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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짓기

왜 그랬을까?

by 임광자 2008. 7. 4.
 

왜 그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이삿짐센터에서 처음 견적 내려 왔을 때 장독대에 있는 커다란 항아리를 보고는 이삿짐에 실어서 가져가라고 하였다.


“저렇게 큰 항아리는 처음입니다. 지금은 저런 항아리 살 수도 없을 거예요. 비쌀 거예요. 가져가야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저기에 물건을 넣어 두기도 아주 좋아요.”

“그런데 저걸 어떻게 땅으로 내리지요.”

“저기 개나리가지가 옹벽 위에서 뻗어 장독대로 넘어와서 아래 땅이 안 보여요. 저걸 자르고 땅으로 내리면 되어요.”

“그래요. 가져가야지요. 항아리가 많네요."

"사기 화분도 여러 개에요. 유리병도 많고요.”

“그럼 탑차 큰 걸 하나 부르고 트럭 한 대를 불러요.“


그 항아리는 어른이 두 명이 들어가 쪼그리고 앉아 있을 수 있는 크기다. 뒷집에서 그 항아리를 얻었다. 너무 커서 사용할 수가 없다고 주었다. 뒷집 아주머니는 정릉 배밭골 토박이다. 아주 옛날 북악터널도 뚫리지 않고 배밭골이 야산으로 있고 그 아래는 밭으로 있을 적에 그녀의 할아버지가 산지기로 살았단다. 지금의 영빈빌라 자리에도 산이었고 그 아래, 지금은 가물 때는 아주 적은 물이 흐르고 비가 오면 산에서 내려오는 물로 콸콸 흐르는 도랑이 냇가였단다. 그 당시는 숲이 우거져서 물도 많았단다. 그래서 그곳에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어린 시절을 보냈단다. 물론 전기도 들어오지 않고 밤이면 산짐승의 울음소리를 들으며 낮에는 꿩이 부엌으로 들어오기도 한 그런 시절을 살았단다.


형제가 아홉이어서 가을이면 김장을 무지무지하게 많이 해서 겨울 내내 식량처럼 먹었단다. 그 큰 항아리는 김치 독 중에서 가장 큰 거였는데 땅에 묻고 거기에 가득 김치를 담가서 봄까지 먹었는데 봄에는 김치가 바닥에 남아서 어른도 꺼낼 수가 없어서 그 항아리 속에 사다리를 넣고 자기가 타고 내려가 바켓츠에 김치를 꺼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추억이 있는 항아리라 가지고 있었는데 자리를 너무 많이 차지해서 사용할 수가 없어서 항아리를 좋아하는 나를 주었다.


이삿짐 아저씨가 장독대에 가서 그 항아리를 아래로 내리기 위해서 내가 개나리 가지를 꺾어내자 짐이 많아서 그 항아리는 실을 수가 없을 것 같다며 놓고 가자고 한다. 그러면서 다른 항아리만 장독대에서 내렸다. 자세히 말하면 장독대는 내 방 창문으로 통했는데 모든 항아리는 내 방 창문을 통과하는데 그 큰 항아리는 창문을 통과하지 못하고 아래로 내려서 집을 빙들아 앞으로 가져와야 해서 그게 힘들어서 싫은가 보다. 그런데 왜 견적서 낼 때는 그 큰 항아리가 아주 비쌀 것 같으니 가져가자고 했을까? 그게 지금도 궁금하다. 주둥이가 아주 커서 거기에 연꽃을 심거나 땅에 묻고 물고기를 길러도 좋은데 아쉽다. 우기지 못하고 그냥 두고 온 것이 아쉽다. 그는 왜 약속을 어겼을까? 왜 나는 처음 약속대로 하라고 우기지 못했을까? 내가 그 큰 항아리를 가져가자고 때를 쓰자 그는 그럼 차를 한 대 더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 그 항아리를 먼저 올리고 작은 항아리를 박스종이로 둘둘 말아서 속에 넣고 오면 자리를 크게 차지하지 않았을 거다. 정말 아쉽다.


林光子 20080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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