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7작전-6. 맞불작전
어제다. 여인숙 여자가 어떤 여자를 대리고 와서 우리 집을 향해서 갖은 욕설을 퍼부었다. 나는 방에 있다가 녹음기를 꺼내들고 살금살금 남쪽 창가로 가서 녹음을 시켰다. 그녀가 한참을 떠드는데 텃밭에서 일을 하던 석천 선생이 대들기 시작했다.
-참는 것도 한계가 있는 거야! 내가 칠십을 넘게 살았지만 당신이하는 욕은 모두 처음 듣는 말이다. -
-이놈아! 우리 강아지가 죽었잖아 내 연놈들도 죽은 강아지처럼 죽일 거야! 그년 나오라고 해!-
-너는 애비도 없냐? 어디서 늙은이한테 욕을 바락바락 해! 나는 그래도 당신을 위해서 기도를 한다.-
-나를 위해서 무슨 기도를 해? 죽으라고?-
-당신 잘되라고 기도를 했다!-
석천 선생은 칠십대 중반이고 그녀는 50대쯤 되었을까 그렇다. 창녀로 살아 온 그녀답게 욕설이 모두 그런 방향의 욕인데 그런 계통의 욕 중에서도 생전 들어보지 못한 욕들이다. 확실히 그녀들만이 상용하는 욕설이 있다는 걸 깨달았다. 글로 옮기려니 그새 다 잊어버렸다. 하도 이상스런 욕이라서 내 대뇌가 제대로 입력을 시키지 못하는지 글로 쓰려고 보면 기억나는 단어가 없다. 그렇다고 녹음해놓은 것을 다시 재생 시켜서 글로 옮기기는 싫다. 만약에 글로 그대로 옮기면 금지어가 걸려서 인터넷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 아니 하도 통상적으로 사용하지 않는 욕설이라 그냥 올라갈지도 모른다.
한참 동안을 실컷 욕설을 퍼부으며 발악을 하던 그녀는 돌아갔다. 함께 온 여자가 그녀를 부추긴 것 같다.
밤이 되었다. 석천선생은 너무도 분한지 술을 마셨다. 석천선생이 술을 마시면 볼만 하다. 밤이 깊어지자 석천 선생의 목소리가 여인숙 출입구 쪽에서 적막을 깨뜨린다. 떠들다가 노래하다가 오래도록 그렇게 밤을 보내고 있다. 맞불을 놓은 것이다. 그렇게 문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떠드는데 여인숙에서는 아무도 나오지 않는다. 아무 반응이 없자 석천선생은 방에 돌아왔다.
아침이 되자 여인숙 여인이 와서 다시 욕설을 퍼붓는다.
-우리 개가 이쪽으로 오니까 물어 죽이라고 큰개를 풀어 놓았어!-
-누가 개를 풀어 고양이 같은 것이 지나가면 진순이가 발악을 하고 제 줄을 풀지. 누가 개를 풀어. 당신 무고죄로 고소할 거야! 하루 이틀도 아니고 이거 어디 살겠어!-
하고 소리를 지른다.
그녀는 꼭 개를 풀어서 기른다. 풀어서 기르기 때문에 하룻강아지 세상모른다고 강아지가 진순이 집 앞으로 와서 얼쩡거린 거다. 그리고 예전에도 개를 물었다고 하는데 분명이 그녀가 개가 다쳤다고 떠들 때에 우리 진순이는 묶여 있었다. 진돗개를 우리 집만 기르는 것이 아니고 이웃집에서도 기른다. 애완용 개를 집안에서 기르지 왜 풀어 놓고 기르는지 모르겠다. 물론 한 달 조금 넘는 강아지를 우리가 기르는 개가 물어 죽였으니 정말 미안하다. 그렇다고 숨 쉴 틈도 없이 그렇게 나와 석천선생을 개처럼 죽이겠다고 발악을 하고 염산을 가지고 다닌다며 나오기만 하면 뿌리겠다고 한다. 사건은 8월 3일에 낫고 그녀는 비온 날을 빼고는 하루에도 몇 번씩 와서 욕설을 퍼붓고 나오기만 하면 죽이겠다고 악다구니다. 사실은 진순이는 내가 기른 것이 아니고 석천선생이 길렀다. 개집도 바로 석천선생 방문 앞에 있다.
한참을 있다가 석천선생이 나에게 와서 결과 보고다.
-그녀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나보고 참으라고 하면서 막 달래데. 그 집으로 데리고 가서 안방까지 보여 주더라고. 그 안방에서도 그녀가 그 남자한테 왜 저놈을 데려왔느냐고 하면서 상스런 욕설을 막 퍼붓데. 그녀 남편이 나를 막 달래데. 내가 한 번만 와서 떠들면 무고죄로 고소한다고 했어.-
낮이었다. 핸폰이 울려서 보니 후배다.
-아침에 보건소에 가다가 그 쪽에서 막 떠드는 소리가 나던데 무슨 일 있어요?-
전화로 한참을 떠들다가 생각하니 집으로 가서 이야기를 해야겠다! 생각하고 빙빙 돌아서 후배 집으로 갔다. 들은 대로 자초지종을 이야기 하다가
-아침에 여인숙 앞에서 어떤 남자가 석천선생을 붙잡고 달래데.-
-여인숙의 남편이라는 사람이래.-
-남편? 이 서방하고 살다 저 서방하고 살다 샛서방하고 살다 기둥서방하고 살겠지.-
-기둥서방은 대접을 굉장히 잘 받을 거야?-
-그러니까 그런 여자 옆에 붙어 있겠지.-
-무고죄로 고소한다고 했대.-
-정말 그러라고 해. 거 어디 사람이 살겠어? 날마다 공포 분위기를 만들고 죽이겠다고 협박하고.-
-그녀가 하는 욕설을 모두 녹음해 두었다.-
-그것 가지고 가서 고소하라고 해.-
한참을 떠들면서 쌓인 스트레스를 약간은 풀고 다시 빙빙 돌아서 집으로 오는데 장날에는 사람이 많아서 다니기 좋던데 시장에 사람이 없으니 어디서 그녀가 나올지 몰라 불안하다. 집으로 들어오는 골목에서 이웃 아주머니에게 그녀가 나오는지 망을 봐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집 이쪽 문 닫혔는데.-
나는 재빨리 길을 건너서 우리 집 대문 안으로 들어오니 다른 이웃집 아주머니가 온다.
-집안에서 맛있는 것만 해 먹고 있어요?-
-어제 밤중에 석천선생이 여인숙 문 앞에서 떠들었어요.-
-맞불을 놓았네.-
-그런데 그녀의 남편이라는 사람이 “선생님이 참으세요!” 하면서 달래더래요.-
-남편! 그 여자에게 남편은 무슨.-
-기둥서방이겠지요.-
이웃집 아주머니는 입술을 삐쭉거린다.
여인숙 여자의 남편이라는 사람에 궁금해져서 주변 사람들에게서 알아보았다.
-남편이요? 화투칠 때 돈 바꾸어 주는 사람이어요. 돈 바꾸러 왔다 갔다 하잖아요.-
-어쩐지 저도 도박과 관련 있는 사람처럼 보였어요.-
오늘은 그녀가 한 번도 떠들지 않았다. 맞불작전이 통한 것일까? 아니면 오늘은 쉬는 것일까?
2010.08.13.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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