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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복원 이야기

흙이 보낸 편지(토문.土文)

by 임광자 2009. 3. 5.

흙이 보낸 편지 (토문. 土文)



우린 하늘의 별자리를 읽는 것을 천문(天文)이라 한다. 별자리의 변동은 바로 하늘의 글이고 편지다. 지금 이곳은 보슬비가 보슬보슬 내리고 있다. 보이지도 않는 빗방울이지만 금방 옷이 젖는다. 봄비를 먹은 흙은 편지를 쓰듯이 새싹을 밖으로 내밀어 준다.

 

 

 

 

 

 

 

 

흙은 따뜻한 빗물이 스며들면 모아 간직한다. 빗물 먹은 흙은 품고 있는 씨앗 속으로 스며들어 잠자고 있는 DNA를 깨운다. 어서 일어나 세포분열을 하여 몸을 키우라고 이제 너의 유전암호를 발현 시킬 때가 되었다고 씨앗은 알았다고 내 조상으로부터 물러 받은 유전자를 세상에 탄생시켜서 나의 종(種)이 세상에 있음을 알리겠다고 부지런히 세포분열을 한다. 씨앗 속의 DNA는 온도와 습도만 맞으면 언제든 활동을 재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에 서울에서 기르던 것 중에서 몇 가지를 가져다가 생생연 서편에 밭을 만들어 심었다. 다 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사는 것은 살았다. 남쪽에 울타리처럼 있던 나무 산을 서편으로 옮겨야했다.

 

 

그래서 커다란 고무다라이에 구멍을 뚫어 생생연 북쪽 입구에 옮겨놓고 흙을 퍼다 채웠다. 흙이 채워지자 부랴부랴 잘 자라고 있는 민간약초들을 주섬주섬 캐서 고무다라이속 흙에게 맡겼다.

 


맥문동과 박하는 겨울에도 죽지 않고 생생하게 잘 살았다. 최근 들어 열심히 들여다보니 새싹이 나오기 시작한다. 아직은 무엇으로 자랄 것인지 분간하기 힘들지만 새싹이 무수히 나오는 것을 보니 내가 한 일이 헛되지 않았나 보다. 오늘 봄비가 촉촉하게 와서 사진을 찍어 흙의 편지를 올린다. 곧 이들로 생생연 주변이 채워져 아름답게 변할 거다. 그 날을 기다리면서.


林 光子 2009.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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