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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폭설이 만든 하얀 세상과 고양이

by 임광자 2012. 12. 24.

폭설이 만든 하얀 세상과 고양이 


어제 고창 장엔 노점상도 장보러 오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그냥 하루 종일 싸래기 눈이 살살 내리다가, 손바닥만 한 눈이 꽃잎처럼 하염없이 펄펄 날리다가 어둠이 찾아왔다. 펄펄 날리는 눈송이는 밤이 깊도록 유리창 넘어 보였다. 작고 작은 것이 밤새껏 소리 없이 찾아와 쌓여서는 아침에 보니 하얀세상이다. 폭설이다.

 

아침에 일어나 내방 창문을 열고 밖을 보니

하얀 세상이다.

 

동쪽 텃밭으로 가니 상추가 자라는 고무통 위에도 수북수북하다.

 

주차장으로 나가 화단을 보니 꽃봉오리도 보지 못했는데

눈꽃이 하얗게 피었다.

 

 

 

 

 

 

오후에 베란다를 보니 창틀 바깥 턱에 고양이가 졸고 있다.

 

고양이를 깨지 않으려고 살금살금 베란다로 나가는데

귀도 밝지.....고개를 든다.

 

나를 본다

 

일어난다.

내가 보이지 않으면 고양이가 다시 잘줄 알고

난 다시 내방으로 들어갔다.

 

 

시간이 지나서 잘까?하고 다시 나오니 아예 자리를 옮겼다.

고개를 내쪽으로 돌리게 하려고

-야옹! 야옹!-

소리를 냈다.

고양이는 그대로 있다.

이번에는

-찍!찍!..-

쥐소리를 냈다.

 

 

고양이 소리에는 꿈쩍도 않던 고양이가

쥐소리를 내자 내게로 고개를 돌린다.

이제 양지바른 곳에서 따뜻하게 낮잠을 즐기라고

다시 방으로 들어왔다.

 

얼마 후에 다시 나와보니 고양이가 갔다.

이 고양이는 지난번에 아주 추웠을 때도 왔었다.

조금이라도 따뜻해져 갔기를 바란다.

고양이도 일광욕을 할까?

사람처럼 자외선을 쪼이면 피하지방에서

비타민D가 만들어질까?

 

고양이가 간 후에 밖으로 나와  사람이 다니는 곳으로만 눈길을 내었다.

 

 

눈이 오고 비가 내리자 생고구마 썰어 말리며 먹던 것이 습기를 머금고

여기 저기 검게 문드려지는 부분이 생겼다.

곰팡이 홀씨가 썰어 놓은 고구마에 옮겨 붙어서

새생명을 잉태하려고 발버둥을 쳤을것이다.

 잔인한 나는 내먹을거리를 지키기 위해서

곰팡이 생명을 죽이려고 쪘다.

뜨거울 때 그대로 꺼내 말리니

뜨거운 열기가 수분을 품고 날아가며 쫄깃하고 꾸둑꾸둑하다.

아주 달고 맛있다.

세상은 약육강식이니까....

 

2012.12.24.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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