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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낮 보다 밤에 왜 웅덩이에 잘 빠질까?

by 임광자 2008. 2. 1.
 

낮 보다 밤에 왜 웅덩이에 잘 빠질까?


 

지긋지긋하던 장마가 멈추고

하늘엔 별들이 초롱초롱하고

달이 두둥실 떠오르자.

 

연인 한 쌍이 국도변을 달리며

차 안에서 밖을 보다

밝고 맑은 달빛에 취하여

시골길로 내려가

팔짱을 끼고 걸었지요.


“정말 달빛 한 번 밝다”

“아무리 달이 밝아도 햇빛을 따를 수는 없어요.”

“그거야 달빛은 햇빛을 받아 반사되어 나오니

그럴 수밖에 없지요.“

“달빛이 아무리 밝아도 생물을 키울 수는 없어요.”

“햇빛은 열광( 熱光)이라 생물을 보듬어 키울 수가 있지만

달빛은 냉광(冷光)이라 생물을 보듬을 수 없어요.“

“자기는 열광? 아니면 냉광?”

“나는야 자기를 품었으니 열광이지.”

“그럼 나는?”

“원래 달빛은 여자에게 음기(陰氣)를 넣어주니 너는 냉광(冷光).”


“조심혀! 저기 웅덩이가 보이네.”

“맞아 저기 지날 적에 조심하자고요.”


둘은 잡고 가던 손을

서로의 반대편 어깨 위에 올리고서

보다 더 다정하게 앞으로 가면서

희희낙락(喜喜樂樂) 

호호 하하!!!!!!!!!

웃음소리가 달빛을 가르고

허리가 굽혔다 펴졌다

배꼽이 등에 붙었다 배에 붙었다.


갑자기 웃음소리가 멈추더니

아앗! 풍더덩! 쿵!

물방울이 튀기는 소리 요란하고

연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네.



달빛이 웅덩이를 비추는데

두 물체가 부스스 일어나

몸을 부르르 떠니

물방울이 사방으로 튄다.


“빨리! 빨리! 뛰어요!”

“차 있는 데로 빨리 가요.”

쫄딱 물에 적셔 뛰어가는

두 사람을

달빛은 온몸으로 비추고.


차 속으로 들어간 그들은

옷을 벗고 타월을 뒤집어쓰고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을 잇는다.


“참말 이상하다”

“뭐가요?”

“분명이 멀리서는 웅덩이가 달빛에 반짝거렸는데

가까이 갔을 때는 보이지 않았잖아?“

“나 그 이유를 알고 있어요?”

“왜 그러는데?”
“우리 눈의 망막에는 시세포가

두 종류가 있는데.“

“시세포가 두 종류?”
“하나는 밝은 빛에 흥분하여 색깔을 볼 수 있는 원추세포.”

“또 하나는 무엇?”

“어두운 빛에서 흑백을 구별하는 간상세포.”

“그게 먼 곳의 웅덩이가 보이는 것과 무슨 관계람?”

“관계가 깊지요. 원추세포는 망막의 중앙에 몰려서 황반을 이루어요.”

“황반?”

“황반은 가장 상이 잘 맺히는 곳이지요.”

“황반에 상을 맺혀 똑똑히 보기위해서 응시를 한다는 이야기 나도 알아”

“간상세포는 중앙 보다 황반 가장자리에 더 많아요.”

“간상세포는 어두울 때 작용하니 우리가 걸을 때는 간상세포가 우릴 보이게 했을 거야?”

“맞아요. 간상세포가 황반 주변에 있어 멀리 있는 것을 더 잘 보았나보아요.”

“오호! 그렇구먼!”

“그래서 밤에는 웅덩이에 잘 빠져요.”

“멀리서는 보이지만 가까이 가면 보이지를 않아서 웅덩이에 잘 빠져요.”



林光子 20080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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