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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 소개

자술서

by 임광자 2022. 9. 9.

 

 

80새가 넘으니, 젊은 날의 꿈을 조금 이룬 것 같다.

나는 대학 다니면서 연구실에서 아르바이트를 하였다.

 

고려대학교 생물학과 졸업.(이학사 등록번호:72㉯10302).

교원자격증 과학(생물): 제63575호.

서울대학교 일반대학원 동물학과(현재 자연과학대학 생명과학부)에서 이학석사.(이학석사 등록번호:74(석)-1-101.

학위기: 석제 3880.

논문: 암소 濾胞液 및 그 分劃이 卵子成熟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1975.2.26)

 

대학 다니면서 서울 대학교 문리과 대학 동물학과 조직배양실과 잡지실에서 일하면서 생쥐 실험 무지하게 많이 하였다. 다른 사람들 실험하는 것 구경도 많이 하고, 세포 배양실에서 태아 실험하는 것을 보았는데 블라드 뱅크(blood bank)에 들어있던 태아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목숨은 끊어졌어도 세포는 죽지 않아서 등 쪽으로 몸이 찢기면서 각 기관의 세포들이 다시 배양기 속에서 세포분열로 증식한다.

 

고려의대 미생물학교실에서 부화란 실험을 위한 문헌조사를 하고 코리아 푸리나에 가서 유정란을 구해오고 지금 생각해도 하루하루가 신나는 개척의 길이었다. 결국 유정란을 부화시켜 가면서 부화란(chick embryo) 실험을 약 7,000개 하였다.  이때 국립보건원 병독과에서 실습을 하였는데, 그 친구들 정말 친절하였는데 지금도 그곳에 있을는지... 제가 한 실험 데이터는 개업의들의 의학박사학위논문에 사용되었다.

 

대학 다니면서 휴학도 여러 해 하였지만 그래도 연구실에서 실험을 할 수 있고 의대의 이곳저곳 연구실을 구경하면서 귀동냥도 많이 하고 법의학교실에서 검시하는 것도 보고 해부학교실에서 해골도 보고 포르말린에 담긴 실험용 인체도 보았다.

나는 실험을 많이 했지만 논문에 이름도 넣어 주지 않았고 고맙다는 글도 넣어 주지 않았다.물론 넣어 주는 선생님도 있었지만... 나에게 실험을 시킨 교수님들은 한사람도 내가 밤새워 한 실험 데이터로 논문을 썼지만 내 이름은 아무데도 넣어주지 않았다. 내가 대학원에 가셔도 많은 실험을 하였지만 ,  오직 내 석사논문 하나에만 내 이름이 남았다. 지금 같았으면 어림도 없다. 그러나 그 당시에는 다 그랬다. 위에서 시키는 대로 절대 복종이었다. 그러나 내 머릿속에 실험하면서 쌓아둔 기억들은 글을 쓰는데 강의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런데 동물실험을 많이 하다 보면 슬퍼질 때도  있다. 아니 정말 슬프다.

 

학원에서 생물 강의를 14년 동안 하면서 생활 생물이 일반인에게 더 유용하다는 것을 깨닫고생활 생물에 대한 글을 써서 출판사에 주니 아주 쉽게 쓴 교과서 같다고 하면서우리나라에는 인체에 대해 일반인이 읽을 수 있게 쉽게 쓴 글이 없다며 앞으로 인체에 대한 글을 학생이 아니라 일반인이 읽을 수 있도록 써 보라고 하였다.

마이크 잡고 강의를 하면 그냥 녹음기처럼 줄줄이 나오는데 글로 옮겨 쓰려면 하나도 기억이 안 나는 거다. 나중에는 강의 내용을 녹음해 두었다가 글로 옮겨 쓰기도 하였는데 말과 문자는 또 달랐다. 기껏 쓰면 교과서를 쉽게 풀어쓴 글이라고 일반인을 위한 글은 아니라고들 하였다. 모든 것 포기하고 일반인이 읽을 수 있는 인체 이야기를 쓰기 시작하였으나 그게 그렇게 쉽게 써지지 않았다. 나중에는 다른 사람이 평하기 전에 내가 쓴 글이 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쓰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

생각이 나지 않아 걸으며 보도불럭을 하나하나 세기도 하고 숲길을 걸으며 풀과 나무와 이야기하고....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머릿속에서 떠오르는데로 써내려간 글이

"입과 항문은 서로 닮았지?" 입과 항문은 서로 닮았지? (tistory.com)였고

얼마후 

"수소와 산소의 이별과 재회로 우리의 생활에너지 생성.

수소와 산소의 이별과 재회로, 우리의 생활에너지 생성 (tistory.com)

글이었는데 그건 고등학교 생물에서 "광합성과 호흡"으로 가장 어렵다는 부분인데

아주 쉽게 시( 詩)로 써내려같다.

수소와 산소의 이별은 광합성에서 일어나고 수소와 산소의 재회는 세포호흡에서 일어난다. 

 

지금까지 실험실에서 실험하고 대학과 대학원에서 공부하고 특히 의대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과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얻은 경험이 모두 글 쓰는데 기초가 된다는 것을 깨닫고 지난 세월이 보석처럼 느껴진다.

 

이제는 인체에 대한 글을 쉽게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조금 생긴다.

앞으로 내가 글자판을 두드릴 수 있는 힘이 다하는 날까지 인체에 대한 글을 쓸꺼다.

 

요즘은, 이 세상엔 공짜가 없다는 걸 실감한다. 그 많은 실험을 하면서 윗사람에게 서운한 것도 많았는데 이제 생각하니 모두가 나를 위한 일들이었다. 하늘이 준 좋은 기회들이었고 그런 일을 시켜준 선생님들께 감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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