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떠나는 할머니와 항아리
건축 자재상에 가서 필요한 물건을 주문하고 돌아오는 길가에는 버려진 항아리와 몇 가지 반찬 그릇과 물병과 유리병이 깨끗하게 씻어서 말려진 채로 나와 있고 조금 떨어져서 나이 지긋한 할머니가 버려진 살림살이들을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었다. 아마도 할머니의 평생 친구들인 살림살이와 헤어지는 것이 많이 아쉬운가 보다. 옆에는 자가용 몇 대가 주차되어 있었다. 그리고 젊은 남정네들이 왔다 갔다 했다. 나는, 할머니가 아들 따라 고향을 등지려하고 있다고 직감했다. 나이 들어 손발을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없을 때는 혼자서 살아가기가 힘드니 자녀들 옆으로 가야지 어쩌겠는가.
나는 항아리를 보자 냉큼 가장 큰 순서부터 양손에 하나씩 둘을 들고 집에 왔다. 할머니는 내가 버려진 항아리를 들고 가는 것을 지긋이 보고 있었다. 둘 사이에는 아무 말이 없었지만 할머니의 눈빛은 고맙다고 잘 사용하라고 표현 하는 것 같다. 집에 와서 생각하니 아직 두 개의 작은 항아리(오가리)가 눈에 삼삼하다.
밀대를 밀고 항아리 있는 곳으로 갔다. 다행이 항아리는 그 자리에 있었다. 옆에는 큰 다라가 있어 그걸 밀대에 올리고 옆에 유자차란 딱지가 붙은 유리병 뚜껑을 열고 주둥이에 손을 넣어 보았다. 손이 들어간다. 됐다, 주둥이에 손이 들어가지 않으면 씻을 때 불편해서 그대로 두고 왔을 것이다. 유리병 3개를 다라에 담았다. 화분이 몇 개 있어 그것도 담았다.
오는데 뒤에서 젊은 사내의 핸드폰에 대고 답하는 목소리가 크게 울린다.
-지금 고창에서 떠나려고...
뒤 돌아보니 할머니는 자가용 안에서 웃고 있다.
요즘 나오는 유약 바른 항아리 보다 옛날 항아리가 좋다. 오늘 내가 좋아하는 항아리 4개가 생겼다. 운수 대통한 날이다.
2010.11.27.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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