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 단숨소설
할머니가 텃밭에 쌓인 눈 속에서 길쭉하게 대롱 잎을 내어놓고 있는 대파의 밑동을 자르고 있다. 이웃집 유정이가 빠끔히 열린 대문을 조금 밀치자 대문에 매달아 놓은 종이 울린다. 허리를 굽히고 일하던 할머니가 한손에 대파를 한주먹 들고 일어서서 종소리 나는 대문으로 고개를 돌린다. 할머니와 유정이의 눈이 마주치고 둘은 환한 미소로 서로를 반긴다. 둘은 현관쪽으로 마주보며 걷는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그려. 유정이 오늘 도서관에 가지 않았어?
-지금 도서관에서 오는 거예요. 공부를 하다가 할머니에게 질문할 게 있어서요.
-그래 들어가자.
할머니가 앞장서서 현관 안으로 들어가고 뒤따라 유정이가 들어간다. 할머니는 부엌으로 가서 대파를 싱크대에 올려놓고 손을 씻은 후에 식탁 위의 귤을 작은 쟁반에 담아 들고 할머니 방으로 간다. 이집에서 할머니 방이 가장 따뜻하다. 남향이라 겨울엔 하루 종일 햇빛이 비춰서 태양방이라 부른다. 둘은 아랫목에 깔아 놓은 이불 속으로 발을 넣고 마주 앉는다. 유정이가 귤을 까서 할머니에게 주고 자기도 까먹는다.
-그래 어떤 질문?
-미토콘드리아에 대해서 궁금한 것이 많아요?
-무엇이 궁금한데?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에게서만 물려받아서 친자확인에도 이용된다고 해요.
왜 그래요?
-친자확인은 유전자 검사로 알아내고 유전자의 본체는 DNA. 미토콘드리아에는 독립된 DNA가 있어서 친자확인에 사용돼.
이제 고등학교 일학년인 유정이는 생물에 관심이 많다. 생물선생을 오랫동안 한 할머니에게 생물에 대해서 질문을 많이 한다. 할머니가 귤을 먹으면서 유정이를 한번 보고 미소를 짓고 말을 잇는다.
-난자와 정자가 수정을 할 때 정자는 머리만 들어간다는 것은 알지?
-네 정자가 만들어질 때 정세포의 DNA가 있는 핵은 머리를 만들고 세포질로 꼬리를 만든다고 배웠어요. 수정할 때는 머리만 들어가고 꼬리는 난자 밖에 남는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럼 미토콘드리아는 핵에 있어? 세포질에 있어?
-세포질에 있지요.
-정자의 세포질로 만들어진 꼬리는 난자 속으로 들어가지 않으니 아버지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자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지. 정자와 난자가 수정하면 수정란이 되니 수정란 속의 미토콘드리아는 난자 속에 있던 거지.
-네. 수정란 속의 세포질은 난자의 것이니까 어머니의 미토콘드리아지요.
-수정란이 발생하여 태아가 되어 태어나서 사람이 되고.
-그렇지요. 아기집에서 태아가 자라 태어나지요. 그런데 왜 친자 확인에 사용되어요?
-미토콘드리아에도 DNA가 있다.
-아하! 유전자 검사를 DNA로 하니까.
-그렇지. 보통 유전자 검사는 핵 속의 DNA로 하지. 그런데 핵 속의 DNA로 해도 불분명할 때는 미토콘드리아의 DNA를 뽑아서 유전자 검사를 해서 더 정확한 친자 확인을 한단다.
-알았어요? 그런데 핵 속의 DNA가 세포를 통솔한다고 배웠는데 세포질에 있는 미토콘드리아가 가진 DNA는 어떻게 활동해요?
-DNA는 자가복제 능력이 있어서 스스로 둘로 갈라져서 세포분열을 하게 하잖아. 세포분열을 하면 세포 수가 늘어나서 자라고. 너처럼 무럭무럭 자라잖아. 미토콘드리아의 DNA도 자기복제를 하고 분열을 하여 수가 늘어난단다.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 생산 공장이잖아요. 미토콘드리아 수가 많아지면 에너지가 많이 생산 되어 기운이 팔팔해지겠네요.
-그렇지. 그래서 일을 많이 하는 세포 속에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많고 일을 적게 하는 세포 속에는 미토콘드리아 수가 적단다. 일을 많이 하는 간세포 하나 속에는 3,000개나 들어있다고 하드라.
-와아! 대단해요.
-간이 하는 일이 500가지가 넘는다고 그러드라.
-우아! 굉장해요.
유정이 할머니를 빤히 바라보다가 빙긋이 웃으며
-노인들이 기운이 없는 건 미토콘드리아 수가 적어져서 일까요?
-그것도 여러가지 이유 중 하나겠지.
-그런데요. 미토콘드리아는 어떻게 에너지를 생산해요?
-먼저 미토콘드리아는 독립된 원시세포였는데 진핵세포가 세포질로 끌어들여서 함께 살게 되었단다. 그래서 세포처럼 DNA도 독립적으로 가지고 있고 분열도 해서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다 판단되면 스스로 수를 늘리지.
-진핵세포요?
-간단히 말해서 진핵세포란 핵막을 가지고 있는 세포를 말해. 세균은 핵막이 없어 원핵세포다.
-원핵세포와 진핵세포 들은 것 같은 기억이 어렵프시 나요? 그러니까 미토콘드리아가 원래는 독립된 세포였다는 말이지요.
-그렇다고 해. 미토콘드리아와 세포는 공생을 하고 있는 거야.
-어떻게 공생을 해요?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만들어 세포에게 주고, 세포는 미토콘드리아에게 필요한 양분과 산소를 주고 서로 돕는 거지.
-와! 미토콘드리아야 고맙다.
-그럼 이제 미토콘드리아가 어떻게 에너지를 만드나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우선 미토콘드리아 구조부터 말하면 겉으로 보면 타원형이란다. 절단해서 단면을 보면 막이 두 개다. 겉에 있는 외막은 그냥 매끄러운 편인데 내막은 구불구불해. 즉 이중막 구조지.
-왜 내막이 구불구불할까요?
-내막 안쪽에는 전자전달계가 있는데 이곳에서 ATP가 만들어지고 산소가 수소를 태워 물을 만들지. 이때 활성산소도 생기고. 여기에는 많은 효소들이 있다. 그래서 표면적을 넓히기 위해서 내막이 구불구불해졌을 거야. 참 내막 안쪽에 DNA도 있고 리보솜도 있다.
-단백질을 합성하는 리보솜이 있어요?
-그렇지. 미토콘드리아가 분열하여 수를 늘리려면 단백질이 있어야 하니까
-정말 세포와 공생한다는 말이 맞네요.
-외막과 내막 사이는 세포질과 같은 부분이다. 여기서 구연산회로가 돌아간다.
-구연산회로! TCA회로라고도 하지요.
-맞아! 구연산은 시트르산이지. TCA를 풀어쓰면 tricarboxylic acid다. 그리고 TCA는 구연산이 세 개의 카르복실기를 갖는 산이란 뜻이다.
-으흥! 첫 자를 따서 TCA라고 하였군요.
-맞아! 크렙스회로라는 말은 들어봤니?
-네. 구연산회로를 밝혀낸 사람 이름이지요.
-맞아!
-그런데요. 구연산회로가 복잡해서 외우기가 힘들어요.
-복잡하게 전체를 외우려니까 어렵지. 자 봐 구알숙 푸말옥 해봐.
-구알숙 푸말옥! 구알숙 푸말옥!
-이게 뭐예요?
-구연산회로가 돌아가면서 생기는 유기산 이름의 첫 자. 구는 구연산, 알은 알파케토글루탈산, 숙은 숙신산, 푸는 푸마르산, 말은 말산, 옥은 옥살초산. 어때 조금 쉽게 외워지지. 구알숙 푸말옥!
-구알숙 푸말옥!
할머니는 유정이가 눈을 지그시 감고 계속 구알숙 푸말옥을 되풀이해서 외우는 입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자 이제 우리가 숨을 쉬면 허파에서 혈액 속으로 산소가 들어가고 혈액 속의 이산화탄소가 허파 속으로 나오잖아?
묻는다. 유정이 눈을 번쩍 뜨고 할머니를 본다.
-네. 호흡할 때 산소가 들어가고 이산화탄소가 나오지요.
-혈액 속으로 들어간 산소가 어디로 가고 혈액에서 허파로 나오는 이산화탄소는 어디에서 생긴 건지 알고 있어?
-할머니! 아까 전자전달계에서 산소가 수소를 태워 물이 된다고 하셨잖아요. 우리가 마신 산소가 전자전달계로 가는 것 아닌가요?
-역시 넌 기억력이 좋아! 그래 맞아! 우리가 들숨으로 마신 산소는 미토콘드리아 속 전자전달계로 가고 우리가 날숨으로 내버리는 이산화탄소는 구연산회로에서 생긴단다.
-아하! 산소는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고, 이산화탄소는 미토콘드리아에서 생기고 우리가 호흡하는 목적이 바로 미토콘드리아를 위해서네요.
-맞아! 미토콘드리아는 에너지를 생산하니 호흡의 목적은 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다.
-정말 그러네요.
-오늘은 그만 하자.
-정리를 해 주세요.
-구연산회로는 에너지를 만들 재료를 만들고, 전자전달계는 구연산에서 만들어진 재료가 들어와 ATP를 만드는 원료가 되지. 자세한 것은 다음에 하자.
유정이 일어나 가방을 들다가 갑자기 생각 난듯이
-아참 할머니 드리려고 오다가 찐빵 샀는데 깜박했어요. 그런데 할머니는 왜 찐방을 좋아해요?
-찐빵은 효모로 만들고 효모에는 비타민이 8가지인가 있지. 많이는 질려서 싫어 딱 2개먹으면 돼.
-여기 딱 두 개예요. 식어서 쪄 드셔야겠어요.
-그래 그래. 다음엔 동권이랑 같이 오렴.
-할머니! 손자 보고 싶으세요?
-그래. 동권이도 공부해야지. 요즘은 동권이와 어울리지 않니?
-방학동안 따로 공부하기로 하였거든요.
-왜?
-그 동안 많이놀아서요. 내일은 같이 올 게요.
2013. 01.16. 林 光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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