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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연 짓기

머위뿌리를 심으며.

by 임광자 2009. 3. 13.

 

머위뿌리를 심으며.


어제 전주에서 살고 있는 친구가 오랜만에 전화를 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머위 뿌리하고 양혜 뿌리를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부탁하였다.-

-그거 고창 집에 많이 있는데 그걸 갔다 심으면 되는데 왜 사니?-

-지난번에 갔을 때 못 보았는데.-

-아냐 많아. 내가 언제 주말에 고창에 갈 게.-

-그럴레.-


오늘 뿌리를 부탁한 아주머니에게 가니

-머위뿌리만 가지고 왔어. 양혜 뿌리는 순이 나와 봐야겠어.-

나는 검정비닐 봉지에 있는 머위뿌리를 보니 얼마 되는 것 같지 않아서 천원만 주고 다음에 다른 뿌리 가지고 오면 돈을 주겠다고 하고 와서 머위를 세 군데에 나누어서 심는데 내가 처음 보았을 때 보다 더 많은 것 같다. 문득 그 아주머니에게 돈을 너무 적게 주었다는 걸 깨달았다. 물론 그 아주머니는 그냥 주겠다고 했지만 노점을 하는 분에게 그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 머위를 다 심고는 부리나케 그 아주머니에게 가서 천원 한 장을 더 주면서

-아주머니 머위뿌리를 심으면서 보니 처음 생각 보다 더 많아요. 더 받으세요.-

-원매! 양심 바른 것 좀 봐!-

-깎는 것은 깎는 것이고 내가 부탁해서 가지고 온 것이니 이천원은 드려야 될 것 같아요. 받아요.-

-그냥 주어도 되는데잉.-

하면서도 얼른 받아서 주머니에 넣는다. 마음이 개운하다.

-아주머니! 친구가 양혜 뿌리는 준다고 했으니 안 가지고 와도 되어요.-

-알았어.-


어제 떡집 아주머니가 뒤에다 무언가를 심고 있었다.

-뭐 심어요?-

-누가 달래를 심으라고 가져다주었는데 바빠서 그대로 두었더니 말라 버렸어 비가 온다니 한번 심을려고.-

그곳으로 가보니 달래가 많이 말라버렸다. 그냥 흙 위에 헤쳐 놓으면서

-비를 맞으면 살아날지도 몰라. 이렇게 헤쳐 놓았으니까 비 맞고 살아나면 가져다 심어요.-

-네.-

오늘 보슬비를 맞으면서 머위 뿌리를 심고서 달래 있는 곳을 보니 생생하게 살아났다. 우선 우리 쪽 흙 위에 올려놓고 비가 완전히 그치면 심어야겠다.

 

 

돌길 위에 뿌린 흙을 어젯밤에 비님이 돌 틈새로 많이 밀어 넣어 돌들이 세수한 것처럼 뽀얗다.

 


야외 휴게실 가운데 한쪽에 있는 옛날 가마솥 아궁이 자리를 그대로 살릴까 없앨까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바닥도 돌로 깔까 판판하게 시멘트를 할까 생각 중이다.

 


 

다시 한 번  심어진 머위를 보면서

-얼른 얼른 커서 잎을 많이 내 놓아라! 쌈 싸먹고 싶다! 쑥쑥 자라서 잎자루 길게 뻗으면 베어다가 껍질 벗기고 들깨가루물에 넣고 자박자박 끓여서 먹으면 몸이 가뿐해져서 얼마나 좋은지 몰라. 네가 나를 이렇게 만들어 주는데 내 너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지.-

 

 

 

 

 

 

-달래야! 비 그치면 심어 줄 테니 너도 얼른 자라서 내 양념간장 맛있게 만들어 주라!-



林 光子 2009.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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