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산 세포학 책을 읽으니 새로운 사실이 줄줄이....
나는 아버지와 토론을 자주 하였다.
어느 날 나에게
-왜 종교를 갖지 않느냐?
고 물었다.
-미신이니까요. 전 과학자가 될 거예요.
내말에 아버지는 미소를 띤 얼굴로 나를 지긋이 바라보면서
-과학은 종교 뒤를 따른다.
-어떻게 과학이 종교 뒤에 와요?
-종교는 믿음이고 과학은 믿음을 가지고 분석하는 거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믿음은 분석하지 않는다. 그냥 영감으로 믿는 거다. 그러나 과학은 어떤 사실에 대해서 실마리를 잡아서 그걸 믿기 때문에 파고 들어가 분석하고 실험하는 거다. 만약에 의문점이 무언인가를 믿지 않는다면 분석도 하지 않고 더 파고들어 어떤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할 거다. 믿음은 세월이 가도 변치 않는다. 그러나 과학은 실험의 결과가 달라지면 내용이 변한다.
-따지다 보면 더욱 정확한 진실이 나올 거고 그 진실은 변하지 않을 거예요.
-과학실험은 믿음의 기초 위에 실행된다. 믿음은 종교다. 그러니 과학은 종교 뒤를 따른다. 무엇을 하던 믿음을 먼저 갖고서 매달려야 한다.
아버지는 철학책을 많이 읽으셨다. 그 아버지 철학책을 여고시절에 내가 탐독을 했다. 그냥 재미있었다. 내용을 다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고 그냥 무슨 뜻인지는 몰라도 잘 읽혀져서 학교에 가서도 읽었다. 그걸 역사 선생님이 보시고는 누구 책이냐고 하였다. 헤겔, 칸트 등의 책을 한글로 번역한 것이었는데 책에 사용된 종이가 아주 좋았다. 그리고 일반철학 개론 같은 책들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좋은 종이로 만든 책은 구하기 어렵다. 그 책들은 고창에서는 살 수도 없고 도서관에도 없었던 책이었기 때문이다.
-그걸 그렇게 열심히 읽으면 이해 할 수 있어?
-그냥 읽으면 재미있어요.
지금 기억에 남는 것은 삼단논법과 변증법이다. 지금은 그 과정도 다 잊고 오직 명칭만 기억에 남았다. 훗날 대학에 들어가서 일반철학개론을 배울 때 쉬웠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시고 그 책들을 찾았으나 누군가가 싹쓰리 가져가고 없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학창 시절에 필기한 노트까지도 다 없어졌다. 아버지는 명필이었다. 글씨가 살아 있었다.
나는 요즘 최근에 산 세포학 책들을 읽고 있다. 5권을 샀는데 이제 두 권 째를 읽고 있다. 그 동안 이런저런 일로 책을 읽을 시간이 적었다. 이제 하던 일도 마무리 되어가니 열심히 읽어야 -세포의 삶- 글을 마무리 할 터인데 생각 보다 속도가 느리다. 확실히 젊었을 때 보다 덜 읽힌다. 그러나 읽어가다가 놀란 사실이 몇 가지 있다. 내가 배웠고 내 기억 속에 남아있는 사실들 몇 개가 틀리게 되었다는 거다.
아미노산들이 결합하면서 줄줄히 연결되면 폴리펩티드가 되고 단백질이 된다. 그런데 예전에는 아미노산 100개 이상이 결합된 폴리펩티드를 단백질이라고 하고 그 이하는 폴리펩티드라고 하였다. 이번에 산 세포학 책을 보니 오늘날에는 아미노산 50개 이상이 결합하면 단백질이라 한다고 나온다. 이 사실은 벌써 오래전에 나온 결정일 터인데 내가 늦게 안 사실이다.
세포의 에너지 생산 공장 미토콘드리아에서, 전자전달계에서의 ATP생성과정 모식도가 달라졌다. 그래서 자세하게 깊게 들어가는 것 보다는 그냥 두루뭉술하게 설명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깊이 들어가 설명을 하다가 또 몇 년 후에 더 깊이 들어갔더니 요렇더라! 하고 새로운 모식도가 나올지도 모르니까.
예전에는 1유전자 1효소설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학자들이 연구를 거듭하다 보니 우리가 가지고 있는 DNA속에는 현재사용 될 수 있는 유전자 는 3만~4만개이고 나머지는 쓰레기라는 말이다. 우리 몸에서 필요한 단백질 종류 수는 10만개가 넘어서 그 이유를 파고 들어가서 연구하다보니 RNA가 기존에는 3종류가 있다고 하였던 것이 이제는 DNA을 전사한 mRNA에서 쓰레기는 버리고 필요한 유전자만 다시 짜 맞추는 작업 즉 스플라이싱하는 다듬는 sRNA가 첨가되어 4종류가 되었다.
물론 위와 같은 새로운 사실들은 인터넷과 인체 생물학 등의 책을 읽으면서 단편적으로 이미 알고 있었지만 체계적으로 알지는 못하였다가 이번에 최종 정리를 하는 거다. 그래서 이런 새로운 사실들을 모두 넣지는 못해도 쓸데없이 깊게 들어가서 나중에 혼란을 가져오지 않도록 글을 써야 할 것이기에 일단 적어도 세포학 책 3권은 정독하고 -세포의 삶-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그래서 7월 말까지 책을 출판하려던 계획을 미루어 8월에 책을 출판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그림은 어설퍼도 내가 그려서 넣을 생각이다. 적어도 오류 보다는 어설픈 것이 나을 것 같아서다.
오늘도 대장균과 젖당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에서 대장균은 분명히 원핵세포고 원핵세포는 DNA가 외줄인데 2중 나선으로 그리고 글까지도 이중나선이라고 써 놓았다. 잘 모르는 일반인이 보았다면 대장균도 진핵세포를 가진 우리처럼 2중나선의 DNA를 가지는 것으로 알 것이다. 이미 알고 있다면 그런대로 그 부분을 무시하고 지나가겠지만..... 내용이 오류투성이라도 예쁘게만 꾸미면 좋다는 사람도 있기는 하다. 이럴 때는 책을 이용가치가 있는 책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장식품으로 책장에 꽂아만 놓을 경우다. 그런 이유로, 나의 깜박 실수로, 블로그에 올라가는 내 글에 오류가 있을 때 그걸 지적해 주는 독자가 가장 반갑고 감사하다.
요즘 책을 읽으면서 아버지가 -과학은 종교 뒤를 따른다.-는 말씀이 자꾸만 생각난다. 나이가 들어가니 아버지가 말씀하신 개개인이 갖는 운명에 대해서도 수긍이 간다.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이 있고 노력하면 되는 사람이 있다. 나는 무신론자는 아니다. 나는 생각한다. 우주는 기氣로 차있고 기의 이합취산 離合聚散 에 의해서 삼라만상이 생겨나고 없어진다. 기가 모여 이理가 되고 이가 흩어져 기가 되며 이기가 우주를 순환한다고 믿는다. 옛 어른들이 말씀 하셨던 자연의 이치에 따라서 생활하려고 노력한다. 자연의 이치를 거스르면 환경파괴가 오고 환경파괴가 오면 내가 죽기 때문이다.
2013.07.09. 林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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