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순아! 취한 옆지기 맡아 주어 고맙다
잠결에 이상한 소리가 들려서 눈을 떴다. 한밤중이다. 우당탕! 생생연 앞길을 달리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소리인지 알기 위해서 귀를 열려진 창으로 돌린다. 한참 있다가 다시 달려오는 소리가 난다. 되돌아오는 모양이다. 귀를 더욱 쫑긋 세운다. 아하! 그런데
“진순아! 빨리 와!”
“....”
“물지마 임마! 앗 따가워!”
진순이는 같이 걸으면 두 다리 사이를 맴돌며 다리를 살살무는 버릇이 있다. 그게 약간 따끔하다.
바로 낮부터 취한 옆지기가 진순이와 함께 동네 한 바퀴 도나 보다. 진순이는 내가 외부로 가면 가다가 되돌아오지만 옆지기와 가면 계속 따라간다.
백신 주사 맞히러 갈 때다. 혹시라도 잊어버릴까 보아서 목에 줄을 매고 줄 끝을 잡고 가는데 골목을 벗어나자 그냥 목을 비틀며 집 쪽으로 되돌아서서
온 힘을 다해서 몸을 뻗었다. 나는 잡아 다니고 진순이는 집 쪽으로 되돌아가려고 하다 보니 진순이 목줄이 목을 너무 조여서 나는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왔다. 그걸 본 옆지기가 자기가 안고 가겠단다. 옆지기가 진순이 목줄을 잡고 가는 데 진순이 잘 따라갔다. 나는 자기 목숨을 맡기기에는 불안했지만 옆지기는 안심이 되는 모양이다.
옆지기는 진순이가 사료를 먹지 않으면 제과점 빵을 사다 주고 라면을 끓여주고 자기 반찬에 밥을 비벼주고 그런다. 그러니 진순이 사료를 먹지 않는다. 오늘도 진순이는 자장면을 먹었다. 요즘 옆지기가 술에 취해 산다. 서울서 같으면 내 머리맡에 앉아서 계속 떠들어서 잠을 잘 수가 없는데 진순이와 함께 옥상에 올라가서 놀다가 동네 한바퀴 돌다가 공터에 가서 노느라 내 옆에 와서 떠들지 않는다. 진순이 덕분에 내가 편해졌다. 내가 진순이를 데려 온 목적 중의 하나가 옆지기와 놀게 하는 거였는데 그 꿈을 이루었다.
진순아! 취한 석천을 맡아 주어서 고맙다!
林光子 2008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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