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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복원 이야기

장날에 있었던 이야기

by 임광자 2013. 2. 17.

장날에 있었던 이야기


몇 달 전 장날이었다. 장을 돌아다니다가 우리 집 골목 앞 큰길에서 남녀 중고등학생으로 보이는 대여섯 명이 작은 쓰레기봉투를 들고 길가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었다. 다가갔다.

-어디 찾아요?

-이 쓰레기봉투를 버릴만한 곳을 찾고 있어요. 이 근처에는 쓰레기봉투를 내놓는 곳이 없나 보아요.

그들이 서성이는 건강원 앞이 바로 밤이면 골목 사람들이 쓰레기봉투를 내놓는 곳이었다. 그러나 장날이라 그 앞에는 쓰레기는 없고 노점상이 좌판을 벌이고 있다. 누군가가 그들에게 이곳에 쓰레기를 버리라고 말했나보다.

-여긴 시장통이라 장날 새벽에 쓰레기를 모두 가져가고 낮에는 쓰레기봉투 내놓지 않아요. 해질 무렵에 내놓아요.

-그럼 어떡하지요. 이걸 들고 다닐 수도 없고 모임에 가야 하는데...

그들은 나에게 말을 하면서도서로가 헤어져서 쓰레기 버릴 곳을 찾고 있다. 그 모습을 본 나는

-이리 주어요. 내가 저녁에 내놓을 게요.

그들 중 한두 명은 그런 말을 하는 나를 머리를 기우뚱하게 기울이며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모습을 보이고 또 몇은

-고맙습니다.

-감사 합니다.

를 연발하며 말하고는 무리지어 어디론가 갔다.

나는 그냥 쓰레기봉투에 담긴 쓰레기니 저녁에 버려주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집에 가져다가 한쪽에 두었다.


다음날 아침에야 어제의 쓰레기봉투가 생각났다. 그곳으로 갔다. 내 눈에 들어온 그곳은 말 그대로 난장판이 벌어져 있었다. 쓰레기봉투는 발기발기 찢어져 있고 쓰레기는 사방팔방으로 어질러져 있다. 기가 막혔다. 도대체 그 쓰레기봉투 속에 무엇이 들어 있었기에 누가 이 난리를 친 것인가?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찾아와 흩어진 쓰레기를 쓸면서 보니 튀김통닭 찌꺼기와 케이크 조각과 나무젓가락 플라스틱 수저와 케이크 자를 때 사용하는 칼과 먹다 남은 과자 봉지들과 음료수 캔과 병이 널브러져 있다. 음식을 다 먹지 않고 남겨서 쓰레기봉투에 넣어 두었던가 보다. 그걸 냄새 맡은 들 고양이들이 쓰레기봉투를 발기발기 찢으면서 배를 채우고 남은 것들이 우리 집에 쫘~악 펼쳐져 있는 것이다. 쓰레기봉투는 다시 사용할 수 없을 정도로 갈기갈기 찢겨져 있어서 다시 쓰레기를 담을 수가 없었다. 음식물이 묻어 냄새가 나는 쓰레기를 검은 비닐봉지를 여러 개로 싸고 싸서 냄새가 배어나오지 않도록 하고 다시 새 쓰레기봉투를 사서 그 속에 넣어 저녁에 내 놓았다.


그 학생들 중 누군가가 생일이었나? 생일을 축하해주려고 케이크와 튀김양념통닭과 음료수와 과자를 사고 쓰레기봉투까지 사서 먹고 남은 것은 넣어 버렸던 것 같다. 그런데 어디서 먹은 것일까? 이곳에서 가까운 주차장 모정에서 먹은 것일까?  지금은 주차장에 편의시설이 있어서 이런 사람들에게는 조금 편할지도 모르겠다. 매점도 생긴다더니 아직은 안 생긴 모양이다. 이상하다. 우리 집 근처에는 케이크 파는 빵집은 있어도 양념통닭집은 없는데 어디서 샀지? 각각 한가지식 사가지고 와서 모여서 생일파티를 했나? 그래도 이상하다. 어디서 먹었지? 장날이라 주차장 모정 앞에서 장사 하는 사람들이 모정에서 쉬기도 하기 때문에 모정에서는 먹지 않았을 것이다. 왜 가정집에서는 먹지 못했을까? 남녀 학생이 모여서 먹으면 부모님한테 혼날까 보아서 집에서는 먹지 못한 걸까? 아니다 어쩜 장날이라 부모님이 집에 안 계실 때 집에서 모여 먹고 그 흔적을 지우기 위해서 쓰레기봉투를 밖에 버리려한 것일까? 청소년들을 어른들은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2013. 02. 17.  林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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