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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봄비

by 임광자 2010. 2. 13.

봄비


봄이 오는가?

스륵스륵 봄이 오는 소리

사각사각 봄비 내리는 소리

촉촉한 냄새

안개처럼

이슬처럼

어른거리며 내리는 봄비가

며칠을 쉼 없이 흙을 적시더니

늦가을에 심은 완두콩 싹이 기지개를 키고

매화의 꽃눈이 부풀어 올라

터질 것 같다고 눈짓한다.


여기저기 심지도 않은 봄나물들이

파릇파릇 손을 내밀며

겨우내 맛을 들여 놓았다며

먹어달라고 웃음 짓는다.


추운 겨울 동안 나목으로 살면서도

줄기는 겉껍질 속에 엽록체를 감추고서

광합성을 부지런히 해서

추위를 견딜 연료를 공급하고도 남아

단단한 목질을 만들어 나이테를 완성하고

한 살을 더 먹는다.


봄비는 쉼 없이 뿌리를 찾아가고

잎눈과 꽃눈을 보듬고

스멀스멀 속으로 스며들어가

잠자는 DNA를 노~크 한다.

이제 그만 일어나라고.

늦잠 자는 자에게 물수건을

얼굴에 올리듯이

봄비는 유전암호 DNA에게

물수건이 되어준다.


꽁꽁 묶인 새끼줄 같은 이중나선의

DNA는 두 줄의 압축코일이다.

봄비로 압축코일이 풀리면서

숨겨진 시작 유전암호가 나타나며

일 년 대사를 치룰 유전암호를

차례차례 깨우며 일을 시작하자고

뽀뽀를 한다.


이른 봄비

입춘지절의 봄비는

잠자는 DNA를 깨우는 물수건.

생명이 일 년을 시작함을 알리는

생명의 전령이다.


봄비만 먹고 생명들이 그냥 있는 줄 알면

오해다. 아무렴 큰 오해다.

봄비는 생명의 속으로 스며들어

일 년의 계획표가 DNA에 들어있으니

DNA가 활동개시를 하고 단백질을 만들고

효소를 만들고 세포분열을 하는 동안

우리들 눈에는 아무 것도 보이지 낳는다.

다만 줄기와 눈에 물이 올라 생기가 돌뿐이다.

 

생명체가 보여주는 생기야 말로

앞으로 잘 살겠다는 징표다.

봄비는 생명체에게 물이 오르게 하고

생기를 뿜어내게 한다.


2010.02.13.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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