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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복원(생생연) 짓기

혀로 설거지를 하면.

by 임광자 2008. 4. 15.
 

혀로 설거지를 하면.



헐리다만 집에서 기거를 한지도 3개월이 되어 간다. 우리 집은 여섯 가구가 살았다. 각 가구 마다 부엌이 있어 수도 계량기에서 여섯 곳으로 수도관이 뻗었다. 새집을 짓기 위해서 위채의 수도 하나만 남기고 모두 폐쇄를 시켰다. 그런데 포클레인으로 건물을 허물때 바닥을 너무 파내면서 수도관에 구멍을 내었는지 여기저기서 물이 솟구쳤다. 인부들이 물이 솟구치는 곳의 수도관을 찾아서 막았는데도 수도계량기를 열면 빨간 별표가 휘~잉! 화살보다 더 빠르게 돌아갔다. 아무리 찾아도 물이 솟구치는 곳은 없는데 수도계량기는 막 돌아간다. 할 수 없이 물을 사용할 때만 계량기를 열기로 하였다.


하나만 남은 수도와 수도계량기가 있는 곳은 떨어져 있어 불편하다. 건축공사가 시작되면 수도계량기 통을 옮겨야 한다. 건축을 하기로 한 사람에게 빨리 시작하라고 하니 교통사고로 눈이 다쳐서 뜰 수가 없어서 입원중이란다. 그래서 되도록이면 수도를 덜 틀기로 하였다. 수도요금 왕창 나오면 기분 별로니까.


내 밥그릇은 깊지 않고 넓다. 왜 이런 밥그릇을 사용하느냐면 혀로 설거지하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국물을 싫어하는 나는 자작하게 말아 먹는다. 국을 말아 먹고 바로 혀로 그릇을 핥으면 개밥그릇처럼 아주 깨끗하다. 그런데 비빔밥을 먹고 나면 조금 힘들어 물로 한번 헹구어 마신다. 그런 다음 그릇을 핥는다. 얼른 보면 설거지를 한 것처럼 보인다. 물로 헹구기만 하면 된다. 퐁퐁도 필요 없고 물도 아주 적게 들어간다.



옆지기는 내가 혀로 설거지를 하는 것을 보면 “워리~ 워리~” 하면서 골린다. 내가 옆지기와 공동으로 사용하는 그릇도 혀설거지를 하여 그대로 두면 그릇을 씻은 것인지 안 씻은 것인지 알 수가 없어 옆지기는 내가 먹은 것이든 자기가 먹은 것이든 가리지 않고 무조건 설거지를 한다.


“혀로 핥아서 아무리 깨끗해도 물로 헹구어 놓아!”

“그대로 말리면 세균이 못 살아 깨끗해요. 수분이 없으면 세균은 살지 못하거든요.”

“침이 묻어서 더럽지 않아.”

“그럼 각자의 그릇에 표시를 해요.”

"그래야겠어 내 그릇 쓰지마."
"혀설거지 하면 세제 안들어 물 절약 되어 좋은데." 

 

우린 둘이 사용할 그릇마다 표시를 하고 각자 자기 그릇을 사용하기로 하였다. 그렇지만 내가 옆지기 그릇을 사용하고 혀 설거지를 하면 그러는 내 모습을 보고는 웃고는 내가 그릇을 놓자마자 바로 씻어 놓는다.


혀로 설거지를 하면 기름기가 많은 그릇도 비벼 먹어서 더러운 그릇도 모두가 깨끗해져서 어떤 세제도 들어가지 않고 설거지물도 조금 들어간다. 가장 좋은 것은 꼭 먹을 양만큼만 덜어 먹어서 음식쓰레기 덜 생겨서 좋다.

 

옛날부터 나는 혀 설거지를 잘 한다. 그런데 고창에 와서는 전적으로 혀 설거지를 한다. 나 혼자 있을 때는 혀 설거지를 하고 그대로 말려 두었다 사용을 하고 물 설거지를 안했다.



林光子 2008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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