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이 가져온 손해-삼성 흑백 레이저 프린터
노트북 수리를 하고 나니 이젠 프린터가 문제다. 삼성 흑백 레이저 프린터를 사용하는데 갑자기 인쇄가 되지 않는다. 문제경고가 뜨는 걸 보니 전기선 연결되는 데를 자꾸 가리켰다. 그래서 전기선을 끼웠다 뺐다를 반복했지만 똑 같은 그림과 문구가 뜬다. 서비스 센터에 가지고 갈까 하다가 비오고 눈이 와서 캐리어에 싣고 간다는 게 좀 그랬다. 카트리지를 간지 좀 되어서 그게 잘못되었나? 착각하고 일단 요즘 삼성 서비스 센터에서 카트리지 신상품 세일(?)을 하고 있으니 그거 사다 끼워 보고 안 되면 프린터를 가지고 서비스 센터에 가서 점검을 받기로 마음을 정하고 그제 이슬비가 왔다가 가랑비가 되어 내리는 데 정읍 서비스 센터에 가서 제품 판매대로 갔다.
내가 적어간 레이저 프린터의 모델명을 보여주고
-카트리지 얼마예요?
-13만 원 정도 해요.
-인터넷 삼성에서 카트리지 신상품을 싸게 판다고 나왔던 데요. 그건 얼마예요?
나는 이미 가격을 알고 있지만 더 쌀지 모른다는 생각에 물었다. 그런데 대답은 내가 알고 있는 것 보다 더 부른다.
-8만 원 정도요.
-7만7천원에 판매한다고 나왔던데요?
-그러니까 8만 원 정도지요. 7만7천원 맞아요.
-그럼 13만 원 정도 한다는 것과 어떻게 달라요?
-용량이 다르지요. 13만 원 정도 하는 것은 3,000매를 프린트 할 수 있고 7만 7천 원 하는 신상품은 2,000매 정도 프린트 할 수 있어요.
-일단 신상품 주세요. 그리고 여기서 가까운 곳에 A4용지 싸게 파는데 어디에요?
-동아문구센터요.
-거기 가려면 어떻게 찾아가요?
-정읍 시내로 가는 길목에 있는 데요.
-정읍 시내로 가는 곳은 모르고 요 근처만 아는 데요.
-그러시면 정읍역은 아시지요?
-네
-정읍역을 등지고 쭉 걸어가면 나와요.
-얼마 정도 걸리지요?
-20분 정도.
나는 다시 그녀에게 북쪽을 가리키며
-이 쪽으로 가나요?
-네네. 정읍역을 등지고 가세요.
나는 나와서 정읍역의 옆구리를 등지고 걸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걷고, 걷고 걸어도 동아 문구는 나오지 않는다. 할 수 없이 어떤 정비소인가에서 기계를 고치고 있는 아저씨에게
-어디쯤에 동아 문구 있나요?
-동아 문구요? 잘못 오셨어요. 그곳은 시내로 가는 곳에 있어요.
-여기서 걸어 갈 수 있어요?
-여기서는 아주 먼데요.
-삼성서비스 센터에서 20분 걸린다고 하였는데요.
-거기서는 그렇지만 여기서는 멀어요.
-그럼 터미널에서 먼가요?
-터미널을 지나서 쭉 가면 시내로 가요. 거기에 동아문구 있어요.
빗줄기는 조금 더 굵어지고 모자를 손으로 만지니 축축하다. 이럴 줄 알았으면 우산을 가지고 오는 건데 오후에는 비가 그친다고 해서 그냥 왔더니
-이게 뭐람. 그냥 버스타고 고창 가버려. 아니지 차비를 빼야지. 사람들이 정읍이나 광주에 가서 물건을 사면 차비가 빠지고도 남는다고 하였잖아.
하염없이 가랑비 맞으며 터벅터벅 발걸음을 옮긴다. 한참을 가니 정읍역이 보여서 꺾어서 터미널 가는 길로 접어들어 걷다가 뒤돌아보니 정읍역을 등지고 걷지 않는가. 나에게 사람들은 제대로 가르쳐 주었는데 나 혼자 착각으로 고생을 하였다. 아니다. 서비스센터 직원이 정읍역을 등지고 터미널 쪽으로 걷다가 터미널을 지나서 계속 걸으면 나온다고 했다면 나는 정확하게 찾아 갔을 것이다. 터미널 앞에서 비도 오고 그런데 그냥 버스 타 버릴 가도 생각을 했다. 아니지 차비를 빼고 가야지 생각하고 다시 터미널을 지나 걷고 걸었다. 건널목도 여러 개 건넜다. 옷을 보니 더 젖었다. 방수가 되었는지 속은 젖지 않는다. 모자에 손을 얹어 보니 더 축축해지고 있다. 캐리어가방도 젖어든다. 길가의 가게에는 우산이 걸려 있다. 들어가 하나 사서 쓰고 갈까 생각하다가 문방구에도 우산이 있을 거다. 짐을 들고 가려면 큰 우산을 사야 하니까 거기 가서 사자. 길가는 사람들에게 몇 번이나 동아문구의 위치를 물었다. 나처럼 우산을 쓰지 않고 걷는 사람도 있고 우산을 쓰고 걷는 사람도 있다. 달리는 차들이 바퀴에서 물을 공중으로 뿜어낸다. 빗물이 아스팔트 위를 흐르는 거다.
드디어 길 건너에 동아문구센터 간판이 보인다. 들어갔다.
-여기가 싸다고 해서 헤매며 찾아 왔어요. A4용지 한 박스에 얼마예요?
-1만9천원이요.
-몇 장이요?
-500장이 한 묶음으로 5권이 들어있어요. 그러니까 2500장에 1만9천이지요.
상표를 보니 한솔제지 제품이다. 나는 내 캐리어 가방을 보여 주며
-여기에 두 박스 들어갈까요?
-무거워요. 들고 버스에 오를 수 있어요?
내가 한 박스를 들어보니 무겁다. 두 박스는 도저히 안 되겠다.
-한 박스만 주세요.
직원이 한 박스를 통채로 캐리어 가방에 넣으려 하니 들어가지 않는다.
-박스를 빼고 속에든 것만 넣어야겠어요.
그는 한 묶음씩 다섯 묶음을 하나하나 캐리어 가방에 넣는다. 그 모습을 보던 나이 든 직원이
-빗물이 들어갈 것 같아요.
하면서 비닐봉지 하나를 가지고 와서 가방 입구를 씌워준다. 밖은 빗발이 더 세졌다. 키 큰 우산이 옆에 있다. 가격을 보니 11,000원이다. 내가 우산을 꺼내 보자. 직원은
-그거 요즘 세일을 해서 9천 원 해요.
-이거 주세요.
계산을 하고 우산을 들고 터미널로 향해 걷는다. 빗줄기가 거세다. 점심을 굶고 많이 걸어서 배도 무척 고프다. 걸음을 빨리 옮긴다. 고창 집으로 오니 오후 3시 30분을 가리킨다. 나는 배가 고플 때는 밥을 많이 먹는다. 많이 먹으니 졸리다. 그냥 잤다. 잠간 중간에 일어나 드라마 보고 또 잤다. 다음날 아침에 일어나니 배가 든든하여 아침은 건너뛴다.
어제 저녁에 프린터에 카트리지를 끼우고 인쇄를 하니 하얗게 나온다. ISU에러라고 문자가 뜬다. 그전에는 뜨지 않던 문구다. 뭐가 뭔지 몰라서 오늘 다시 프린터를 캐리어 가방에 싣고 정읍 삼성서비스 센터에 갔다. 점검을 마친 직원이
-돈 많이 들어가겠어요. 수리비가 8만 원 정도인데 새것도 9만 원이면 사요?
-카트리지를 사기전에 점검을 먼저 받았어야 하는데 잘못했군요. 이와 같은 제품 살 수 있어요?
-이 제품 지금은 나오지 않아요? 고치지 않자니 비싼 카트리지를 사용할 수 없고 고치자니 새것 값 보다 더 들어갈 수 있고 고민되겠어요.
-정말 큰일이네요. 고치면 어느 정도 쓸 수 있나요.?
-그건 모르지요. 앞에 있는 이것이 고장 나면 더 비싸요.
그는 프린트 되어 나오는 앞부분의 부속을 가리키며 말한다.
-새것일 경우 이 프린터가 몇 장을 프린트 할 수 있나요?
-만장 정도 할 수 있어요. 9만 원짜리 새것 보다 이것이 더 나은 제품이에요.
옆에 있던 사람이
-요즘 레이저 프린터 값 얼마나 싼대요.
-제가 잘못 생각한 것이지요. 점검을 받아보고 카트리지를 사는 건데 뜯었으니 교환도 되지 않고 ... 오늘 고칠 수는 있나요?
-부품을 주문해야 하니 내일 고칠 수 있어요. 한 번 더 오셔야겠네요.
-또 차비 들고 와야 해요. 차비로 맛있는 것 사 먹을 수 있는데.....
-그럼 내일 고창의 삼성 대리점으로 보내 드릴 테니 거기 가서 찾아요.
-그래 주실래요. 그럼 수리비는 어떻게 드려요?
-찾아 갈 때 대리점에 주세요.
프린터를 점검 받고 카트리지를 미리 사지 않았다면 이번에 새 프린터를 살 수 있었는데 아무리 착각은 자유라지만 이건 너무 했다. 뭐 좋은 교육 받았다 생각한다. 레이저 프린터 모델마다 카트리지가 다르다는 것도 이번에 알았다. 좀 통일시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도 많은 사람들이 카트리지를 새걸로 갈고 얼마 쓰지 못하고 비싼 부품이 고장이 난다면 큰 손해를 볼 것 아닌가? 카트리지 값이 너무 비싸다. 카트리지 용량을 1,000매 정도 인쇄 할 수 있는 것부터 팔았다면 소비자들이 덜 손해 볼 것 아닌가?
나는 책의 원고가 될 글을 쓸 때는, 글쓸 제목을 정하고 자료를 수집한다. 수집한 자료를 인쇄해서 내 스타일의 스토리가 나올 때까지 똑 같은 글을 수십 번을 읽고 읽고 또 읽는다. 스토리가 잡혀지면 글을 쓴다. 그래서 프린터가 없으면 자료를 수집해서 읽고 읽을 수가 없어 스토리 구성이 안 되어 글을 쓸 수가 없다. 그러나 지금 쓰고 있는 그냥 쓰는 일반 글은 그냥 막 쓴다.
올 때 다시 동아문구센터를 찾아가서 그림 그릴 때 필요한 네임펜 검정색 12자루를 샀다. 이번에는 물건을 적게 사서 차비가 떨어지지 않았다. 또한 서울에서 살적에는 종로 6가 문구 도매 집에 내 마음에 쏙 드는 것들이 있었는데 정읍엔 없었다. 다음에는 광주로 가서 문구점을 찾을까.
2013.01.25. 林 光子
★오늘 프린터를 찾아서 인쇄를 해보니 참 잘 된다.
2013.01.26.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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