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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삼동파(三冬파)를 얻고 싶다.

by 임광자 2008. 11. 23.

삼동파(三冬파)를 얻고 싶다.

 

 

 

남쪽 쌈지 밭으로 가기를 기다리고 있는 대파.

 

 남쪽 쌈지밭에 심어진 대파


 

어제 얻어 온 대파를 일부는 흙이 붙은 채 통째로 큰 사기 화분에 심어 강의실에 놓고 나머지 일부를 남쪽 쌈지 밭에 옮기려고 꺼내보니 화분에 옮긴 것과는 달리 너무 촘촘해서 뿌리가 엉켜서 그대로 심을 수가 없을 것 같아서 심을 자리에 뿌리에 붙은 덩어리 흙을 털어내고 대파를 하나씩 떼어내는데 무척 힘들다. 잘못하다간 대파에 붙은 뿌리가 통째로 떨어져 나갈 것 같다. 그래서 아주 조심스럽게 하나씩 아주 천천히 조금씩 쌍방으로 잡아 다녀서 떼어내는데 많은 시간이 걸린다.


하나씩 분리된 대파의 뿌리 끝을 잘라 내었다. 상처가 나면 자극이 되어 더 빨리 자란다. 꺾어진 잎도 따주었다. 심을 곳은 보일러실 옆으로 택하였다. 이곳은 구석이어서 햇볕은 잘 들어도 바람은 잘 불어오지 않는 곳이다. 흙의 밑에는 재를 넣었다. 준비된 대파를 하나씩 심고 물을 주었다. 대파 잎은 얼었다가도 따뜻한 햇볕이 입맞춤을 하면 생생해진다.


대파는 남쪽 쌈지 밭 한 구석에서 내년 봄에 꽃대를 올려 꽃을 피우고 씨를  맺어 자연스럽게 떨어뜨리며 새끼를 치고 일부의 대파에 맺힌 꽃대를 잘라주면 그냥 옆에서 새순이 나와서 그대로 자라기도 하면서 일 년 내내 나에게 싱싱한 대파를 먹게 해줄 것이다.


내가 서울로 공부하러 올라가기 전 텃밭에는 겨울에도 얼어 죽지 않은 대파가 자라고 있었다. 언제나 뽑아먹지는 않고 뿌리에서 조금 윗쪽을 칼로 쓰윽 잘라 먹으면 뿌리에서 새로 올라오곤 했다. 물론 너무 촘촘해지면 쏙아 뽑아먹었다. 아버지는 그 대파를 삼동파(三冬파)라 불렀다. 삼동이란 석달 동안의 겨울을 말한다. 나도 삼동파를 얻고 싶다. 물론 겨울에는 화분에 심어 실내에서 길러 먹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나는 실내 보다는 텃밭에서 온갖 추위를 물리치며 자란 대파를 먹고 싶다. 


林光子 20081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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