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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복(생생연) 이야기

영산홍을 위해 앞면 주차를 부탁하니...

by 임광자 2010. 4. 22.

영산홍을 위해 앞면 주차를 부탁하니...


시장주차장 앞 군청화단의 영산홍이 불타는 정열을 내 뿜고 있는 요즘 나는 비만 오면 호미와 비닐봉지 들고 가서 쑥이 싹을 내밀지 않나 감시한다. 쌀 하나 보다 더 적게 싹이 내민 곳을 파보면 쑥 뿌리가 쭈욱 뻗어 있다. 쑥 뿌리가 파 들어간 곳을 향해서 호미질을 하고 손으로 뿌리를 뽑아서 비닐봉지에 담는다.

 

 

 

 


처음에는 쑥 뿌리를 캐서 화단 턱에 놓았다. 청소하는 사람이 가지고 다니는 파란색 청소용봉지에 넣어 가지고 가거나 마른다면 거름으로 쓸 수도 있어서다. 그런데 며칠 후에 보니 반쯤 마른 쑥 뿌리가 화단에 뿌려지고 다시 싹을 내고 있었다. 보지 않았으니 누가 그랬는지 알 수는 없지만 화단 턱에 풀이나 쑥 뿌리를 널어놓으면 다시 화단으로 들어간다는 걸 알았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내가 뽑은 쑥 뿌리는 내가 가지고 간 비닐봉지에 담아 가지고 와야 뽑힌 쑥 뿌리가 다시 화단 속으로 들어가서 내 노력이 공수포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쑥 뿌리를 캐고 있는데 자주 나타나는 좀 큰 노란차가 나타나서는 뒷면 주차를 한다. 그것도 꽃을 활짝 피우고 있는 영산홍을 차 꽁무니 아래로 넣고 주차를 한다.

-아저씨이! 꽃이 예쁘게 피웠잖아요. 앞면 주차를 하시면 영산홍이 좋아 할 터인데요. 차들이 뒷면 주차를 하고 갈 때 연기를 풍기면 영산홍이 죽어요.-

-뒷면 주차를 하라니요? 여기 주차장이잖아요. 뒷면 주차하면 어때서요? 아예 주차장을 없애버려야지요. -

얼굴이 조금 험상 굳어진다. 보통은 앞면주차를 부탁하면 알았다고 대답하면서 앙상한 가지만 남긴 채 죽어버린 영산홍을 보면서 안쓰러운 표정을 짓는다. 언짢은 표정으로 뒷면주차 하라고 하려면 주차장을 없애라고 말하던 그가 검은 연기를 확 풍기며 떠나는데 뒤편이 많이 찌그러졌다. 얼마 전 나무를 지탱하는 지지대를 부러뜨린 차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검은 연기를 내뿜는 사진을 찍으려고 디카를 눌렀는데 검은 연기는 나오지 않았다.


어제 비가 와서 땅이 축축해서 화단에 가서 싹을 내는 쑥 뿌리를 캐고 나서 주차장 쪽 영산홍을 안쪽으로 옮겼다.


 

 

 

 


오후가 되니 트럭이 와서 뒷면을 바싹 대고 주차했다. 연통 아래에는 영산홍이 웃고 있다. 앞면주차를 하면 참 좋을 텐데 사람마다 생각이 다르니 ...무슨 좋은 방법이 있으면 좋겠다.



2010. 04. 22.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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