쉿 숨죽여!, 오를수록 숨이 가빠지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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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오밤중까지 들어오지 않은걸 보면 오늘 밤도 만취네
다락에 이부자리 만들어야 겠다.
그래야겠어
쉬잇!
이리 와 숨어!
왜?
왔다 왔어
현관에서 발소리가 나네
발소리만 나는 게 아니고 술 냄새가 진동을 하네. 완전히 떡이 됐구먼
다락으로 들어 가 숨어
아무도 없나!
내가 왔어! 다들 어디 갔지!
고래 고래 소리를 지르며 오밤중에 들어 온 술주정뱅이 아빠
모두 숨어버리고 아무도 안 나오자 그냥 퍼질러 자는구나
으응 오늘은 워낙 피곤했나 보네 조용히 자는 걸 보니
엄마는 숨었던 곳에서 살짝 나와 아빠의 자는 모습을 보고 아이들에게 나오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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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알코올 중독자였다. 밤마다 술을 마시고 와선 계속 떠들고 욕을 함부로 해서 모두 싫어한다. 아이들은 이제 대학생이지만 그의 아버지를 보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그들은 정말로 자기 아버지가 죽어도 눈물이 안 날 거라고 한다. 그대신 딸과 아들과 엄마는 똘똘 뭉쳐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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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에 엄마와 아들과 딸은 살금살금 집을 나와서 북한산을 오른다. 북한산 국립공원은 입장료를 받는다. 그런데 아침 일찍은 입장료 받는 사람이 출근을 안 해서 입장료를 내지 않고 산을 오를 수가 있다.
오늘은 형제봉을 모두 가 보자
어젯밤 신경 쓰느라 잠을 설쳐서 피곤해
그래도 산을 올랐다 가야 몸이 개운해
시간이 촉박하니 빨리빨리 움직여
아이쿠 오를수록 힘이 드네
숨이 가빠져
엄마! 나 질문 있어?
무슨 질문?
왜 숨이 가빠져?
오르막 길을 빨리 걸으니 네 근육이 많이 움직여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해서 산소를 많이 흡수하려고 숨이 가쁜가 보다.
틀렸다. 호흡을 느리게 하고 빨리 하는 것은 산소 보다는 혈액 속에 이산화탄소의 농도에 달렸대요.
왜?
이산화탄소가 혈액 속에 많아지면 혈액을 산성으로 만든데.
혈액이 산성으로 되면 안되지
아무렴 혈액은 약 알카리성이어야 정상이거든
그래서 혈액이 산성으로 되면 안 좋으니까 이산화탄소를 몸 밖으로 내보낸려고 호흡이 빨라지는거야.
그렇구나.
그런데 이상해?
호흡은 우리가 조절 할 수도 있어
맞아 아빠가 술 먹고 오면 우린 숨어서 숨소리를 내지 않거든 죽은듯이 있잖아
그런데 이렇게 오르막을 빨리 오를 때는 숨이 가빠지는데 그건 내 맘대로 되지 않아
우리가 숨 죽이고 싶을 때 숨을 죽일 수 있는 것은 대뇌에서 조절할 때야.
숨이 가빠질 때는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의 농도가 높아 졌을 때다. 이 때의 가쁜 호흡은 호흡중추가 있는 연수 즉 숨골에서 조절하기 때문에 우리 마음대로 조절 할 수 없어.
그럴 때는 숨을 진정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깊은 호흡을 해서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를 빨리 내보내도록 해 주는 것이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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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분당 호흡수는 18회지요. 그러나 아이들은 호흡수가 더 높고 노인들은 더 늦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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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흡은 평상시에는 무의식적으로 조절되지만 심호흡을 해야지 또는 숨을 죽이는 때는 의식적인 조절이에요. 무의식적인 조절은 연수에서 하고 의식적인 조절은 대뇌에서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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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형제봉은 그리 높지 않답니다.그런데 왜 다른 날 보다 더 숨이 찰까 그 이유는 다음에 이야기 해 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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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하나 하고 갈래요
육군대령으로 예편을 한 군인아저씨는 알코올중독에다 주사가 심하여 그가 잠들기 까지는 모두들 숨죽이며 숨어지냈대요. 가족을 괴롭히며 76살까지 살다가 무호흡증으로 세상을 떠났지요. 장례식을 치루는 동안 그의 식구들은 그냥 즐거워하며 손님 접대를 하니 그의 친구들이 와서 보고는 “나도 죽으면 식구들이 즐거워하면 어떻하지” 하고 걱정을 하더래요. 주사가 심한 술꾼들 조심하시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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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면서 숨을 한참 동안을 쉬지 않는 사람이 있다. 무호흡증이라고 한다. 무호흡이 오래 지속되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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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에 써 두었던 글인데 재미 있어서 그대로 올려요. 이야기 내용은 실화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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