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란한 봄맞이를 위하여

찬란한 봄맞이를 위하여.

아직 2월인데도 화창한 봄날이다. 이렇게 좋은 날 방안에 있는 것 보다 찬란한 봄맞이 준비를 위해서 그제 장날엔 나무 시장에 가서 살구나무와 밤나무와 엄나무 묘목을 사서 심었다. 묘목을 사가지고 오는데 아저씨 한분이

-무슨 묘목이에요?

질문을 받고 묘목을 보니 헷갈린다.

-글쎄요.-

나는 다시 나무시장으로 가서

-밤나무 묘목하고 살구나무 묘목을 어떻게 구별해요?

아저씨는 줄기의 절단면에 “살”자와 “밤”자를 써준다.

-제가요 대봉묘목하고 단감 묘목을 사서 그냥 가져와서 심었는데 지금도 어느 게 대봉이고 단감인지 구별을 못해요. 그 때 이렇게 절단면에 써 주었다면 참 좋았을 텐데요.

 

3년전 대봉과 단감 나무 묘목은 산림조합에서 판다는 묘목시장에서 사 왔었다.

-대봉하고 단감 묘목은 저도 헷갈려요.

나무 아저씨는 대답하며 웃는다.

 

밤나무

 

살구나무

 

엄나무

 

어제는 시멘트 일을 하였다.

맨 위는 방을 만들 생각이다. 돌담 안쪽으로 130mm판넬을 붙일 거다.

방 아래는 부엌이다. 왼쪽위의 시멘트벽돌 테두리는 수돗간 자리다. 세수도 하고 발도 씻으려면 앉아서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 수돗간을 만든다. 세수하는 시간 보다 발을 씻는 시간이 훨씬 오래 걸린다.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고 문지르며 비눗칠 하고 네번 이상 헹구어야  하루 종일 내 몸을 옮겨주고 지탱시켜주느라 고생한 발이 피로를 풀 것이기 때문이다. 오른쪽 아랫쪽은 현관이다.

바닥에 까는 잡스라기 시멘트조각과 잔돌은 서쪽의 시멘트를 깨고 가져다 깐다. 서쪽은 하수관을 묻기 위해서 시멘트를 들어내고 있다. 하수관을 깊이 묻고는 위에 흙을 덮어서 상추나 부추 같은 것을 심을 거다.

 

여기서 나오는 부수러기들을 동쪽의 방과 부엌의 기초를 다지는데 재활용한다.

 

왼쪽으로 조금 보이는 양파 밭에 방을 하나 만들 생각으로

하수관과 수도관을 뽑아오는 공사를 하고 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끝내고 자신 없는 것만 맡길 생각이다.

오늘은 조금 마른 나무 조각들을 화덕에 넣고 가을에 끓이다 만 재활용 매실을 다시 끓였다. 재활용 매실이란 청매로 차나 식초를 담았다 꺼대 둔 것이다. 이것들을 끓여서 매실 잼을 만들어 두고서 새콤달콤 나물 무칠 때에 사용할거다.

 

 

동쪽에 있던 작은 비닐 밭을 옮길 생각이다. 오늘 시금치는 삽으로 흙까지 떠서 옮기고 상추는 내일 모레 사이 뽑아서 먹을 거다. 이곳에는 커다란 고무통을 놓고 연못을 꾸밀 거다.

동쪽에 연못을 만들 고무통이다.

 

 

이렇게 상추와 시금치가 잘 자라고 있던 밭을 옮기고 있다.

보다 더 좋게 꾸미려고.

 

왼쪽에 있던 시금치 밭을 흙을 그대로 떠서 오른쪽 위쪽으로 옮겼다. 오른쪽 위를 보면 파릇파릇 시금치가 보인다.

 

서쪽에 만든 연못 바닥에 구멍이 났는지 물을 부우면 새나간다. 처음에 할머니들 이야기 듣고 하우스 비닐을 바닥에 깔고 흙을 놓고 물을 채워 만들었는데 지금 생각하니 조금 모자란 아이디어였다. 땅을 파고 하우스 비닐을 깔 것이 아니라 커다란 고무통을 묻고 물을 채워서 연을 심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다. 아무튼 지금 연못자리는 햇볕이 드는 시간이 짧은 곳이니 보다 양지바른 곳으로 옮길 생각이다.

 

연못이 있던 곳과 그 주변에는 흙을 많이 부어서 텃밭으로 만들 생각이다.

그늘이 많이 지는 곳이나 가로등 불빛이 밝아서 잎채소를 심으면 여름 한철은 잘 먹을 수 있다.

 

지금 하는 공사가 다 끝나면 볼 것이 더 많은 생생연이 될 것 같다. 찬란한 봄맞이를 위하여 준비하는 기간이 더욱 뿌듯하다.

2011.02.25.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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