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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형동기(同形同氣)

피부는 살아있는 둑이다.

by 임광자 2007. 8. 9.

피부는 살아있는 둑이다.



나는 때때로 손등을 보고 팔뚝을 보고 손바닥을 보면서 생각을 한다.

우리 눈이 미세한 것을 보지 못해서 얼마나 다행인가?

이 피부의 앤 위에 있는 각질층 속에 미세한 생물들이 꿈틀거리며 살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징그러울 것이다.



더워지면 땀구멍에서 땀이 솟아나오는 것을 볼 수도 있고 지방샘에서 기름이 나오는 것도 볼 수 있고 소름이 끼치거나 추워지면 엎드려 있던 털들이 빨딱 일어서는 것을 볼 수도 있겠지요. 그 보다도 더 징그러운 것은 각질층은 매끄럽지 못해서 더구나 건조 할 때는 더덕더덕 각질이 표피에 붙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겠지요. 아~아! 징그러운 여러 모습을 볼 수 없도록 우리 눈이 적당한 크기 범위 내에서 볼 수 있게 되어 다행이에요.


표피 세포들이 얼마나 총총히 배열되었으면 우리가 물 속에 있어도 금방 물이 몸속으로 스며들지 않고 몸속에 있던 진물이 나오지 않을까요? 조금만 살갗이 벗겨지면 진물이 질질 스며 나오는데 평상시에는 그러지를 않아서 다행이에요.



수 년 전 이야기 하나 해 드리지요.

술 취한 옆지기가 남의 집 앞에 있는 유리조각을 치워주다가 갑자기 피가 뚝뚝 떨어지는 새끼손가락을 움켜쥐고 저한테 왔지요. 그런데 그 모습이 보통 피가 흐르는 것이 아니고 막 솟구쳐 흘러 나왔지요. 저는 무조건 새끼손가락의 상처 난 바로 아래를 고무 밴드로 묶고는 손을 높이 들게 하였지요. 상처를 심장의 높이 보다 더 높게 하여야 피가 덜 나요. 그리고는 안 가려고 하는 옆지기를 마구 끌고서 버스에 오르니 사람들이 다 나를 처다 보더군요. 웬 놈의 여편네가 남편을 저리 끌고가느냐고요. 술 취한 사람을 어떻게 할 수 없지 않아요. 사람들은 약국에 가서 지혈제 바르고 약 바르고 반창고를 붙이면 낫는다고도 하대요. 그런데도 나는 무조건 옆지기를 끌고서 외과병원으로 가서는 보여 주었지요.



상처를 보니 이건 보통이 아니었어요. 유리조각이 촘촘히 박혀있고 뼈가 보이드라고요. 그리고 아예 살덩이가  ㄷ 자로 떨어져서 대롱대롱 하더군요.염색약을 떨어뜨려 유리조각을 뽑아내고 일곱 바늘을 꿰매고는 의사 선생님 하시는 말씀 “다행이에요. 까딱하다가 살점이 떨어져 나갔으면 피부를 이식해야 할 뻔했는데요.” 일주일을 통원치료를 하였지요. 얼마 동안은 새끼손가락을 사용하지 못했어요. 그러다가 몇 달이 지나서부터 사용을 하는데 지금도 힘을 주기는 힘들대요. 며칠 후에 동네 아저씨가 저에게 묻더군요. 무슨 일로 아저씨를 개 끌듯이 끌고 갔느냐고요. 사정을 이야기 하니 “그냥 약 바르고 놓아두면 낫는데”라고 하더군요. 모두가 그래요. 일곱 바늘을 꿰매고 허연 뼈가 나왔었는데요. 그 다음부터는 옆지기의 기가 한풀 꺾였지요. 지금도 가끔 말하지요. 그 때 그렇게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면 자기는 새끼손가락을 제대로 사용 못했을 거래요.



피부는 조금 떨어져 나갈 때는 주위의 피부 세포들이 세포분열을 해서 재생을 하지만 많이 떨어져 나가면 재생을 할 수가 없어요. 깊이 파여서 많이 떨어져 나가면 다른 곳에서 떼어서 이식을 하여야 해요. 대부분 엉덩이 피부를 떼어서 이식한다고 하더군요.



우리들의 몸속은 늪지에요. 우리 몸의 70%가 물이라는 것을 아시지요. 세포들은 늪 속에서 살아요. 혈관은 물질 운반수송관이지요. 누런 조직액 속에 붉은 혈관들이 뻗어 있지요. 만약에 피부가 없다면 조직은 마르고 세포들은 모두 죽지요. 그래서 밥은 굶어도 살지만 물은 마셔야 산다고 하지요. 그런 늪지를 피부가 감싸고 있지요. 우리 몸은 피부라는 자루 속에 들어 있는 거나 같지요.

우리 몸이 피부라는 자루 속에 들어 있다면 강물이나 늪을 품고 있는 둑과도 같지요.



피부와 둑은 다 같이 물을 품고 있어요. 그 물 속에는 수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지요. 물이나 늪 속에는 다양한 생물들이 살고 있고 피부 속에는 다양한 우리들의 세포가 살고 있어요.

둑에 풀이 나 있듯이 피부 겉에는 털이 있고. 뚝은 풀이 무성해서 촉촉하고 피부는 속에 땀샘과 지방샘이 있어 촉촉해요.


둑과는 달리 피부는 감각점인 통점과 압점과 온점과 냉점이 있어 기계적 자극과 온도 자극을 받아 들여 아프고 눌리고 따뜻하고 차가운 것을 느끼게 하고, 운동신경의 말단이 있어 반응을 나타내지요. 압점과 온점과 냉점에 자극이 강하게 주어질 때는 모두 통각으로 느껴지지요. 우린 소름 끼친다는 말을 해요. 바로 닭살이 돋는 것이지요. 춥거나 느끼한 말을 들을 때. 피부는 닭살을 돋게 해서 감정을 나타내요.



연못, 호수, 강의 둑은 그 위에서 자라는 풀들에 의해서 감정을 나타내지요. 봄에는 새싹들이, 여름엔 무성한 풀숲이, 가을엔 풀들의 단풍이, 겨울엔 바싹 말라 이불처럼 덮인 풀솜 속에서 추위를 견디는 쑥이 자라기도 하지요.

둑이 많은 생명들의 영토이듯이 피부도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 영토이지요.

둑이 무너지면 물이 새나오듯이 피부가 떨어져 나가면 혈액과 조직액이 넘쳐흘러 나와요.

피부는 살아 있는 우리 몸의 둑이지요.

피부와 둑은 닮았지요. 


林光子  2003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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