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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성묘

by 임광자 2013. 4. 4.

성묘 


오늘 부모님 산소에서 사촌들과 만나기로 하였는데 7시에 일어나 첫차를 놓쳤다. 두 번째 차는 9시 20분에 터미널에서 출발하기에 이왕 늦은 거 8시 30분쯤에 출발하면 차타기에 좋을 것 같아서 인터넷을 탐색하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지금 어디쯤 오는 거여? 얼른 와! 늦게 오면 일다 끝나고 다들 내려 와.

-지금 시작해요?

-지금 올라갔어. 금방 끝나.

어허 큰일이다. 늦게 일어나서 첫차를 놓쳐서 9시20분 차타고 가려고 했는데 ... 

-지금 택시타고 갈게요.

부랴부랴 서둘러서 옷을 입고 터미널로 가서 택시를 잡아탔다.

-아저씨 신림저수지 넘어 청송 아시나요?

-신림면 청송 알아요.

-거기 산 있지요. 그리 가요. 성묘 가야 해요. 사촌들이 기다린다고 전화 왔어요.

 


사촌들을 만나러 산을 오르는데 손전화가 울린다.

-여긴 미국이에요. 선생님 블로그 글이 너무 좋아서 전화 드렸습니다.

 

소나무 숲이 우거진 산중에서의 긴 통화가 끝나고 사촌들과 만나 성묘하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헤어져 궁평 마을에 들러 사촌 오빠들 만났다. 연세가 가장 많은 오빠는 작년보다도 더 쇠약해지셨다. 양쪽 귀에 보청기를 끼우고도 잘 들리지 않는다고 한다. 조금 더 연세가 낮은 오빠도 늙기는 하였지만 그래도 조금 더 활발하다. 오빠 둘이 오늘 모임에 간다고 오토바이를 타고 가면서 나에게

-지금 송촌으로 가면 11시10분차가 있으니 부지런히 걸어 가.

-오빠 오토바이로 타고 가다 내려주고 가면 안돼요?

-부지런히 걸어가.

두 오빠는 오토바이를 타고 내가 가야할 길을 쏜살같이 달려서 시야에서 멀어진다. 걸음은 절룩거리며 힘없이 잘 걷지 못하지만 오토바이를 타고는 번개처럼 달린다.


하염없이 걷다가 신림저수지 옆을 지난다. 사진을 몇 장 찍었다. 차 시간 늦을까 봐서 여러 장 찍지도 못하고 걸음을 빨리 한다. 11시 10분 차를 타고 보니 3명이 버스에 앉아 있다. 기름 값도 나오지 않겠다. 그래도 이렇게 띄엄띄엄이라도 버스가 다니게 해주니 고맙다. 어쩔 때는 혼자타고 고창에 올 때도 있다.



사진은 갈 때는 택시 타고 허겁지겁 가느라 못찍고 올 때 찍었다. 

 

 

선산 가는 길에 있는 갈곡천

 

왼쪽 멀리 보이는 산속에 부모님이 짐들어 계신다.

 

멀리 보이는 마을은 사촌들이 살고 부모님이 살았던 궁평마을.

아버지의 7형제 중에 오직 아버지만 직장 따라 고창읍에서 살으셨다.

아버지는 7형제와 여동생 하나가 있었는데

다섯째 아들이었다.

 

갈곡천

아침에 택시로 갈 때는 이곳에 낛시꾼들이 낛시를 드리우고

삼매경에 빠져 있었는데 올 때는 아무도 없었다.

 

신림 저수지.

신림저수지를 끼고 이 다리를 건너 걸어가면 궁평이다.

어려서 고창읍에서 큰집과 외갓집 간다고

다리가 없던 그 시절에 있던 징검다리를 징검징검 많이 건넜다.

 

 

신림 저수지.

 

송촌마을 버스 타는 곳

 

 

 

고창에서 버스에서 내려 집으로 오는데

길가 집 담 넘어로 활짝 핀 백목련이 보기 좋았다.

 

 

 

집에 오니 핸드폰이 울린다.

-오빠야. 내가 늙어서 잘못하다가 넘어질까 봐서 동생을 오토바이로 태워주지 못하고 그냥 와서 미안해. 11시10분 차는 탔어?

-그 차타고 집에 왔어. 덕분에 걷기운동을 했으니 오히려 더 고마워.


성묘를 할 때 마다 느끼는 건데 무덤이 있고 그 둘레에는 돌로 장식을 한다. 산에는 온통 무덤이다. 화장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해도 무덤도 많다. 먼 훗날 후손들이 먼 선조들의 무덤이 어디 있는 지나 알까? 더군다나 오늘날에는 세계로 뻗어나가 사는 사람들이 많고 자녀수가 하나 또는 둘이 많은데 그들이 외국에서 살 때 조상 묘를 벌초하려 고국에 올까?


그래서 요즘에는 널을 사용하지 않고 봉분도 만들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것이 자연의 섭리를 따르는 원칙일 것 같다. 자연에서 와서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요즘은 수의도 인공섬유가 혼합된 것이 많아 문제가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그냥 한지에 싸서 수목장 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도 생각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사후에 시신을 조직 별로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도 좋을 것 같다. 이식에 성공한 조직은 다시 살 수 있으니 부활이 되는 것이 아닌가. 화장 하는 것도 깔끔해서 좋다. 화장해서 항아리에 담아 묻는 것 보다는 그냥 자연으로 돌려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매장 방법은 문제가 있다.

 

자연은 스스로 만든 생산품일 때 품어 안아 분해해서 자신의 일부로 받아 들인다. 자연이 생산하지 않는 것은 받아 들이지 않아 썩지 않아 물질순환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2013.04.04.  林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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