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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복(생생연) 이야기

제자가 내 집에서 차려준 밥상

by 임광자 2012. 8. 5.

제자가 내 집에서 차려준 밥상



서울에서 오랜만에 제자 부부와 옛 직장 동료 두 명이  생생연에 왔다. 제자와 옛 동료 두 여자는 오자마자 나더러는 가만 있으라하고 자기들이 식사를 해서 대접하겠다고 시장으로 가서 토종닭과 열무와 요리에 사용할 각종 양념들을 사왔다. 백숙에 넣을 쌀과 밥을 지을 유기농 잡곡까지 가져왔다. 먼 길을 오느라 피로했을 텐데도 둘이서 어떻게나 부지런히 요리를 하는지 옆에서 보는 내내 부지런한 젊음이 부러웠다. 그녀들도 이제는 오십대다. 덕분에 저녁을 잘 먹었다. 담가 놓은 열무김치는 참으로 맛있다.


제자가 내 옷을 사 왔다며 강의할 때 입으란다. 그 옷을 입고 저녁 때 모양성에 올랐다. 며칠 있다 갔으면 좋으련만 오늘 아침 일찍 먹고 설거지까지 깨끗이 해 놓았다. 가고 나서 보니 갈색설탕과 까나리액젓과 사과식초 그리고 비닐지퍼팩과 일회용 비닐장갑 등이 있다.


기술자인 제자 남편은 절약형 선풍기 두 대를 만들어 왔다. 덕분에 강의 할 때 수강생들이 시원하게 수업을 받을 수 있겠다.


남자들이 시장에 가더니 수박을 사왔다. 나는 제자일행이 온다고 해서 나무에 달린 채로 남겨 둔 복숭아와 포도를 직접 따서 그들에게 주었다. 남쪽에 있던 옥수수는 햇빛이 좋아서 일찍 수확해서 이미 먹었고 남겨 두었던 동쪽텃밭의 자잘한 옥수수를 어제 모두 따서 이들에게 주었더니 막 따서 찐 거라 맛있다고 한다.


한 사람이 베란다가 시원하다고 거기서 자겠다고 해서 옆문을 아직 달지 않은 것을 깜박하고 이브자리를 주고 자게 했다. 아침에 그녀를 보니 온몸이 모기 물린 자국으로 벌집 같다. 강의실로 들어오지 그랬냐고 하니 자는 사람 깨우기가 미안해서 그대로 있었단다. 세레스톤 지 연고를 모기 물리 부푼 곳에 발라 주었다. 내가 더우니까 정신이 나갔나 보다 달리지 않는 문 자리에 커튼이라도 쳐 주는 건데 어떻게 그렇게 깜박일 수 있는지 아침에 그녀의 눈을 보니 불면의 밤을 보낸 증거로 충혈 되어 있다. 잠을 못자서 어떡하느냐고 하니 밤새껏 모기를 많이 때려 죽였단다.


아침에 일어나니 벌써 둘이서 부엌으로 가서 아침을 준비하여 상을 봐 놓았다. 내 생전에 내 집에서 손님이 이렇게 차려준 밥상을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감격의 눈물이 마음속을 타고 젖어 온다. 다음부터는 내가 적당히 차려준 밥상을 받고 여기저기 구경을 하자고 했다. 이곳에서만 해 줄 수 있는 먹을거리가 있으니까... 너무 너무 고생을 하고 돈도 많이 쓰고 갔다. 다음에는 내가 맛있는 걸 미리 준비해 두었다 줄 게.......

 

고인돌 공원, 선운사, 내장사 백양사를 들려서 서울로 올라가기로 하고 아침에 떠났는데 구경 잘하고 조금전 서울에 잘 도착하였다고 문자가 왔다.

 

 

 

아침에 떠나기 전에 사진을 찍었다.


2012.08.05.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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