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 황해가 있듯이 우리 몸엔 방광이 있다.
.
할머니와 세나가 저수지 둑을 걷는다. 둑 안쪽 물가에는 우렁과 다슬기가 더덕더덕 붙어있다.
.
“할머니! 우렁이와 다슬기도 햇볕을 좋아하나 봐요.”
“그런가 보다. 햇살이 뜨거울 때는 나오지 않아도 따뜻하 다 생각될 땐 나오더라.”
.
물가를 보던 할머니가 고개를 들어 좌우로 돌리며 저수지 수면을 바라보다가 세나를 본다.
.
“세나야! 우리 몸속에도 누런 저수지가 있다.”
“누런 저수지요?”
“황해라고 말하고 싶다.”
“황해가 우리 몸속에 있어요?”
“방광이 황해다.”
“오줌보! 맞아요. 오줌이 누러니까.”
“만약에 오줌보가 없다면 우린 오줌을 시도 때도 없이 질질 흘릴 거다.”
"....."
“저수지가 비가 올 때면 빗물을 받아두었다가 농사철에 이용할 수 있어 좋고, 우리 오줌보는 신장에서 밤낮으로 만들어지는 오줌을 모았다가 한꺼번에 버리니 얼마나 편리하니.”
“오줌은 왜 누렇지요?”
“우리 혈액을 붉게 만드는 적혈구가 있잖니?”
“네. 허파에서 산소를 업어다 조직에 가져다주는 일을 하지요.”
“적혈구가 늙거나 병들면 간에서 붙잡아서 파괴시키면 빌리루빈이란 누런 색소가 나온다.”
“적혈구가 부셔지면 누런색을 갖는 빌리루빈이 나와요.”
“빌리루빈이 혈액에 스며들었다가 신장에서 오줌으로 걸러져 오줌이 누렇다.”
“종합비타민 먹으면 오줌이 더 노래져요.”
“비타민 중에서도 노란색이 있어서 그렇다. 귤도 많이 먹으면 오줌이 더 노랗다.”
“대변도 누렇고, 진물도 누래요.”
“모두 빌리루빈 색소에서 오는데 이게 쓸개즙 속으로 들어갔다가 우리가 식사를 하면 십이지장으로 쓸개즙이 들어간다. ”
“쓸개즙이 십이지장에서 무슨 일을 해요?”
“물에 뜨는 지질을 잘게 부셔서 물에 녹는 유화지방으로 만드니 소화작용을 돕는다.”
“유화지방이 뭐예요?”
“지방이 물에 녹아 젖처럼 뿌옇게 되는 지방을 말한다.”
“쓸개즙이 지방을 분해하고는 어떻게 되나요?”
“혈액에 재흡수 되기도 하고 소화찌꺼기와 함께 대장으로 내려가 대변 색을 누렇게 만든다.”
“황금대변을 만드는군요. 그런데 저는 황금대변이 아니거든요.”
“대변색은 먹는 음식의 색에 따라 달라진다. 미역이나 냉이 쑥 같은 것을 먹으면 대변이 검다. 우유를 먹는 아기가 황금대변이고 색이 없는 음식을 먹을 때 황금대변이지 다양한 색깔의 음식을 먹으면 대변색도 여러 가지로 된다.”
“결국 쓸개즙 속의 빌리루빈이 대변과 소변 색을 만드는 일등공신이네요.”
“달의 인력 따라 황해의 물이 썰물이 되었다 밀물이 되었다 하는 것은 알고 있지?”
“네, 달의 힘이 굉장해요. 그 먼 곳에서 지상의 물을 잡아당겼다 놓았다 그러니요.”
“방광의 오줌도 뇌의 명령 따라 몸 밖으로 나갔다 채워졌다 그러니 황해와 닮았지.”
“황해(黃海)물과 오줌이 짠 것도 닮았어요.”
“황해가 왜 누런지는 아니?”
“왜 누래요?”
“황해로 흘러드는 여러 강중에서 가장 큰 강이 황하다. 황하 유역은 아주 고운 황토로 되었고 황하물이 황토를 싣고 황해로 흘러들어 누렇다.”
“할머니! 언제나 이상했는데요. 왜 황해에서 잡히는 물고기는 같은데 중국 쪽에서 잡은 것 보다 우리나라 쪽에서 잡은 물고기가 더 맛있다고 하지요?”
“황해로 흘러드는 여러 강중에서 중국 쪽에서 흘러드는 양쯔 강과 황하가 아주 크다. 당연히 중국 쪽의 황해물이 덜 짜고 우리나라 쪽은 더 짜다. 즉 염도의 차이 때문에 우리나라 쪽 물고기가 더 맛있다.”
.
★5월 말에 출간될
생활생물 에세이 시리즈
첫째권 동형동기(同形同氣)의 "인체는 소우주" 초고 중에서
'창복원(생생연) > 임광자책 초고맛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잎과 췌장은 모양과 하는 일이 닮았다. (0) | 2014.05.26 |
---|---|
우리 몸의 창문은 허파의 미로 끝에 있다. (0) | 2014.05.23 |
우리 눈과 녹색 잎은 유유상종(類類相從) (0) | 2014.05.16 |
우리의 혈관과 식물의 관다발은 하는 일이 같다. (0) | 2014.05.14 |
지각의 암반과 토양이 하나로 살듯이 우리 몸의 골격과 근육도 하나로 산다 (0) | 2014.05.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