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피(表皮:겉 피부)와 표토(表土:겉 흙)는 닮았다.

 

표피(表皮:겉 피부)와 표토(表土:겉 흙)는 닮았다.

 

 

풀과 나무가 무성한 곳에 가서 흙을 만져보아요. 부드럽고 축축해요.
이 흙이 바로 표토이며 풀과 나무의 뿌리들이 뻗어내려 필요한 무기물과 물을 흡수하는 곳이라서 생명의 태반이라고도 불러요.


표토층에서도 가장 위층에 있는 거무스름하고 가볍고 축축하며 부드러운 흙을 우린 부식토라 부르지요. 부식토는 식물들이 필요로 하는 각가지 무기 영양소가 풍부하게 들어있지요. 부식토는 생물들의 사체가 썩어서 흙과 하나가 되어 만들어져요. 즉 부식토는 미생물과 식물의 낙엽과 그 속에서 살던 동물들이 함께 죽어 분해되어 만들어져요.


부식토들은 비가 오면 빗물 따라 흙 속으로 스며들어가서는 쌓이는데 그곳을 심토라고 해요. 심토는, 비가 오는 계절에는 많은 부식토가 빗물에 녹아 스며들어가 두꺼워지고, 비가 오지 않은 계절에는 부식토가 빗물에 녹아 속으로 스며들어가지 못해서 얇아져요. 심토에는 농축된 영양소가 많아서 큰 나무들의 뿌리는 심토층에 뻗어 내려요.


심토층 아래로 계속 내려가면 바위가 부서져 만들어진 모질물층이 있고 그 아래에 암반이 있고, 암반 밑으로는 지하수가 흐르지요.

 

 

지층의 구조를 보면,

암반 위에 모질물층,

모질층 위에 심토층,

심토층 위에 표토,

표토 위에 부식토.  


사막에서 수천 년을 살고 있는 거대한 나무가 있는데 이 나무의 뿌리는 암반을 뚫고 들어가 지하수에 뻗어 있어서 아무리 가물어도 끄덕하지 않는대요.


표토층의 두께는 지면에서 속으로 30cm지요. 표토층이 1cm 만들어지려면 약 100년이 걸려요. 그러니 약 30cm의 표토층이 만들어지려면 3000년이 걸리지요. 그래서 나는 풀과 나무가 없는 맨 땅이 빗물에 녹아 흙탕물이 흐르면 수천 년의 세월이 흘러가는 것 같아 가슴이 쓰려요.


표토층에 뿌리를 뻗고 자라는 풀과 나무들은 생산자지요. 생산자를 먹고 사는 동물들은 소비자구요. 생산자와 소비자를 분해해서 먹고 사는 미생물은 분해자예요.
무기 환경과 생산자와 소비자와 분해자가 갖추어지면 생태계가 구성되어 먹고 먹히는 먹이사슬과 물질들의 물질순환이 일어나 생물체들이 넘실거리는 생명의 낙원이 되지요.
그래서 지구의 껍질 표토층은 생물체를 기르고 보호하는 일을 한다고 말을 할 수 있지요.

 

 

생물체들의 껍질은 대단한 능력을 가지고 있어요. 과일이나 열매들을 껍질을 벗겨서 놓아두면 금방 썩어요. 그러나 껍질이 있으면 오랫동안 썩지를 않아요. 그 뿐이 아니지요. 감자나 고구마를 껍질을 벗겨 두면 싹이 나지 않아요. 껍질에서 싹이 움트는 것은 껍질이 생명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거지요.

 

우리들의 껍질 피부가 벗겨지면 우리 몸은 바로 세균의 침입을 받아 곪게 되지요. 토양의 표토층이 없다면 생물이 살 수가 없고 생물체에게서 껍질이 없다면 또한 살아 갈 수가 없으니 토양에서 표토층은 우리 몸의 피부와 같아요.

 

표토층이 표피라면 심토는 진피지요. 우리 몸의 표피에는 맨눈으로는 보이지 않지만 현미경으로 보면 아주 잘 보이는 무수히 많은 미생물들이 살고 있어요. 표피 아래 진피층에 뿌리를 박고 우리 몸 표면에 우뚝우뚝 서 있는 털들은 미생물들에게는 거목처럼 느껴지겠지요. 우리 몸의 껍질은 미생물들의 영토지요. 따뜻하고 습기지고 기름지고 표피가 떨어져 나와 먹을 것이 풍부한 생활터전이지요. 표토층처럼.

 

 

우리들의 표피와 눈썹 그리고 몸에 난 털에는 아주 작은 진드기 같은 절지동물들과 세균들이 살아요.

 

 

 

그들의 입장에서 보면, 

우리들의 피부에는 옹달샘 같은 땀구멍이 있고, 로션 같은 지방을 뿜어내는 지방샘이 있고, 거목 같은 털이 있어요. 그리고 미생물들이 피부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게 우리들의 표피는 빈틈없는 방어벽을 만들고 있지요.

 

 

우리 몸에 표피가 없다면 우리 몸을 이루는 세포들은 살아 갈수가 없고, 지각 위에 표토가 없다면 생물들이 살아 갈 수가 없지요.

그래서 표피와 표토는 생명을 품어 살리니 닮았지요.

林光子 200310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