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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복(생생연) 이야기

고무통에 미나리 심고 다슬기 기르기

by 임광자 2014. 4. 16.

 

고무통에 미나리 심고 다슬기 기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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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에 고무통에 불미나리를 심고 다슬기를 넣어 키웠더니 새끼 낳고 잘 살다가 큰 비가 와서 고무통 물이 넘치면 다슬기 어미는 그대로 있는데 새끼들은 넘치는 물 따라 떠내려가다가 아침에 보면 콘크리트 바닥에 다닥다닥 붙어서 말라 있곤 하였다. 그렇게 키우다가 다슬기는 아주 깨끗한 물에서 산다는 것을 깜박하고 불미나리가 너무 거름이 없어 약하게 자라서 퇴비를 아주 조금 넣었더니 다슬기가 다 죽어 버렸다.

 

아래 사진들은 2011년에 길렀던 미나리와 다슬기.

 

 

 

 

올해는 850짜리 큰 고무통 벽에 작은 구멍을 몇 개 내고 다시 다슬기를 기르려고 산체를 파는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불미나리와 다슬기가 사는 곳의 흙을 다슬기와 불미나리를 함께 떠다 달라고 부탁하였다.

그런 것을 구하려면 우리 집에서 20분 정도 산속으로 들어가야 하니까 일부러 그곳에 갈 수는 없고 그곳에 갈 때 가져다 줄게요.”

이웃집 양화점 아주머니에게 노점상한테 뿌리 붙은 미나리와 다슬기를 가져다 달라고 부탁하였다고 말하니

어제 논에 가면서 보니 냇가 돌에 다슬기가 다닥다닥 붙어있던데요.”

그 이야기를 듣고 노점상 아주머니에게 가서

다슬기와 뿌리달린 불미나리 언제 가져와요?”

지금은 다슬기가 나오지 않았으니 5월에다 가야 가져 올 수 있어요.”

이웃집 아주머니가 지금 다슬기 나왔다고 하던데요.”

그 때서야

내가 다슬기를 잡을 시간이 없어요. 그걸 하나하나 잡아야 하거든요.”

그 때 머릿속에 얼른 떠오른 생각은 값을 많이 쳐주어야 한다는 말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그러니까 지금 잡아다 줄 수 없나요?”

그걸 하나하나씩 잡을 시간이 없어요.”

알았어요.”

다슬기를 보았다는, 군에서 야구장을 만든다고 논을 팔라고 해서 팔아버린 양화점 아주머니에게 갔더니

일요일 오후에 나랑 우리 논으로 가서 미나리 뽑고 냇가에 가서 다슬기 잡으러 갑시다.”

지금은 농사도 짓지 않는데 그곳에 가실래요?”

“아직 메우지 않아서 논은 그대로예요. 우리 논고랑에 돌미나리도 있고 거기서 가까운 냇가에 다슬기가 있으니 둘이서 슬슬 걸어가지 뭐.”

고마워요. 그렇잖아도 노점상 아주머니가 다슬기 잡을 시간이 없다고 해서 걱정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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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지난 일요일에 고창천 따라 방장산 아래 월산리 옆 냇가를 향해서 걸었다. 가다가 보니 호미도 디카도 챙기지 못했다. 다시 왔다 가기도 그래서 그냥 갔다. 둘이서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며 걸으니 금방 아주머니 옛논에 도착하였다. 논고랑은 전날 밤 비가 많이 와서 아주 맑은 물이 흐르고 돌미나리가 수북이 자라고 있다. 배낭에 가지고 간 장화를 내서 바꾸어 신고 도랑속으로 들어가기도 하고 둑에 발을 딛기도 하면서 손을 물속에 넣고 쭉 뽑으니 그대로 뿌리째 뽑혔다. 미나리를 필요한 만큼 뽑아서 비밀봉지에 담아 배낭에 넣고 아주머니가 보았다는 냇가로 다슬기를 잡으러 갔다. 냇가에 보를 만들고 보 아래를 약간 경사지게 해서 보의 물이 넘쳐 흐르게 하고는 사람들이 지나다닐 수도 있게 넓적한 돌들을 놓았다. 물이 흐르는 돌들 아래에, 콘크리트 바닥에 다슬기가 다닥다닥 붙어있다. 다슬기를 잡아서 가지고 간 플라스틱 통에 담고 담았다. 한곳에서 넉넉하게 필요한 만큼 잡고 집으로 왔다. 집에 오니 저녁 7시가 넘어 어둑어둑한데 그대로 두면 다슬기가 덜 좋을 것 같아서 손대중으로 미나리를 고무통에 심고 다슬기를 넣었다. 그리고 받아 둔 빗물을 넣었다. 너무 피로하여 디카로 사진 찍는 것도 잊고 저녁 먹고 그대로 누웠다. 다음날 아침 나에게 횡재를 안겨준 양화점 아주머니에게 고맙다는 말하고 내가 담근 새우젓갈을 조금 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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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리는 물을 정화시키는 능력이 있다. 다슬기는 깨끗한 물에서 살기 때문에 미나리와 함께 두면 끼리끼리 잘 산다. 먹이를 따로 줄 필요도 없다.

 

 

 

 

 

 

 

 

 

 

 

★ 그 후, 모기유충이 많이 생겨서 미꾸라지 5마리를 넣었더니 장구벌레는 모두 없어졌는데 6월이 되자 미나리 뿌리가 위로 뜨기도 하더니 썩기 시작하더니 물이 거므퇘퇘해지고 미나리는 삭아내렸다. 마침내 6월 25일에 남아있는 미나리를 모두 제거하고 지금은 부레옥잠이 대신 자라고 있다. 미꾸라지가 바닥 속 흙을 헤치고 다니며 미나리 뿌리를 들쑤시고 다니나 보다. 부레옥잠은 물에 둥둥 떠서 사니 미꾸라지와 어울려 잘 살고 있다.★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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