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풍잎의 넋두리 -단풍이 드는 이유
나는 잎이다. 내가 봄에 태어날 때, 내 주변의 생명들은 조상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전암호에 환경의 영향을 받아들여 여러 모습으로 변신하여 자신의 자태를 뽐내려고 여러 모양과 색깔로 개체변이를 일으켜 눈부시고 감미롭고 향기롭고 화려한 색상으로 세상을 장식해서 그냥 어디를 보아도 찬란한 생명의 향연이 펼쳐졌고 그 속에 나도 있었다.
풀과 나무들은 잎이 없으면 살아 갈 수 없다. 내가 세상에 나와서 해님을 바라보며 일용할 양식을 만들어 주어야 어떤 식물이고 살아 갈 수 있었으며 식물이 살아야 동물들도 살고 식물과 동물이 있어야 미생물도 살아 갈 수 있으니 우린 생명의 어머니였다.
나는 태어나자마자 그 앙증맞은 잎으로 뿌리에서 흡수해 올라온 물을 분해시켜 나온 수소에게 빛에너지를 화학에너지로 전환하여 안겨 주었다. 물은 수소와 산소로 이루어졌는데 둘을 이혼을 시켰으니 산소는 그냥 기공으로 나가 공기 중으로 들어간다. 공기 중의 산소는 바로 내가 생산한 거다. 에너지를 가진 수소는 그냥 가만있질 못하고 흥분 상태가 되고 나는 흥분 상태의 에너지를 품고 있는 수소를 내 몸의 뒷면에 주로 있는 기공(숨구멍)으로 공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서 둘을 결합시키니 수소는 조용해졌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은 물에 녹고 단맛이 있는 포도당이다. 포도당이 많아지자 체내의 물이 약간 끈적끈적하고 삼투압이 높아져 안 되겠다 싶어서 포도당을 줄줄이 꿰어 엮어서 녹말을 만드니 물에도 녹지 않고 달지도 않아서 좋아서 낮에는 녹말로 만들어 그대로 두었다가 밤이 되면 다시 녹말을 포도당으로 녹여 체관을 흐르는 물속에 녹여 온 몸으로 보내니 온 몸의 세포들은 포도당으로 단백질, 지방, 비타민, 핵산을 만들어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세포수가 증가하니 온몸은 점점 자라기 시작한다.
내가 점점 자라서 어른 잎이 되니 양분을 만들고 산소를 공기 중으로 방출하는 속도가 빨라지고 나의 주인은 무럭무럭 자라서 꽃도 피우고 열매도 만들고 열매 속에 씨앗도 영글고 하는 동안에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기온이 점점 낮아지는 가을이 온다.
나는 영양기관이고 호흡기관이다. 즉 나는 가장이고 어머니다. 그런데 기온이 점점 낮아지자 나는 영양분(광합성)을 만들 수가 없다. 나는 이제 살 가치가 없는 거다. 내 몸은 가지에 잎자루를 붙이고 잎자루에는 넓은 잎새를 붙이고 있다. 내가 살아 갈 수 있고 일용할 양식을 만들 수 있었던 것은 뿌리에서 줄기로, 줄기에서 가지로, 가지에서 잎자루로, 잎자루에서 잎새에 그물처럼 뻗은 잎맥 속에 뻗은 물을 운반하는 물관으로 물이 들어오고 기공으로 공기가 드나들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온도가 낮아지면 영양을 만드는 광합성 작용을 할 수 없으니 내 주인은 용단을 내려 나를 죽이고 자기가 살기위해서 가지와 잎자루 사이에 있는 관다발을 막아 버린다. 관다발을 막는 곳에 떨켜층이 만들어지는 식물은 낙엽을 떨어뜨리지만 떨켜층이 없는 식물은 낙엽을 그대로 겨울까지도 달고 있다. 관다발이란 뿌리에서 흡수한 물이 잎까지 올라가는 물관과 잎에서 만든 양분을 뿌리까지 운반하는 체관을 합해서 관이 다발로 있다 해서 관다발이라 한다.
나는 색소체를 가졌다. 색소체 속에는 엽록소와 노랑과 빨강이 있다. 엽록소는 클로로필이라 하고 노랑은 크산토필이라 하고 빨강은 카로틴이라 한다. 색소체가 가지는 세 가지 색소 중에서 엽록체가 가장 많아서 잎은 녹색이다. 내가 녹색인 것은 엽록체를 가져서다. 엽록체가 녹색인 것은 엽록소가 있어서다. 그런데 왜 단풍이 들까? 엽록소는 빛에 의해서 살고 죽는다. 빛을 받으면 녹색이지만 빛이 없는 곳에 오래 있으면 백색으로 된다. 가을에 빛도 약해지고 기온도 낮아져서 뿌리에서 물이 공급되지 않으면 엽록소는 죽는다. 엽록소가 죽으면 함께 있던 노랑이나 빨강 색소가 두각을 나타내 노랗고 빨갛게 단풍이 든다.
나의 일생은 가을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땅에 떨어져서 추운 겨울 뿌리의 이불이 되었다가 미생물에게 먹혀서 썩어서 부식토가 되어 완전히 무기물로 돌아가면 토양수에 녹아 있다가 뿌리가 물을 흡수할 적에 빨려 들어가서 다시 잎이 되고 줄기가 되고 꽃이 되고 열매가 되어서 다시 태어난다. 나는 윤회한다. 그래서 바람이 살살 불어서 나를 일생동안 먹여 살려 주었던 주인의 뿌리를 덮는 흙 위로 떨어지기를 바란다. 뭐 멀리 다른 나무 밑에 떨어져도 좋다. 그럼 다른 식물로 환생을 할 것이다.
봄에 찬란하게 태어났다가 가을에 화려한 색깔로 단풍이 들어 아름다운 자태로 바람 따라 훨훨 날리다가 흙 위로 사뿐히 내려앉아 있을 때 그대들이 나를 밟아 주면 나는 더 빨리 윤회의 길을 거쳐 환생이 빨라질 것이다, 나는 죽지 않는다. 다시 태어난다. 그래서 나는 죽을 때도 화려하게 죽는다. 즉 나는 변신을 하기 위해서 잠시 여러분의 눈에서 사라질 뿐이다.
2011.11.09. 林 光子
★매주 토요일 오후 2시부터 3시까지 전북 고창읍 전통시장 주차장 옆
생활생물 연구소에서 인체여행 강의 합니다.
11월에는 배설계(비뇨계) 강의
11월 `12일 강의 제목: 오줌을 만드는 단위 네프론
★아이폰에서 "인체와 건강 이야기" 블로그 글을 볼 수 있어요.
아래를 클맄:
http://podgate.com/web/?ac=apps&item_id=376650285
다운가능 : 한국 Yes / 미국
'생생연 교재자료 > 생태계' 카테고리의 다른 글
농약 없이 배추를 길러보니 ... (0) | 2011.11.24 |
---|---|
우리의 혈관과 식물의 관다발 (0) | 2011.11.11 |
고무통에 심은 더덕 캐니 옹골지다 (0) | 2011.09.25 |
생생연 사두오이와 관상용 향기나는 연꽃 (0) | 2011.09.14 |
메뚜기 잡아 냠냠 먹고 있는 사마귀-먹이사슬 (0) | 2011.09.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