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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이야기

고창읍 시장통 명동양화점

by 임광자 2023. 11. 26.

 

고창읍 동리로 시장통에는 명동양화점이 있다.

생생연 앞 작은 도로 건너에 있어 심심하거나 졸리면 가던 나의 휴식처였다.

아주 멀리서도 놀러 와 "사랑방"이라고 불렀다.

사장님이 있을 때는 남자 손님이 많고 

사장님이 밭에 일하려가면 여자손님들이 많았다.

사장님 부인은 성북교회 다니는 이 집사님이다.

두 분은 다 같이 착하고 진실되어 많은 사람이 와서 좁은 가게에 

옹기종기 다닥다닥 좁고 작은 둥근 의자에 걸터앉아 이야기 꽃을 피우면

어떤 분은 찐빵을 사 와서 나누어 먹고 어떤 분은 농사지은 수박을 

가져와 나눠먹고 어떤 참외를 고구마, 감자, 밤을 가져와서 나누어 먹었다.

나는 그 앞을 지나다가 먹는 모습을 보면 들어가 같이 먹었다.

코너에 있는 가게라 길가 쪽은 투명 유리창으로 되어

지나는 사람 구경하고 차가 지나가는 것도 오토바이와 자전거 지나는 것도

구경하느라 졸음도 날아가 버리는 그런 좋은 가게였고 사랑방이었다.

젊어서는 구두를 만들고 기성화가 대세를 이루자 구두수선으로 돌렸다.

구두에 대해선 명인이었다.

한번 고치면 다 떨어질때까지 완벽하게 새것처럼 고쳐주었다.

이제 고창에서는 명동양화점 사장님처럼 구두를 완벽하게 고쳐 줄 분이 없다. 

더우면 에어컨 틀어주고, 추우면 전기난로 켜 주던 마음씨 착한 그런 아저씨는 

2023년 11월 20일 아침 밭에 일하러 오토바이 타고 가시다 

신림면 폐차장 근처에서 넘어지셨는데 아주 큰 차가 치고 119에 신고를 하고는

119차가 오기 전에 가버렸다고 한다. 아저씨는 몸이 으스러져 즉사를 하였다.

이제는 구두방은 없어졌고 사랑방도 없어졌고 내가 틈틈이 가서 쉬고 멍 때리던

휴식처가 없어졌다.

아직은 굳게 잠긴 명동양화점은 얼마 있지 않으면 없어질 것이다.

굳게 잠긴 명동양화점을 때때로 유리창 너머 그 속을 들여다보곤 한다.

문은 굳게 잠겼지만 그 속의 물건이 그대로 있어 이야기 꽃 피우던 지난날을 회상하곤 한다.

농사와 구둣방 일을 하시던 아저씨 하늘나라에 가셔서 편안하게 쉬시기를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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