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분전환 호르몬
눈부신 햇살이 텃밭에 나래를 펴니 나무들은 눈들을 부풀러 가지로 잎으로 꽃망울로 움트려고 광합성이 한창이다. “엉치기 엉차! 부지런히 일해 얼른얼른 봄 잔치를 하세!” 라고 식물들의 흥겨운 노래가 들려오는 것 같다. 우리는 먹어야 살아갈 수 있지만 식물들은 햇빛을 받아 광합성을 해서 필요한 먹이를 스스로 만든다. 봄이면 텃밭에는 할 일들이 여기저기 도깨비처럼 나타난다.
햇살이 피부로 파고 들어오면 피부는 비타민 D도 만들고 기분전환 호르몬도 만든다. 그래서일까 창안에서의 오랜 생활은 기분을 울적하게 만들지만 창밖 밝음이 넘치는 햇살 아래서는 기분이 아주 좋아진다. 지난밤에 얼마큼 변화가 있었을까 궁금하여 두리번거리는데 주차장 쪽에서 아주머니 한분이 나를 부른다. 고개를 돌려 그녀를 보며
-저를 찾아 왔어요?
-네.
내가 그녀에게 가고 그녀는 나에게 오면서 둘은 옹벽 위에서 마주하였다.
-내가 최남수 아내요.
-네?
나는 그녀를 보는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고 물끄러미 처다만 보았다.
-한쪽 다리를 절룩거리는 할아버지 있잖아요? 그 사람이 최남수씨고, 바로 이집 주인이고 나는 그 아내예요.
그녀는 바로 옆에 우리 땅에 집을 짓고 월세를 놓아먹고 있는 집을 가리킨다. 그 때서야 내가 지금까지 잘못알고 있는 사건 하나가 문득 생각난다.
내가 집을 짓기 위해서 지적공사에 부탁하여 경계측량을 한 결과 옆집의 삼분지 일이 우리 땅에 집을 짓고 월세를 놓고 있었다. 지적공사 직원이 옆집에 알려서 그쪽 사람들을 불러서 결과를 알려야 한다고 해서 불렀다. 그런데 그 때 길쭉한 얼굴을 한 어떤 할머니 한분이 고래고래 소리 지르며 나에게 욕설을 퍼부었다.
-여긴 우리 땅이야!
-입에 게거품을 물고 악을 쓰자 어떤 할아버지가 끌고 갔다. 끌려가면서도 욕설을 퍼부었다. 그 할머니가 바로 그 집 주인의 아내인줄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 찾아온 아주머니는 참하고 너그럽고 사람 좋게 생겼다. 얼굴도 둥그렇다. 나는 그녀를 와락 껴안았다.
-나는 지금까지 이상한 할머니를 아주머니로 오해하고 있었어요.
라며 지난 이야기를 하자 그녀는
-누군가? 나는 무릎이 아파서 어디를 잘 다니지 못해요. 어쩌다가 나올 수가 있는데 여기를 지나다보니 우리 집 담벼락 밑을 파버려서 파지 말라고 말하려고 왔어요?
그녀는 서 있기가 힘든지 한 손으로 나무줄기를 꼭 붙잡는다.
-아주머니! 연세가 어떻게 되는데 그렇게 불편해요?
-일흔하나.
-나는 일흔인데.
-내가 한 살 더 먹었네.
-지금 사람이 살고 있으니까 집이 무너져 사람이 다치면 큰일 나니까 집벽 아래를 파지 말아요. 안 그래도 벽에 금이 많이 갔어요.
-아하 거기에 파이프 하나를 파묻으려고 공사를 하고 있어요. 파이프 묻고는 다시 흙을 덮을 거예요. 집 벽에 금 간 것은 우리 집 짓기 전에도 그랬어요. 사진 찍어놓은 것이 있어요. 지은 지 삼십년이 넘는 블로크 집은 여기저기 금이 가지요. 삭아 내리고요. 그런데 아주머니 그 집의 삼분의 일이 우리 땅인데 나한테도 세를 내야지요?
-나두 속아서 샀어요. 우리 땅의 절반이 길로 들어갔어요. 싸게 팔 테니 아주머니가 이 집을 사세요?
-내가 사려고 해요. 그런데 지금은 돈이 없네요.
-그럼 돈이 생기면 연락하세요.
-아주머니 연락처를 알려 주세요? 어쩜 다음 달부터 차를 끓이려고 하는데 아주머니에게 한잔씩 주려고요.
그녀가 집 전화번호를 알려주려고 해서
-핸드폰 전화번호를 가르쳐 주세요? 아주머니한테 직접 전화 하려고 해요.
그녀는 몇 번이나 생각하다가 생각이 안 난다고 한다.
-그런 지나다가 냄새가 나면 오세요. 한잔 드릴게요.
손전화는 그렇다. 남의 번호는 잘 알고 있으면서 자기 번호는 잘 모르는 수가 많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그녀가 무척 피로를 느끼는 것 같다.
-아주머니 이제 가세요. 너무 피로해 보여요. 누구나 다 늙어가고 늙으면 여기저기 고장이 나서 아프게 마련이에요. 건강할 때 건강을 지켜야지요.
아주머니는 힘들게 걸어가면서
-나는 저기 모정에 앉았다 걸어야 해요. 무릎이 너무 아파요.
-아주머니 누가 뭐라고 해도 신경 쓰지 마시고 태평하게 지내세요. 스트레스 쌓이면 더욱 아프거든요.
오늘 진짜 옆집 아주머니를 보고나니 그 동안 오해하고 있던 옆집 여자에 대해 나쁜 감정이 가시면서 기분이 아주 좋아졌다. 이럴 때 십년채증이 내려간다고들 하나 보다.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소름이 돋는, 지적공사 직원이 옆집의 삼분의 일이 우리 땅에 지어졌다고 하자 막무가내로 나한테 자기 땅에 지어진집이라며 패악을 부리던 길쭉한 얼굴의 그 할머니는 누구였을까? 그 후에 동네 사람들에게 그 할머니에 대해서 물었을 때 안다는 사람이 없었다. 어쩜 옆집 사람과 인척관계가 있는 사람이 다니려 왔다가 그랬을 거라는 생각도 한다. 오늘 처음 본 옆집의 진짜 아주머니는 둥근 얼굴에 서글서글한 인상이었다. 이제 집값을 준비해야 될 일만 남았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정말 세월이 가니 해결점이 생긴다. 그 집 땅은 열평 조금 넘는다.
기분전환 호르몬은 햇빛을 받으면 피부에서 생기고 고심하던 문제가 해결되면 뇌에서 생산하나 보다. 보이는 모든 것이 천사처럼 보인다.
2011.04.05.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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