌을까?

곰곰 생각하니 아마도 이래 서였을 거다.

작은 바퀴였을 때는 장롱이 누르는 힘이 커서 힘껏 밀면 움직이고 앞으로 기우는 일은 없었다.

큰 바퀴로 달고 앞으로 당기니 앞쪽으로 기울었다.

문제는 장롱의 문짝이 몸체보다 훨씬 무겁기 때문이다.

 

오늘 장ㄹㅇ 밑의 받침대로 사용한 스펀지요.
밑에 바퀴가 달렸지만 밖에서는 잘 안 보인다.
옆으로 누운 장롱
장롱 밑에 달린 바퀴

 

다음날 아침 2022년 10월 8일

하룻밤을 자고 나니 피로하다.

오른팔 겨드랑이를 만지니 팥알만 한 멍울이 몇 개 생겼다. 

아마도 과로로 림프절이 부은 모양이다.

이제 멍울이 가실 때까지 과로하면 안 된다.

쉬어야겠다.

더 이상 무리하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이웃집 아저씨에게 가서 부탁하려니 안 계신다.

아주머니 말이

"지금 밭에서 들깨 갈무리하고 늙은 호박 따느라 바빠. 비 오는 날이나 집에 있지."

"그럼 비 오는 날 도와달라고 해야겠네."

길에서 만난 아주머니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고

"그 아저씨 비 오는 날이나 가게에 나오신다는데 일요일에 비 와서 걱정이에요."

"아냐. 그 아저씨 일요일에도 나오셔."

오늘이 장날이니 혹시나 하고 점심때 가게에 가니 아저씨가 계신다.

나는 만면에 웃음을 띠고 

"아저씨! 누워있는 장롱 좀 일으켜 세워주세요."

부탁하니 농담 몇 마디 하다가 일하는 장갑을 끼고 일어나신다. 

고마운 이웃 아저씨의 도움으로 누웠던 장롱이 일어나 제자리를 찾았다. 

제자리에 다시 놓인 장롱을 보니 피로가 가신다. 기분이 날아갈 것 다.

아저씨에게 땅콩 카라멜 한봉지를 드렸다. 밭에서 일 하실때 드시라며.

 

고마운 이웃의 도움으로 누었던 장롱을 일으켜 세움- 맨 왼쪽 장롱이 누었다 일어난 장롱
80이 넘은 노파 오늘 정말 힘들었다. 사람들이 나더러 얼굴에 주름이 없다고 한다. 뒤머리는 검은데 앞머리는 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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