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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는 잠자는 DNA를 깨운다.

임광자 2014. 1. 24. 14:55

봄비는 잠자는 DNA를 깨운다.

봄비는
잠자는 풀뿌리를 적시고,
낙엽 속에 파묻힌 씨앗을 품어 안고,
나무의 어린 가지에 보송보송 두터운
겨울옷을 입고 있는 겨울눈에게도
계속 떨어져서 그들의 무거운 옷을 부풀리어
그 속에 들어있는 잎과 꽃의 유전자들에게
잠에서 깨어나 세포분열을 열심히 해서
세상에 나오라고 어루만져 준다.
.
봄비에 젖어 들어
잠자던
식물의 이름을 가진 생명의 세포들은
잠에서 깨어나 봄비를 빨아들여
몸을 부풀리고
보호하던 디엔에이(DNA)를 부풀리어
생명의 설계도를 펼쳐
복제하고 또 복제하여
세포 수를 늘리고
새싹을 티우고
꽃 봉우리를 터트리고
봄의 향을! 향을! 봄 내음새를
바람에 흩날린다.
벌 나비를 깨우려고...
우리네 가슴을 설레게 하려고...
.
봄은 봄비로 무르익어간다.
봄빛으로 세상이 바뀌어진다.
봄비와 봄빛은
매일 매일 세상이란 도화지에
찬란한 그림을 그린다.
.
나도 봄비를 맞으면
새로워질까
마음은 새로워지는데
이 내 몸은
왜 그대로이나...
.
봄비야!
봄빛아!
내 몸 속에 스며들어
세포들이 가지고 있는
생명의 설계도를 세척해 주려므나.

DNA
세척해 주려므나.......

★십 년 전에 올렸던 글 다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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