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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출판사/생명의 詩

심장은 임금, 혈관은 관료, 세포는 민초.

by 임광자 2009. 8. 17.

심장은 임금, 혈관은 관료, 세포는 민초.


우리 눈에 보이는 혈관은 대부분 정맥.

손목과 옆 목에 손가락 끝을 대면

팔딱팔딱 뛰어 오르는 혈관은 동맥.

우리의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아주 가늘고도 얇은 모세혈관.


세포는 맨눈으로 보기 힘들 정도로 작아서

세포들이 사는 동네, 조직에는 눈으로 보이는

동맥이나 정맥은 없고

눈으로 보이지 않는 모세혈관이 운하터널처럼,

거미줄처럼 뻗어요.


우리 눈으로 보이는 동맥과 정맥에

구멍이 뚫리면 적혈구가 마구 쏟아져 나와

세포들의 동네 조직 속으로 흘러들면

붉은 피 홍수가 나서 세포들을 둘러싸는

조직액이 탁해져 세포들은 살기 힘들어요.

동맥과 정맥에 나는 구멍이 밖으로 나면

외출혈, 안으로 나면 내출혈.

사람들은 말하지요.

내출혈 보다는 외출혈이 낫다고요.


세포들은 맨눈으로 보이지 않아

그들 동네를 통과하는 혈관도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작은 혈관,

모세혈관이 지나기를 바라지요.


동맥이나 정맥은 여러 겹의 세포들이

혈관 벽을 만들어 튼튼하지만

아주 작은 모세혈관은 혈관 벽이 얇아요.


동맥이나 정맥에는 구멍이 전혀 없지만

모세혈관 벽에는 미세한 구멍이 숭숭 뚫려서

있지만 너무도 작아서 적혈구가 나올 수가 없고

혈액의 액체 성분인 혈장만 드나들어요.


소동맥 쪽 모세혈관의 혈장 속에는

세포들의 먹이가 충분히 들어 있고요.

소정맥 쪽 모세혈관 속에는 세포들이 버린

쓰레기가 많아요.


세포들의 동네를 지나는 모세혈관은

미세한 구멍으로 세포들에게 먹이를 주며 지나며

한편으로는 세포들이 버린 쓰레기를 빨아들여요.


우리 몸에 크고 작은 혈관이 그물처럼 뻗지만

가장 긴 혈관은 눈에 보이지도 않는 모세혈관.


눈에 보이는 동맥과 정맥은

세포들에게 아무 것도 직접 해 줄 수 없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모세혈관은

한없이 세포들에게 많은 것을 해 주어요.

그렇지만 동맥과 정맥이 없다면

모세혈관은 아무 것도 할 수 없지요.


동맥은 심장에서 나오는 혈액이 흐르는 혈관이고

정맥은 온몸에서 심장으로 돌아가는 혈액이 흐르는 혈관

모세혈관은 동맥과 정맥을 연결시켜주는 혈관.

동맥과 정맥의 한쪽 끝은 심장과 연결되고

모세혈관은 심장과 연결되지 못하고

동맥과 정맥을 연결시켜 주어요.

심장은 혈액이 혈관을 통해 온몸을 돌고 돌게 해요.

심장-동맥-모세혈관-정맥-심장으로 돌고 돌아요.


심장이 임금이라면

동맥과 정맥은 높은 직위의 관료들

모세혈관은 말단직원들

세포는 민초들이지요.


林 光子 2009.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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