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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노점상 할머니와 돈 가방

by 임광자 2011. 2. 2.

노점상 할머니와 돈 가방



내일이 설이라 어제도 장날은 아니지만 대충 대목장이 열렸다. 나는 장날이면 장 구경을 하며 시장 여기저기를 기웃거리며 걷기를 좋아한다. 고창상설시장에서 터미널 가는 소방도로 양쪽에 벌려진 노점상을 구경하며 지날 때였다. 중년 남자가 아주 낡은 허리빽을 들고 할머니에게 다가 오면서

-이거 맞지?-

-맞다! 어디서 찾았나?-

-저기로 쭉 가서 쓰레기 더미 위에 버려져 있데.-

중년 남자가 오른팔을 들어 고창천변을 가리킨다.

눈을 휘둥그렇게 뜨고 할머니가 낡은 가방을 들자마자 첫 번째 지퍼를 연다.

-돈도 핸드폰도 다 빼갔고 통장은 그대로 있어.-

가방을 건네준 중년남자가 할머니를 보며 말한다.

-어데에?-

-가운데 지퍼 열어 봐 그기에 통장과 도장 있어.-

할머니가 가운데 지퍼를 열자 통장과 도장이 있다.

-통장에 250만원 들었는데도 못 가져갔지.-

중년남자가 모인 사람들에게 말한다. 대여섯 명이 할머니 옆에 모여 있다.

-내가 가방을 잃어버리고 바로 가서 신고를 했어. 핸드폰이랑 통장 잃어버렸다고 그랬는데.. 통장을 못 가져갔네.-

-핸드폰은 왜 가져갔지?-

내가 중얼거리듯 중년남자에게 물었다.

-그건 십 원이라도 받나 보죠.-

중년남자가 나를 힐금 처다 보고 말한다.

나는 궁금하여 할머니에게

-어떻게 저 사람이 할머니 허리가방을 가져와요?-

-내 동생인디 쓰레기 치우는 일을 하니까 돌아다니다가 찾았나 봐.-

-언제 잃어버렸어요?-

-23일 장날에 남자 셋이서 와서는 내 혼을 빼 먹드만. 그래서 일어났다 섰다 하면서 허리를 굽으렷다! 폈다!를 하도 하니까 허리를 아프데 그래서 가방을 풀어 놓았는데 순식간에 없어졌다고.-

할머니는 키가 작은데 아주 두껍고 크고 낡은 검은 파카를 입고 있어 파카 끝이 허벅지까지 내려왔다.

-할머니 파카 속에다 돈 가방을 매요.-

-나는 요렇게 매.-

할머니가 그 두꺼운 옷 위에 돈 가방을 매면서

-이렇게 매고 있는데 그 패거리들이 혼을 빼는 바람에 허리를 굽으렸다 폈다 하는데 너무 힘들어서 잠시 바로 여기에 가방을 풀어놓았지. 그 전에도 그랬지만 괜찮았어.-

할머니는 바로 자기가 앉아있는 옆자리에 가방을 풀어 놓았다고 말한다.

-앞으로는 파카 속에다 매고 돈을 넣을 때는 파카 끝을 살짝 들면 되잖아요.-

-전에는 괜찮았당게. 그 사람들이 정말 혼을 빼드만.-

할머니는 다시 돈 가방을 옆에 풀어놓고 장사를 한다. 집에서 농사지은 것을 조금씩 가지고 와서 팔아서 그렇지 만약에 물건을 띠어다 팔았다면 손해가 이만저만이 아니고 아픔도 컸을 거다. 장날 장사한 돈을 거의 잃었는데도 크게 속상해 하지는 않는다. 연세가 많아서일까? 잃어버린 돈은 남의 돈이라는 생각을 하나 보다. 아님 액땜을 했다고 생각하나 보다. 나는 작년에 할머니에게서 메주를 샀었다. 할머니한테서 산 메주로 담은 간장과 된장은 맛있었다. 자신이 손수 만들어 띠워서 가져왔다고 그랬었다. 모양부터 공장에서 나온 것과는 다르게 메주 마다 모양이 제멋대로 생기고 크기도 달라서 크기에 따라 값을 부르고 조금 비쌌다.


어제 할머니 노점에는 고사리, 취, 피마자잎 삶은 것과 토란대 말린 것을 삶은 것과 애호박 썰어 말린 것 이제 막 캐서 파릇파릇 싱싱한 나물 등이 있었다. 할머니 나이는 묻지 않았지만 70은 훨씬 넘고 80에 가까운 것 같았다. 한푼두푼 모은 돈을 잃고도 크게 마음 상하지 않는 것은 연륜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2011.02.02.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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