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치기
노인 복지관에 가면 보다 일찍 점심을 먹기 위해서 식당에 들어가려면 줄을 서야 하고 1시10분 복지버스를 타려면 줄을 서야 한다. 줄을 설 때 꼭 새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새치기를 잘 하는 사람들은 정해져 있다.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식당 옆으로 가서 줄을 서면 앉아 옆 사람들과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다가 11시 50분 식당문이 활짝 열리고 표를 받는 사람이 오면 일어서면 바로 줄이 된다. 의자에 사람이 다 차면 그 뒤는 서서 줄을 선다. 내내 다른 곳에 가서 있다가 식당문 열리는 시간이 가까워지면 슬금슬금 걸어와 아는 사람 앞에 서서 이야기를 하다가 은근슬쩍 끼어든다. 한번은 세 아주머니가 우르르 몰려와서는 어떤 아저씨 앞에 와서는 이야기를 주고받더니 그 아저씨 뒤로 셋이 끼어들었다.
“아니. 왜 새치기해요?”
새치기로 뒤로 물러나게 된 사람이 새치기 한 사람들에게 말하면
“한 동네 사람이니까 함께 줄을 서야지요.”
“뒤에 가서 함께 줄을 서면되잖아요?”
“......”
새치기 한 사람들은 일단 줄 사이로 들어오면 막무가내로 꿈쩍 않고 서 있다. 그렇다고 싸울 수도 없고 새치기 당해서 뒤로 물러난 사람은 기분 나쁘지만 입을 다물고 만다. 그럼 그 뒤로 쭉 줄 서 있던 사람들이
“거 새치기 못하게 해요!”
말하며 눈살을 찌푸리니 눈총을 날리는 거다.
왜 그럴까? 새치기 하는 것 보다는 일찍 와서 자리를 잡으면 되는데 여기저기 돌아다니다가 아는 사람 옆에 와서는 이야기를 하다가 슬쩍 끼어든다. 내 앞에서도 새치기를 한 사람들이 있다 그럼 나는
“새치기를 하면 눈총 받아요. 눈총 받으면 여기저기 아파요. 염려지덕으로 건강하고 평안하게 산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니 남에게 좋은 일 하면 다른 사람들이 염려해주는 덕으로 잘 살아요. 눈총은 악기니까 악기가 몸에 침범하여 여기저기 아프지요. 식물도 사랑해주면 더 잘 자란다고 하잖아요.”
라고 말하면 멋쩍게 웃으면서도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새치기를 하는 사람은 새치기를 한다.
새치기를 하는 얌체행동 보다는 12시를 넘으면 줄을 서지 않고도 식당으로 들어가 식사를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새치기를 하는 이유는 무얼까?
내가 일찍 식당 앞에서 줄을 서는 이유는 많은 사람들이 주고받는 이야기 속에서 내가 쓸 글 자료를 얻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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