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무 통은 태양열 온수 통
집터 앉히는 작업으로 내가 살고 있는 단칸방 앞의 수도와 하수도가 없어졌다.
수도는 보일러 호스를 이용하여 수도계량기에서 뽑아 노출시켜서 방 앞에 달아 놓았다. 그런데 하수구가 없다. 상수도가 있으면 하수도가 있어야지 한다. 나오는 구멍은 있는데 나가는 구멍이 없으니 걱정이다. 그래서 어슬렁어슬렁 무슨 좋은 수가 없나 두리번거리며 주변을 돌았다. 읏샤! 그러면 그렇지! 내 앞길에 굴곡은 있으나 막힘은 없다! 대문간 앞에 빗물이 빠지는 하수구가 눈앞에 들어온다. 때마침 배관 설비하러 사람이 왔다.
"저기 말인데요. 방 앞에 하수구가 없어졌거들랑요."
"그냥 바닥에 버려요."
"그럼 어디로 흘러가는데요?"
"땅 속으로 스며들어가겠지요."
"빨래를 하면 물을 한꺼번에 많이 버리는 데요. 질퍽거리지 않아요."
"수도 장치는 해 드려도 하수도는 못내 드려요."
"저어기에 하수구 하나 있어요. 그 옆에 수도 장치하나 더 해 주세요?“
나는 배관 설비하는 사람에게 검지로 하수구 있는 곳을 가리켰다. 그 사람은 내가 가리키는 곳으로 가서 하수구가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여기에 수도 하나 달아 드릴게요.”
그는 호스를 절단하고는 T자관을 이용하여 수도꼭지를 달고는 쇠 파이프를 절단하여 기둥으로 세우고 거기에 수도꼭지를 단단히 묶는다.
새로 만들어진 수도와 하수구 주변이 흙과 모래다. 그대로 물을 사용하면 금방 하수구가 막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다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 레미콘이 바닥에 콘크리트를 부을 때 여기에다 삽으로 떠서 부어야겠다. 집터에 콘크리트가 부어지자 나는 부리나케 삽을 들고 가서 콘크리트를 떠서 하수구 주변에 부었다. 실컷 한다고 하는데도 얇다. 목수 일머리가 하는 말이
“이렇게 해 놓으면 밟으면 금방 부셔져요. 두꺼워야 해요.”
집터의 한쪽이 콘크리트가 채워지지 않았다.
“어렵소! 저기 채우려 레미콘이 오면 여기다 더 부어달라고 떼써야봐야지” 혼자 생각을 하니 저절로 미소가 입가에 번진다. 그리고는
“저기요. 다음에 레미콘 오면 여기다 조금만 부어달라고 해요.”
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드디어 레미콘이 오고 내가 삽으로 막 퍼부으면서
“여기다 좀 부어 주세요?”
콘크리트를 붓던 사람이 방향을 돌려 내가 가리키는 곳에 듬뿍 부어준다. 나는 구멍을 막고 있는 비닐봉지가 나오라고 막 헤집어서 콘크리트를 바깥쪽으로 밀어냈다.
아침에 일어나니 옆지기가 새벽부터 일어나서 내가 막았던 하수구 비닐을 빼내고 보니 그 속에 찌꺼기가 너무 많이 쌓여서 그걸 다 치웠다고 한다. 그리고는 철망을 오려서 하수구멍에 쏘옥 들어가게 끼운다. 그리고는 연탄아궁이 바닥에서 나온 구멍이 줄로 뚫린 강철판 위에 철망을 씌워서는 하수구 위에 다시 한 번 놓는다. 아하! 이제 새집으로 이사 갈 때까지 물을 사용하는 데는 문제가 없겠다. 정말 순식간에 생각한 아이디어로 멋진 수돗가 하나 만들었다.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것 보다 더 빠른 속도였다.
수도계량기에서 노출되어 나온 수도호스가 먼 거리에 있는 수도꼭지로 달려오기에 물을 안 쓸 때는 그 속에 고여서 햇빛을 받아 따끈따끈한 온수가 되어 있다. 마시는 물로는 별로인데 씻는 데는 끝내준다. 머리를 감아도 발을 씻어도 온수라서 좋다. 고무 통에 받아 놓은 물을 떠서 사용하는데 웬걸 이건 한통이 모두 온수다. 아마도 스텐 통에 물을 담아 놓으면 더욱 따뜻할 것이다. 태양열 온수 통이다. 새집이 지어지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수돗가를 만들고 고무통과 스텐 통에 물을 받아서 온수 만들어 사용하여야겠다. 이래서 단칸방에서 여러 가지로 부족하지만 기분은 짱이다.
새집이 지어지면 새집으로 들어가서 살고 헌집과 노출된 수도호스는 모두 제거됩니다. 단칸방들은 헐리고 그 자리는 주차장이 됩니다. 일층 준공검사를 맡으면 서울의 이삿짐을 옮기고 곧 바로 증축신고를 하고 이층을 올려야 합니다.
이층은 황토방!!!!!!
林光子 2008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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