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눈과 녹색 잎은 유유상종(類類相從)
할머니가 노트북을 열고 한글 워드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핸드폰이 울린다.
“할머니! 책을 좀 오래 봤더니 눈이 피로해요. 어떻게 하면 좋아져요.”
“나도 지금 두어 시간 노트북에 글을 썼더니 눈이 뻑뻑하다. 우리 동네 쑥밭으로 가자.”
“냇가에 있는 빈 집터요.”
“맞다. 내가 먼저 가서 대문 열어 놓을 테니 그리로 오너라.
할머니와 세나가 빈 집의 쑥밭에 앉았다.
“할머니! 왜 이집은 비었어요?”
“할머니가 홀로 사시다가 세상을 뜨고 빈 집이 되었다.”
“왜 쑥밭이 되었어요?”
“할머니가 생전에 쑥을 좋아하셨다. 쑥셍즙도 좋아하시고 쑥떡도 좋아하셨다. 여름이면 현미찹쌀에 쑥을 넣어 인절미를 해서 냉동실에 넣어 두시고 드셨다. 나이 드시니 쑥을 뜯으러 다니시기 힘들어서 텃밭 한쪽에 쑥을 심어 뜯어 드셨는데 할머니 돌아가시고 나서 텃밭 관리를 안 하니 아주 쑥밭이 되었다.”
“오래 사셨나 봐요.”
“100세 다 되어 세상을 떴다.”
“100세를 못 채웠군요.”
“한 달 못 채웠다더구나.”
“왜 이 집을 그냥 비워 두어요. 유실수도 많은데요.”
“손자들이 방학이면 와서 놀다 간다. 아들이 정년퇴직하면 내려온다더라. 텃밭이 넓어서 집수리하고 살면 건강은 걱정 없을 거다.”
할머니와 세나는 쑥밭에 누워서 하늘을 보다가 할머니가 일어나 쑥의 연한 부분만 끊어서 봉지에 담는다.
“할머니! 왜 꼭지만 따요?”
“생즙 내 먹으려고. 이젠 쑥이 세어서 쓰다. 이제 눈의 피로가 풀렸지?”
“네. 신통해요. 눈도 피로하지 않고 머릿속이 맑아졌어요. ”
“집에 가서 쑥생즙 한잔 먹고 가거라. 그럼 아주 좋을 거다.”
“무지 쓸텐데요.”
“자꾸 먹다보면 덜 쓰게 느껴진다.”
“생쑥즙에는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이 있고 진정작용과 진통작용을 하고 위기(胃氣)를 복돋아 주어 소화도 잘 된다.”
“말라서 끓여 먹는 것과 생즙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쑥을 말려서 끓인 것은 열성식품이라 여성에게는 아주 좋다. 특히 여성의 자궁에 좋다. 쑥을 끓여서 먹으면 저혈압에 좋고 쑥생즙은 고혈압에 좋다. 쑥은 살균작용과 지혈작용을 하여 상처에 찧어 부치면 좋다. 또한 벌레가 물어 가려울 때 짓이겨서 붙이면 가려움증이 없어진다.“
“쑥을 끓여서 먹으면 열성식품이고 생즙은 냉성식품이겠네요.”
“맞다. 쑥씨를 끓여 먹으면 눈이 좋아진다고 한다.”
“쑥은 눈에도 좋군요.”
“쑥 생즙에는 비타민 A와 C 가 많아 항산화제이기도 하다.”
“활성산소 없앤다는 항산화제가 쑥에 많아요.”
“그뿐이니 이렇게 쑥밭에서 쑥 향기만 맡아도 눈도 정신도 다 맑아지지, 바로 향기요법이다. 쑥밭이 아니라도 숲이 우거진 곳이나 풀이 우거진 곳에 있어도 피로가 풀린다. ”
“여기 있는 초목(草木)이 모두 녹색이잖아요. 녹색이 눈의 피로를 풀어주네요.”
“눈은 녹색 잎을 보면 피로가 풀린다. 그래서 칠판 색깔도 녹색이지.”
“왜 녹색을 보면 눈의 피로가 풀릴까요?”
“우리가 볼 수 있는 가시광선(可視光線)에는 빨주노초파남보가 있다. 여기서 빨강파장은 가장 길고 보라색 파장은 가장 짧다. 초록파장은 가운데 있는데 우리 눈을 편안하게 해주는 파장이라고 한다.”
“가시광선에서 녹색파장이 길지도 짧지도 않은 중간파장이라 눈의 피로를 덜어주는군요.”
"더군다나 식물의 녹색잎이 품어내는 기(氣)가 피로를 가시게 한다."
"녹색잎이 품어내는 기라니요?"
"녹색잎은 광합성으로 산소를 주고 식물은 살균작용 물질을 내 뿜어 잡균을 죽이는 것을 말한다."
"그래서 녹색에서도 식물의 잎에서 품어내는 녹색이 더욱 눈의 피로를 가시게 해주는군요."
“맞다. 눈은 빛이 있어야 임무를 실행할 수가 있고 식물의 잎을 녹색을 띠게 하는 엽록소도 빛이 있어야 임무를 완수한다.”
“그러내요. 어둠 속에서만 살면 눈은 퇴화되고, 녹색 잎도 어둠속에서만 있으면 누렇게 되어 죽지요.”
“눈과 녹색잎은 적당한 빛이 있어야 산다는 테두리 안에서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다. 그래서 눈은 녹색을 보면 피로가 풀리나 보다.”
.
★5월 말에 출간될
생활생물 에세이 시리즈
첫째권 동형동기(同形同氣)의 "인체는 소우주" 초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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