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귀를 콧구멍으로 들어요?
그제다. 시공자에게 수돗가 미장을 해 달라고 하니
-내일 내가 여기 못 오니 일하는 사람들 오면 해 달라고 해요. 해 줄 거예요.-
어제다. 이층 미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강의실 후문 수돗가를 미장해 달라고 하였더니
-이것 끝내고 오후에 다른 곳에 일하러 가기 때문에 못 해요.-
-시공자가 말하면 해준다고 하던데요.-
-바빠서 못 해요.-
화장실이 좁아서 손빨래하기가 힘들다. 요즘에는 흙이 묻은 장갑이며 옷들이 많고 강의실이고 어디고 간에 모래가 많이 들어와서 온통 흙과 모래투성이라서 그것들을 씻은 물을 그냥 화장실 하수구에 버리기에는 좀 그렇다. 그래서 강의실 계단 아래에 하수구로 흘러가지 않고 그냥 도랑으로 흘러가게 만들었다. 밖에 수돗가가 있으면 여러 가지로 편리하다.
미장하는 사람들의 거절을 받으니 기분이 언짢다. 그래서 시공자에게 전화로
-오늘 수돗간 못한다니 하수구만 잘라 주면 내가 할 게요?-
-그럼 다음에 해요?-
-내가 할 거예요.-
-다른 곳에(동편수돗가) 것 우선 사용해요.-
거기까지 가려면 불편하고 그곳의 수돗가 수도꼭지에는 이층 공사 때 사용할 물을 받기 위해서 이층까지 올라가는 호스에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일하는 사람들도 왔다 갔다 해서 사용하기 뭐하다.
-강의실 후문 옆에 있는 것이 사용하기 편하니 해 주세요.-
-그 사람들 나중에 땔빵하려 오면 그 때 해달라고 할 게요?-
-그 때가 언제인데요?-
-정말 스트레스 받게 하지 말아요. 안 해준다는 것도 아니고 해 준다는데 왜 그리 다그쳐요?
시공자가 소리를 꽥지른다.
-하수구만 잘라주면 내가 한다니까요!-
-안해준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안해준게 뭐 있어요? 다 적어요. 저녁때 갈테니까!-
-칠판에 다 적어놓았어요!-
말하고는 전화기를 끓었다.
일하는 사람들은 시공자가 시켰기 때문에 시공자 말은 들어도 건축주 말은 듣지 않는다. 일하면서 하루 종일 먹는 타령만 한다. 커피를 달라! 음료수를 사 달라! 떡을 사 달라! 어떤 팀들은 자기가 먹을 커피와 라면과 거피포트를 가지고 다닌다. 그러다가 보리차를 끓여 주었더니 내내 가지고 다니던 정수기 통을 가져 오지 않는다. 내가 시키는 일은 죽어도 안하면서 왜 그리도 먹자타령을 하는지 먹는 것도 시공자에게 말해야 옳지 않는가.
미장이 일머리에게 수돗간 미장일 거절당하고 시공자에게 듣기 싫은 소리 듣고 기분이 더럽게 나쁘지만 어쩔 수 없다 내가 대충 해 놓은 대로 우선 사용해야 하겠다. 시공자는 내가 미장일이 서툴다는 것을 알기에 내가 하는 것은 반대다.
그런데 12시쯤 되었을 때 미장이 일머리가 나에게 와서는
-어디를 미장해 달라고요?-
갑자기 웬 선심. 나는 얼른 수돗가를 가서 어떻게 해 달라고 지시를 하고 시공자가 주었던 냄새 안 나는 하수구 뚜껑을 가지고 나와서 미장 일머리 아저씨에게
-먼저 하수구 위로 나온 것을 잘라내고 이걸 끼워서 미장 해 주세요.-
-하수구는 그대로 두고 미장 한 뒤에 자르고 그 위에 하수구 뚜껑을 끼우는 거예요?-
-동편을 그렇게 했다가 시공자에게 야단맞고 그냥 보통 하수구 뚜껑을 끼웠어요. 그냥 하수구 먼저 자르고 이걸 끼우고 미장해 주세요?-
-그럼 이것이 이 하수구에 맞지 않으니 이 하수구에 맞는 것을 철물점에 가서 사와요?-
-시공자가 이걸 끼우고 미장하라고 했어요?-
-가서 맞는 것으로 사오라니까요?-
-왜요? 이걸 끼우라고 했는데요?-
-정말 말귀를 콧구멍으로 들어요? 어디로 들어요?-
기가 차서 일머리 아저씨를 한번 쳐다보고 가만있었다.
일머리 기분 나쁘게하면 그냥 가버리면 나만 손해니까 참아야지.
일머리가 어디론가 가고 다른 아저씨가 가까이 온다. 그 아저씨에게
-기가 막혀서. 내 나이가 칠십이 가까운데 콧구멍으로 말귀를 알아듣느냐고 말하다니.-
크게 중얼거리듯이 말했다.
내 말을 들은 그 아저씨가 어디론가 가고는 얼마 후에 일머리가 와서는 다른 아저씨에게
-시멘트와 모래랑 연장들 가져다 놓아요.-
지시를 하고는 나에게-
-이걸로 해 달라는 대로 해줄 수도 있어요?-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다시 어디 어디를 어떻게 해 달라고 지시를 하자
-한 번 말하면 다 알아요!-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뒤이어 바로 내가
-여기 가마솥도 발라 주세요?-
-거긴 못 발라요! 아주머니가 바르세요!-
다시 신경질적으로 말한다.
그가 빨랫돌들을 가리키며
-여기 돌들을 튀어나오게 발라요?-
-그냥 똑 같이 발라요. 표면이 똑 같아야 일하기가 편해요.-
-그럼 보이게만 발라요?-
-네-
그리고는 나는 장작 쌓을 자리 만들려고 블로크를 여기 저기 시멘트로 고정시키는 일을 하였다.
그들이 점심 먹으러 가고 난 뒤에 수돗가로 가니 그냥 내가 기초를 잡아준 위에 시멘트를 덧칠만 하고 서쪽의 가장자리는 벽돌을 두어 줄 쌓고서 턱을 만들어야 물이 하수구로만 빠지는데 그런 것은 전혀 해 주지 않아서 내가 시간을 내서 해야 할 것 같다. 그래도 하수구만 만들어 놓은 것만도 다행이다.
보이는 것처럼 가마솥은 시늉만 해서 그것도 나중에 내가 다시 손 봐야겠다.
저녁때가 되자 전화가 찌르릉~~~~~
액정 화면을 보니 시공자다. 나는 전화기를 들자마자 잔뜩 불맨 소리로
-무슨 일로요?-
-수돗간 잘 하고 갔어요?-
아주 명랑한 목소리로 시공자가 말한다. 그러면 그렇지 나한테는 화를 버럭버럭 내고는 미장이 일머리에게 전화를 하여서 수돗간을 오늘 해 주라고 하여서 그들이 하고 간 거다.
내 목소리가 좋을 리는 없다.
-수돗가는 하였는데 나중에 내가 손봐야 하고 나 오늘 디게 기분 나빠요. 그 사람들한테 말귀를 콧구멍으로 알아먹느냐는 말까지 들었어요.-
내가 말하는데 전화통으로 막 웃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기분 나쁜데 시공자는 기분이 좋은가 보다. 유쾌한 웃음소리를 들으며 전화를 끊었다.
수돗간 미장은 내가 기초를 잡아준 그대로 위에 시멘트만 발라 주었다.
林光子 2008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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