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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이야기

자연의 섭리를 뭘 알려고 해요!

by 임광자 2009. 1. 11.

자연의 섭리를 뭘 알려고 해요!



서울서는 인체여행 글을 쓰면서 주제를 정하고는 가끔 여동생과 조카에게 그걸 사람들이 어떻게 궁금해 하는지 묻곤 하였다. 이제 그들과 헤어져서 고향으로 내려오니 내 글의 주제에 대해서 사람들이 궁금해 할 것인지 물을 수 있는 사람이 없어서 답답할 때가 있다. 물론 떠오르는 글의 주제와 테마가 앗샤! 하고 감탄사가 나올 정도가 될 때는 거침없이 써 내려간다. 그런데 아리송한 주제와 테마일 때는 좀 맥이 없다. 어제가 그런 날이었다.


항상 가던 수선집의 손님 의자에 앉아서 일하고 있는 아주머니에게

-아주머니 일하시면서 팔을 이리 저리 움직이시는데 그렇게 팔을 움직일 수 있는 근육에 대해서 궁금하지 않으세요?

발틀에 앉아서 일하시던 아주머니가 내가 묻는 말에 고개를 왼편으로 획 돌리며

-그걸 질문이라고 물어요? 자연의 이치로 움직이는 거지요.-

-아니요. 팔이 이리지리 어떻게 움직이는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다시 획 왼편으로 고개를 돌리며 약간 나무라는 말투로

-자연의 섭리로 움직이는 것을 무얼 알려고 해요? 일하는데 와서 골치 아프게 그런 말 하면 방해가 되잖아요!-

나는 멋쩍어서 조금 더 앉아 있다가 그 집을 나왔다.

-그렇구나! 나도 내가 책 보고 글 쓸 때 옆지기가 와서 말 붙이면 글의 맥이 끊겨서 신경질을 냈는데.-

아주머니에게 정말 미안하다. 나는

-정말 팔이 어떻게 움직일지 궁금해요. 내가 옷을 수선할 곳을 보면 그냥 저절로 손이 움직여서 재단하고 자르고 수선을 막힘없이 하거든요.-

라고 대답 할 줄을 알았다. 나는 대답을 듣고 몇 마디만 더 묻고 싶었다.

 

서울의 여동생과 조카에게 감사했다고 전해주고 싶다. 그 당시는 몰랐는데 어제는 정말 옛날이 그리웠고 그들이 고마웠다. 그래서 구관이 명관이란 말이 나왔나 보다.


그래서 오늘은 눈이 펄펄 내리는 읍내를 걷고 모양성을 갔다. 좋은 아이디어 얻으려고 갔다가 눈앞에 펼쳐지는 눈 나라를 보고는 디카 눌리기에만 정신이 팔려서 그곳에 간 이유도 잊었다. 자주 가서 머릿속을 청소도 하고 아이디어 창고도 개설하여야겠다. 겨울이면 스님들은 모여서 동안거(冬安居)를 하는데 나는 홀로 그냥 주변만 맴돌며 책 보고 생각하고 글 쓰는 일에 동안거 할 생각이다. 봄여름가을엔 몸을 더 많이 부려먹고 겨울엔 머리를 더 많이 부리고 싶다. 긴긴 겨울에 머리를 많이 부리면 일 년 계획을 세울 아이디어도 충분하게 창출될 거다.


자연의 섭리라고 자연의 이치라고 더 이상 깨우치기를 멈추지 않고 의심하고 생각하고 깨달아서 글로 표출시키고 싶다.


林 光子 2009년 1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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