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는 살아있는 둑이다.
할머니가 세나와 함께 논가의 도랑을 따라 한참을 걸어서 방죽에 도착한다. 방죽 안쪽 가장자리에는 풀들이 무성하다. 할머니는 가지고 온 체를 들고 방죽 둑에 앉는다. 체의 안쪽이 방죽 안쪽 둑으로 향하게 한 후 위쪽을 잡고 방죽 둑 안쪽을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재빠르게 훑더니 위로 들어올린다. 체 속에는 토화새우들이 팔딱팔딱 뛰고 있다. 할머니는 세나를 보면서
“저쪽을 한 번 더하면 오늘 저녁 반찬이 해결된다.”
말을 마치자마자 잡은 새우를 가지고 간 물병에 넣고 뚜겅을 닿은 후 세나에게 건넨다. 다시 한 번 토화새우 잡이를 반복하자 체에 더 많이 들어있다. 잡은 새우들은 손잡이가 있는 물병에 방죽 물과 함께 넣고, 뚜껑을 닫고 물 따르는 구멍을 조금 열어 놓고 세나에게 준다.
“새우가 튀어나오니까 구멍을 닫아 버려요?”
“공기가 들어가야 숨을 쉬지."
"그렇군요."
"조금 열어놔서 나오지 못한다.”
오르막길을 걸어가니 냇가다.
“할머니! 냇가 보다 논과 방죽이 더 낮아요.”
“그래서 방죽 물을 품어 논에 대도 계속 나온다.”
“와 여기 전체를 호수로 만들면 좋겠어요.”
“호수 만들어 무얼 하고 싶니?”
“물고기를 양식하면 좋을 것 같아요.”
“이곳 논의 주인은 여럿이다.”
“워낙 크니까 그러겠네요.”
“방죽이나 냇가의 가장자리는 둑이다.”
“도랑 가장자리도 둑이지요.”
“둑이 물을 가두어 여러 생물을 살게 한다. 우리 피부가 바로 둑이다.”
“피부가 둑이라고요?”
“우리 몸속도 물이 70%다. 피부가 우리 몸속에 물을 가두어 세포들이 살게 한다. 살갗이 벗겨지면 진물 나는 것은 몸속에 물이 있어서다.”
“피가 나올 때는요?”
“피가 나올 때는 피부에 뻗은 모세혈관이 터져서 그 속의 혈액이 나온 거다. 그냥 진물만 나오는 것은 모세혈관이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증거다. 둑도 무너지면 그 안의 물이 흘러나온다. 피부와 둑이 다른 것은 피부는 생명을 가지고 있고 둑은 생명이 없다는 거다.”
“피부가 생명을 가졌다는 뜻은요?”
“피부의 위층은 각질층인데 계속 벗겨져서 때로 떨어져 나가지만 계속 아래쪽에서 새로운 세포를 만들어 위로 올려 주어서 우리 피부는 스스로 자생력이 있다. 그러나 둑은 자생력은 없다. 그래서 피부는 자연의 둑과 달리 살아있는 둑이다.”
.
★5월 말에 출간될
생활생물 에세이 시리즈
첫째권 동형동기(同形同氣)의 "인체는 소우주" 원고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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