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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짓기

이사

by 임광자 2008. 7. 1.

 

이사


그그제와 그제 피난살이 단칸방의 살림도구를 새집으로 옮기고 어제 추억의 단칸방이 불도저에 의해서 헐렸다. 헐리는 것을 보고 철거비용을 계좌이체하고 즉시 서울행 고속버스에 올랐다.

 

 


옆지기는 첫차로 이미 갔다. 전화를 하니 이삿짐센터에서 짐을 싸고 있다고 한다. 사람의 욕심이란 참 알 수 없는 거다. 나는 만65세가 넘고서도 공짜 지하철을 타 보지를 못했는데 지하철 매표소로 당당하게 걸어가서 주민등록증을 내고 무료승차권을 받았다. 솔직히 나는 서울에서 지하철을 잘 타지 않고 되도록이면 버스를 타고 다녔다. 버스를 타고 가면 볼 것도 많고 밝아서 좋은데 지하철은 답답하다. 오늘 고속터미널에서 3호선을 타고 종로3가에 가서 다시 1호선으로 종로5가에서 내려 광장시장을 거쳐 방산시장의 봉황지물포에 가서 강의실 바닥과 벽지 사이에 두를 넓이 7.5cm 짜리 몰딩 두루마리 하나를 샀다. 10cm짜리가 없느냐고 물으니 봉황에서는 7.5cm 가 가장 넒은 거란다.

 

 

 


봉황에서 나와 종로6가에 있는 단골문방구에 가서 A4지 한 박스만 택배로 고창에 부쳐 달라고 하니 택배비가 4.000원이라서 그냥 고창에서 사는 게 낫다고 한다. 칠판을 물으니 그건 택배비가 더 비싸서 역시 그냥 시골에서 사는 게 낫다고 한다. 미리 미리 사다 두었으면 이삿짐에 실려 오니 참 좋았을 터인데 준비성이 없어서 손해를 보았다.


집에 오니 짐을 거의 싸서 실었다. 내가 짐이 많다고 하여서 이삿짐 센터 사장님이 어마어마하게 큰 탑차를 가져왔다. 그리고 항아리들을 실을 트럭 한 대가 왔다. 동네 아주머니가 탑차를 보고는 엄청 크다고 한다. 집주인이 왔다.

“돈 부쳤어요?” 묻자

“수표로 부쳤는데 다음날 오후 3시에 찾을 수 있는데 집 주변에 있는 나무 조가리나 쓰레기 아주 깨끗하게 치우고 가요. 우리 신사적으로 해요. 만약에 내일 와서 치우지 않았으면 수표를 취소 시켜요.”

“내가 버린 것이 아니고 살다 이사 간 셋집에서 버리고, 지하실복도는 4집이 공동으로 사용해서 우리 집 물건이 아니고 남의 집 물건이 거의에요”

라고 말해도 그냥 우리 집 쪽의 물건은 다 치우란다.

“뭐 한 달간 이사날짜를 연기시켜준 것이 고마워서 그냥 요구대로 깨끗이 치워 주기로 하고서 집이 팔렸을 때 그러니까 2년 전에 우리가 이사 가고 나서 뒤처리를 18만원에 해 주겠다는 아저씨를 물어물어 찾아서 물어보니 모든 것이 올랐으니 45만원을 달란다. 기가 막히다. 그렇게 많이 치울 것도 없다. 이화연립에서 살다 이사 간 사람 중에 아무도 이렇게 많은 뒤처리 비를 내고 이사 간 사람이 없다. 무언가를 만들기를 좋아해서 각목을 사다가 사용하고 남은 것을 버리지 않고 둔 것이 조금 되었다.


가만히 듣고만 있던 이삿짐 사장님이 나에게 눈짓을 한다. 그래서 다가가니 자기가 35만원에 치워주겠단다. 결국은 이사비용이 140만원 뒤처리비용이 35만원 175만원에 이사를 했다. 그런데 짐이 많아서 이삿짐센터 사장님 정말 오늘 힘들었다. 원래 약속은 7원1일 새벽에 오기로 하였으나 짐이 다 실어지는 6시가 거의 되어서 그냥 출발하기로 했다. 하마터면 빈집에서 날밤을 세거나 여관 신세를 질 뻔 하였는데 천만 다행이다. 고창에오니 밤 10시쯤 그 때부터 짐을 푸는데 버리고 올 것 까지 가져왔다. 너무너무 고생들을 하여서 그냥 풀기만 하라고 했다. 처음 약속이 내가 어느 정도 짐을 싸 놓기로 하였으나 고창에서의 할 일이 많아서 그러지를 못해서 많이 미안했다.

 

 

 

 


이삿짐센터 사장님이 돈만 주면 그냥 밤차로 올라가겠다고 해서 24시간 가맹점에 가서 돈을 찾아서 주니 짐을 내리고는 두 사람은 서울로 가고 탑차를 몰고 온 사람은 함평으로 7월1일 9시에 짐을 실으러 가야 하기 때문에 자고 있다. 그는 옆지기 더러 우리 짐 싸고 푸는 것만큼 힘든 적이 없단다.

 

 

 

 

나도 정리하려면 무척 힘들 것 같다. 2월 초에 고창으로 내려오고는 그대로 두었으니 먼지는 쌓일 대로 쌓이고 ^^^^^^^^그래도 일단 고창으로 이삿짐이 왔으니 안심인데 기분은 멍하다.


이제 필요한 것만 가지고 살며  버리며 살아야겠다.


林光子 2008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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