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대 노파가 떨면 돈을 벌어!”
고창에 80대 노파와 덜 떨어진 50대 아들이 집세를 받아 생활하고 있었다. 아들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어 할머니는 정신을 놓을 수가 없어 눈을 부릅뜨고 아들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착한 사람으로 살아간다. 누가 아들에게 나쁜 말이라도 할까 보아 전전긍긍하며 남에게 나쁜 소리 한마디 하지 않고 항상 상대편에 서서 생각을 하며 목소리도 곱게 깔고 말을 하고 행동거지도 아주 조심스럽게 살아가서 동네 사람들은 그 할머니 보다 더 착한 사람은 없다고 말한다.
어느 날 할머니 앞에 비어있는 가게를 얻겠다고 중년의 아주머니 한분이 찾아 왔다.
“할머니! 가게 저한테 월세 주세요.”
“무슨 장사 하려고?”
“음식점 하려고요.”
“달세를 얼마 낼 건데?”
“할머니! 보증금 없이 한 달에 이십만 원 드리지요. 그리고 할머니 반찬은 제가 책임지지요.”
“김치도?”
“김치는 제가 대 드리지요. 이래봬도 저 아주 음식솜씨 좋답니다.”
“그래. 내가 나이드니 음식 만드는 것이 힘들어.”
“제가 어머니처럼 모시지요.”
“고맙네.”
할머니는 계약서도 없이 그냥 사람만 믿고 가게를 하라고 하였다. 아주머니는 즉시 이십만 원을 미리 주고 다음날부터 가게가 더럽다고 수리를 하기 시작한다. 며칠 만에 가게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어지고 손님을 받기 시작하였다. 보신탕을 하기 때문에 손님들은 많았다. 아주머니 음식 솜씨도 뛰어나고 손이 커서 푸짐하게 음식을 차려주어 단골도 생겼다.
두 달째가 되자 갑자기 아주머니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서 가게에서 술을 먹고는 추태를 부리기 시작한다. 장사는 끝장난다. 싸움판에 누가 먹으러 오겠는가? 주정뱅이 남편이 가게에 오면 아주머니가 할머니 방으로 피신 온다. 할머니는 아주머니를 감추어 주고 그녀의 남편은 할머니 방에 구둣발로 들어와서는 그년을 내어 놓으라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른다. 할머니는 아들이 충격을 받을까 봐 전전 긍긍한다. 며칠을 그런 생활을 하자 할머니도 지쳤다.
“자네 앞으로는 내 방으로 피신 오지 말게.”
“할머니! 저 인간이 나더러 돈을 내어 놓으라고 저 야단이네요. 가게 수리 하면서 저 놈의 돈을 빌려 썼거든요. 저는 이대로 있으면 저 놈한테 얻어맞아 죽어요. 저 도망갈래요.”
할머니는 가게 문에 음식점 할 사람을 구한다는 방을 써 붙였다. 일주일이 지나도 가게는 나가지를 않고 음식점용으로 꾸며 놓아서 다른 장사를 하려면 가게를 다시 완전히 고쳐 놓아야 한다. 보름이 지나자 만취한 그녀의 남편이 구둣발로 할머니 방에 들어와서
“그년 어디 감추었어! 내놔!”
“당신 마누라를 왜 여기서 찾나?”
“할망구가 숨겼지 않아!”
“너는 어미도 없냐. 왜 이리 행패냐!”
“그년만 내어 놓으면 돼. 그년이 내 돈 떼어먹고 안 갚았거든.”
“얼마나 떼어 먹었는데?”
“육백만원!.”
“육백만원?”
“가게 수리비가 육백만원 들어갔어! 가게를 수리해 놓았으니 권리금이 바로 육백만원! 그년이 나한테 빌려간 것이 육백만원!”
“가게를 내어 놓았으니 가게 나가면 보증금 받아 줄 테니 나중에 와!”
“일주일 후에 올 테니 권리금 준비해 놓아!”
덜 떨어진 아들은 한쪽 구석에 웅크리고 앉아서 덜덜 떨고 있다. 할머니는 아들에게 가서 꼭 껴안아 주며
“내가 해결할 터이니 넌 걱정 안 해도 돼. 너처럼 착한 사람도 있지만 저렇게 못된 놈도 있단다.”
일주일이 넘어도 가게는 나가지 않고 그 아주머니는 소식도 없다. 아무리 가게를 둘러보아도 육백만원이 들어 간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 두 달 치 월세 40만원을 받고 육백만원을 내 주어야 할 것 같다.
일주일이 되는 날 그녀의 남편이란 작자가 완전히 꼭지가 돌아갈 지경으로 마시고 와서는
“내 권리금 내 놔?”
“육백만원이 들어갔다는 증거가 어디 있소?”
할머니가 정신을 가다듬고 묻자.
“아니 그 씹할 년이 가게 수리 한다고 육백만원 가져갔어. 견적서 가지고 올까! 와!”
붉은 눈이 돌아가면서 희번덕거린다. 오물이 묻었는지 냄새가 지독하게 묻은 왼쪽 구둣발을 아들 앞에 탁! 소리가 나도록 내려놓고 허리를 굽히고서 노려본다. 할머니는 아들에게 헤 꼬지를 할까 보아서 손을 벌벌 떤다. 아들의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이 주르륵 흐른다. 그놈은 왼쪽 구둣발을 뒤로 빼고 오른쪽 구둣발을 탁! 아들 앞으로 놓으면서 무릎과 허리를 굽히고서 눈물을 흘리고 있는 아들 눈앞에 험상궂은 얼굴을 바짝 빼고서는 노려본다. 아들은 더욱 발발 떤다. 할머니는 애원하는 눈빛으로 그놈에게 다가가
“여보시오? 나하고 이야기해요.”
“권리금만 주면 나 그냥 가? 아들 손가락 하나도 안 건드렸다.”
할머니와 그놈이 이야기하는 사이 아들은 방을 나와서 창고로 들어갔다. 이제는 80대 할머니와 험상궂은 그 놈만 남았다.
“아무리 보아도 이건 너무 하잖나? 두 달 치 월세 40만원 내고 육백만원을 내라니 말이 되나?”
“이 할망구가 지금 뭔 말을 하는 거야! 가게를 내어 놓았으면 보증금을 받았을 게 아냐?”
“그 여자는 보증금 한 푼도 안 주고 월세 냈고 내 반찬을 해 주겠다고 했어. 하늘이 무섭지 않냐?”
“이 할망구가 아직도 정신이 안 드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할머니를 밀어뜨렸다. 할머니는 쓰러지면서 벌벌 떤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렇게 불한당 같은 놈은 처음 본다. 다른 셋방에도 사람들이 살지만 그 놈이 워낙 발광을 하기 때문에 다들 방 밖으로 나오지를 못한다.
“내일까지 육백만원 내 놔!”
“천벌이 두렵지 않냐?”
할머니가 외치는 소리를 뒤로 하고 그 놈은 대문 밖으로 나갔다. 그 때서야 셋방 살던 사람이 나온다.
“할머니! 괜찮아요?”
“저 사람 하는 꼴을 보니 아무래도 전문적인 사기꾼 같아요.”
문간방에 사는 총각이 한마디 한다.
“나도 그렇게 봤어?”
북쪽 방에 사는 아주머니가 아이를 업고 와서 한마디 한다. 할머니가 정신을 차리고 세든 사람들에게 한마디 한다.
“어여. 다들 들어가 밤이 늦었지.”
할머니가 방으로 들어가려다 도망간 아들을 찾으려 창고로 간다. 아들은 어머니와 다툼이 있거나 어머니에게 항의를 할 때면 들어가는 창고가 있다. 집 뒤쪽 으슥한 곳의 창고 안에는 자리가 깔려 있어서 그곳에서 앉아 있거나 누워 있을 수도 있다. 아들은 창고 안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울고 있다.
“그깟 일로 왜 울어. 나 죽고 너 혼자 남으면 어떻게 살려고 마음을 강하게 먹어라! 우리가 죄를 짓는 것이 아니라 그 놈이 죄를 짓는 거다.”
눈물이 글썽이는 눈으로 의연한 얼굴을 갖춘 엄마를 바라보며
“엄마! 우리 그냥 육백만원 주어 버리자.”
“그놈 하는 짓을 보니 그래야 할 것 같다. 내가 젊으면 어떻게 해 보겠는데 늙고 보니 어떻게 할 수가 없구나. 그 아주머니한테 속은 것 같다.”
“우리한테 여우처럼 그렇게 잘해준 아주머니가 그런 사람이었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아.”
“사기꾼이 착하게 보이지 않음 누가 사기를 당하겠니?”
“엄마! 이 집 팔고 작은 집으로 이사 가.”
“그러자. 구십을 바라보는 내가 살면 얼마나 살겠니.”
둘은 그 놈한테 육백만원을 주기로 하고 이번에는 영수증을 받기로 하였다. 아들이 영수증을 쓰고 인주를 준비했다. 약속한 날짜에 그 놈이 왔다. 이번에는 술이 덜 취했다. 모자는 그 자에게 영수증에 지장을 찍게 하고는 백만 원 수표 여섯 장의 번호를 적어 놓고서 그에게 주었다. 그 놈은 육백만원을 받고는
“진즉 이렇게 주었으면 내가 나쁜 놈이 안 되었을 터인데. 나만 나쁜 놈 만들었잖아요.”
모자는 그 놈에게 수표를 주고는 그냥 슈퍼에 갈일 있다면서 집을 나왔다. 그 놈이 한길로 나와 저만치 사라지는 것을 보고 집으로 들어가 가게로 갔다. 언제인지 값나가는 것은 다 빼갔다. 바로 그년이 날마다 하나씩 빼갔나 보다. 그러고 보니 열쇠도 안 주고 갔다는 것을 깨닫는다. 오랜 세월이 흘러서 그들은 똑 같은 수법으로 정읍에서 다른 사람을 사기 쳤다는 소식을 들었다.
林光子 2008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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