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춘지절에는 나도 물이 오른다.
봄의 입김이 다가오면 나무가 물이 오르기 시작한다. 나무가 물이 오르면 잎눈과 꽃눈이 부풀어 올라 새잎이 나고 꽃이 핀다. 나무가 물이 오르는 입춘지절에 나무껍질을 벗기면 그곳에서는 물이 줄줄 흐른다. 이런 이유로 해서 사람들은 나무의 줄기에 상처를 내어 물을 받아 약수로 먹는다. 고뢰쇠물은 그 중에서도 유명하다.
봄이 무르익으면 입춘지절처럼 나무가 왕성하게 물을 덜 빨아들인다. 봄이 깊어질수록 잎이 무성해지고 꽃이 피었다 지며 열매가 맺어 자라고 새 가지가 나와 자라기 때문에 나무가 빨아올린 물은 금방 다 사용하기 때문에 설사 더 많이 빨아들인다 해도 물이 남아돌지 않기 때문이다. 나무가 물이 오르려할 때 옮겨 심으면 잘 산다. 그래서 잎이 나기 전에 나무를 옮겨 심는다.
나는 아주 오래전부터 입춘지절이 다가오면 나도 모르게 육체적인 노동을 하고 싶어진다. 기운을 소모시키고 나면 개운해진다. 서울에서는 봄이 되면 집을 뜯어 고치는 일을 즐겼다. 기운을 많이 쓸 때는 하루에 몇 시간씩하고 기운을 덜 쓸 때는 하루 종일 서서히 일을 해 나간다. 새롭게 고쳐놓고 나면 생활이 편리해져서 그 또한 즐거웠다. 고창에 내려와서는 집 지을 때 너무 힘을 많이 써서 때론 나도 모르게 아무데서나 스르르 잠속에 빠지곤 했다. 앉아서도 자고 누워서도 자곤 했다. 자고나면 다시 기운이 났다. 자고 나면 기운이 난다고 해도 몸은 피로가 많이 누적되었는지 겨울에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쉬었는데도 작년에는 봄의 한 가운데에 접어 들 때까지도 그렇게 기운을 쓰고 싶지 않았다. 집 짓는 것은 정말로 신경이 많이 쓰인다는 걸 직접 경험해서 알았다. 그래서 사람들이 말하기를 집을 셋 채를 지으면 부부가 이혼을 한다고 한다.
올 봄에는 예전으로 돌아간 느낌이다. 지난겨울은 엄청 추웠지만 난방온도를 워낙 낮게 해 놓았더니 가만히 있는 것 보다 움직여야 따뜻해서 그냥 움직여졌다. 입춘이 가까워지는 며칠 전부터 지난 가을에 짓다 만 새 부엌 공사를 시작했는데 욕심이 생겨서 더 넓혀서 옷방 하나와 새 부엌을 만들기로 하고 예전에 만들었던 테두리 공사를 넓혀서 다시 잡았다. 아직은 주변이 온통 눈과 얼음이라 일할 곳을 정리를 할 수 없어서 마음이 급하다.
왜 나는 봄이 오면 기운이 팔팔해질까? 참 나는 봄을 타지 않는다. 어떤 사람은 봄이 되면 입맛이 없고 기운이 없어진다고 하는데 나는 그 반대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 보았다.
겨울에는 우리 몸에서 추위를 막아 낼 열을 내기 위해서 에너지대사가 활발하게 일어난다. 겨울엔 우리 몸의 세포들은 부지런히 에너지를 생산하다가 봄이 되면 기온이 올라가서 세포들이 열 생산량을 낮추어야 한다.
우리의 체온은 봄여름가을겨울 동안 항상 36.6도에서 37.5도 사이를 유지해야 하는데 기온은 여름은 높고 겨울은 낮아진다. 여름에는 땀을 내어 올라가는 체온을 낮추어 주느라 에너지 소모가 많아 여름에는 살이 빠진다고 한다. 겨울엔 피하지방을 배에 축적하여 밖으로 열을 빼앗기지 않으려고 해서 겨울에 살이 더 찐다고 한다. 또한 겨울에는 열을 생산하느라 더 먹는다고 한다.
겨울 추위에 맞추어졌던 몸의 메커니즘이 기온이 올라가는 봄 기온에 맞추려고 세포들이 열 발생을 적게 하려고 에너지 대사가 낮추어져서 기운이 없어지고 입맛도 없어진다고 본다. 에너지대사가 일어날 때 열이 나온다. 나는 좀 특별하다. 겨울에 옷을 두껍게 입고 움직이면 땀이 나오고 아주 개운하다. 겨울에 두꺼운 옷을 입지 않으면 가만있을 때 춥다. 나는 가만있으면 체온이 조금 낮다. 움직이면 체온이 팍 올라간다. 나는 가만있는 것 보다 움직여야 기분이 상쾌하다. 그러다가 피로하면 무조건 쉰다.
어쩠든 나는 며칠 전부터 물오른 나무처럼 무언가를 하고 싶고 해야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다.
봄 타는 사람, 밥맛없는 사람, 기운 없는 사람들은 움직이면 기운을 쓰게 되고 우리 몸은 기운이 소모되면 다시 만들어 보충 하느라 기운이 생산되고 기운의 원료인 밥을 요구해서 밥맛이 좋아진다. 옛 어른들 말씀이 기운 없다고 가만있으면 더욱 가라 않고 일어나 움직이기 시작하면 기운이 솟아 나온다고 한 말 진리다.
2011.02.05.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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