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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복원 짓기

말이 씨가 된다더니...연못 새고무통으로 교체.

by 임광자 2013. 3. 11.

말이 씨가 된다더니...연못 새 고무통으로 교체 


작년에 전통시장에서 기물점을 하는 아주머니에게

-바닥에 하우스 비닐을 깔고 만든 연못이 새니 내년 봄에 고무통으로 교체할 때 살 테니 싸게 주어요.

-이제 고무통 그만 사. 힘들지 않아.

-그럼 아주머니 연꽃 보고 싶지 않아요?

아주머니는 대답은 하지 않고 빙그레 웃기만 하였다.

-나는 왜 돈 들어가고 힘든데 연못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지 나도 몰라요.

-그 때 와 싸게 줄게.

-혹시 오를 지도 모르니 지금 사다 놓았다 쓸까요?

-필요할 때 와.


그런데 갑자기 위에 유리를 덮어 온실처럼 장마에도 상추가 무성히 자라는 550리터 붉은 고무통 2개를 나란히 묻어서 연못을 만들고 싶어졌다. 그래서 연못 바닥을 파고 비닐을 제거하고 고무통을 넣고 바닥에 난 두 개의 구멍을 시멘트로 발라서 마른 후에 흙을 채우고 물을 넣었다.

 

 

바닥에 뚫어 놓았던 구멍을 시멘트로 매웠다.

 

3일 후에 흙을 넣고 물을 채웠다.

 

다음날 아침에 보니 물이 사라졌다.

위에 흙으로 범벅이 된 미꾸라지 형태를 보고 만지니 꿈틀거린다.

얼른 옆의 연못 물 속에 넣어 주었다.

밤새껏 추웠겠다. -미안혀 미꾸라지야!

뭔가 이상하여 흙을 파내고 떼웠던 구멍을 보니 금이 갔다.

바닥이 가장자리가 높고 가운데가 낮았던 거다.

그래서 고무통 가운데가 떳던 바닥이

흙과 물의 하중에 의해서 내려 앉으며 갈라진 거다.

 

위에 시멘트를 덮어 씌워 사용할까 생각하다가

장마철에도 채소를 제공해 주었던 추억이 나를 말렸다.

그냥 이 고무통을 꺼내서 원래대로 채소를 심어 먹고 싶었다.

장마후에는 채소 값이 치솟는데  이곳에 채소를 심고

위에 하우스비닐을 덮으면 그대로 비닐 하우스가 되는 거다.

이걸 꺼내서 본래대로 사용하고 이곳엔 새 고무통을 넣기로 마음 먹었다.

 

묻혔던 붉은 고무통을 꺼냈다.

물을 먹어 무거운 흙을 퍼내고 나니 피로가 덮혔다.

무조건 쉬어야 했다.

 

바닥의 가장자리를 더 팠다.

손으로 판 거라 아주 판판하지는 않을 것이지만

조금은 더 나아졌겠지...

판내 흙과 시멘트 조각과 자갈.

 

오늘 아침에 작년에 이곳에 묻을 고무통을 사가겠다고 말했던

가게로 가서 아주머니에게 550리터짜리 고무통 두 개를 달라고 하니

싸게 주었다.

 

사온 검정 고무통을 넣고 다시 흙을 붓고 물을 채웠다.

뭐 이제는 새것이니 물이 넣은 대로 있다.

정말 잘했다.

시멘트로 때워 썼다면 세월이 가면 시멘트가 삭아서

다시 샜을 것이다. 그 땐 내가 나이가 들어 기운 없어서

다시 이렇게 만들지 못할 거다.

처음부터 새것을 사다 했으면 이런 생고생을 하지 않을 건데,

아니 애초에 연못을 만들적에 하우스비닐을 깔지 말고 이런 고무통을

넣고 만들었으면 얼마다 좋았을까.

그래서 시행착오를 하면서 경륜이 쌓인다고 하는가 보다.

 

 

이달 말쯤이나 4월 초에 왼쪽의 연못도 고무통으로 교체해서 묻을 것이다.

 

 

다시 원래 자리로 온 붉은 쌍둥이 고무통.

이곳에 흙을 깊지 않게 채우고 거름을 넉넉히 넣고

씨앗을 넣을 거다.

장마철이 오기전에 위에 하우스비닐로 덮개를 만들어 덮으면

작은 비닐 하우스가 된다.

그럼 장마철 내내 채소 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도

나에게 넉넉한 채소를 제공해 줄 것이다. 

 

 

내가 고무통을 묻었다 꺼냈다 하는 걸 본 이웃 아주머니들이 나를 보면서

-나는 죽었다 깨어나도 이렇게 힘든 일 못해요.

그 말에 나는 옛날에 떡집을 하던 아주머니에게는

-그 대신 아주머니는 떡을 저 보다 아주 잘 만들지 않아요?

내 말에 그 아주머니는 빙그레 웃는다.

수선집 아주머니를 보면서

-그 대신 아주머니는 나 보다 옷 수선을 끝내주게 잘 하시잖아요.

내 말에 수선집 아주머니는 웃는다.

양화점 아주머니는 나에게

-기운도 좋아 .

-벽돌과 돌 쌓기를 했더니 근력이 커져서 어지간 한 것은 무겁지 않고 덜 피로해요.

-그래서 시골 여자들이 일을 많이 해서 기운이 엄청 새.

그 말에 나는 웃었다.

이번 일하는 동안에 양화점아주머니가 자신이 만들어 마시는 여러 종류의 차를 주었다.

 

참 희안하다. 이곳에 새 고무통을 묻겠다고 말을 했더니 정말 그렇게 되었다.

나에게 고무통을 판 아주머니에게 아침에 고무통 값을 치루었는데 바로 고무통을 배달해 주지 않아서 찾아갔더니 아저씨가 고무통을 밀대에 싣고 계셨다. 

아주머니가 슬그머니 나에게 와서는

-내가 계산을 잘못 하고 너무 싸게 팔았으니 그런 줄 알아요.

-아주머니 그 대신 오다가다 백련꽃 피는 것 구경하세요.

-그려 그려.

-나는 왜 돈 들여가며 이러는지 몰라!

돈 들어도 힘들어도 가까이서 백련꽃 볼 수 있어 기분 좋다.

 

2013.03.11.  林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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