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복(생생연) 이야기

남의 집에 오줌 눈 아버지와 오남매

임광자 2013. 6. 18. 21:18

남의 집에 오줌 눈 아버지와 오남매


오늘은 장날이다. 내 방에서 책을 읽는데 창밖에서 발소리가 들려 일어나 창밖을 보니 중절모를 쓴 모르는 할아버지가 생생연 동쪽 텃밭으로 들어가고 있다.

-할아버지! 거긴 뭐하러가세요?

-오줌 좀 누려고..

-화장실이 바로인데 왜 남의 텃밭에 오줌을 누어요?

-급해서 그래.

나는 길을 가리키며

-길 따라 저쪽으로 가면 바로 공중화장실 있어요!

-그냥 여기서 볼래.

-가세요! 거긴 들깨랑 호박이 심어져 있잖아요! 오줌 누면 죽어요!

 

할아버지가 돌아서 간다. 다시 읽던 책을 읽는데 느낌이 이상하다. 다시 창을 통해 길가 쪽을 보니 서북쪽 연못가 안쪽으로 들어가 서 있다. 이상하다 싶어 디카를 들고 현관문을 열고 나갔다. 할아버지는 연못가에 고추를 내밀고 소변을 보고 있다. 디카로 오줌 누는 할아버지 얼굴까지 사진을 찍었다.

-할아버지! 거기에 먹을 것 심어져 있잖아요. 이 길로 가면 바로 화장실 이예요. 빨리 가면 일분이고 느리게 걸어도 이분이면 화장실이에요.

-내가 여기 처음이라 그래.

-할아버지 사진 찍혔어요. 인터넷에 올려서 벌금 물게 할 거에요. 나이 들면 곱게 늙어요. 어디서 대낮에 고추 내놓고 남의 집에 들어와서 오줌을 싸요!

할아버지가 바지를 올려 입고는 팔을 들어 휘저으며

-내 아들 딸이 오남매여. 다 여기 주변에 살아!

-그래요 오남매가 대낮에 남의 집 들어와서 고추 내놓고 오줌 싸라고 시켰어요!

-급해서 좀 쌌는데 뭘 그려!

오히려 소리를 지르며 팔을 휘두르며 칠 태세다.

-조금만 가면 바로 화장실인데 왜 남의 집에 들어와서 심어 놓은 채소에 오줌을 누워요! 아들딸들이 그렇게 시켜요. 그 아버지에 그 아들딸들 이구만. 다 오라고 해요. 모두 신고해서 벌금 내게 할 테니까

몇 차례 험악한 소리가 오가고 그 할아버지가 가는 것을 보고 나는 내 방으로 들어왔다. 작년에도 어떤 할아버지가 호박 심어 놓은 구덩이에 오줌을 싸는 것을 보고 그러지 말라고 조심스럽게 말했더니 장날이면 와서는 그 짓을 하고 호박은 자라다 죽었다.

그 할아버지가 세 번째 왔을 때는 내가 언성을 높이며 길로 가는 뒤를 따라 가며 잔소리를 퍼부었다. 그 후로 오지 않았는데 이번엔 다른 할아버지가 와서 그 짓을 한다.

그런데 가관인 것은 자기 아들딸이 생생연 주변에 살고 있다는 거다. 대낮에 남의 집에 들어와서 고추 내놓고 소변을 누다 들켜서 잔소리 듣는 것이 아들딸과 무슨 상관인가 그게 궁금하다. 자기 잘못을 아들딸이 알까봐 부끄러워해야 하지 않는가?


내가 신문을 보고 있는데 한참 후에 창문으로 수군대는 목소리가 들린다. 그 쪽으로 귀를 기우리니 길 쪽에서 누군가가 할아버지와 대화하는 소리가 들린다.

-남의 집에 들어가서 오줌 눈 것은 잘못한 거예요.

어떤 아저씨의 목소리가 들린다.

-사과 하세요. 진짜 신고하면 벌금 물어요.

어떤 아주머니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할아버지가 자기 아들딸들에게 나를 일러 바쳤을까? 아들딸들이 온 것인가? 아니면 동네 사람이 나와 다투는 소리를 듣고 그 할아버지에게 잘못된 행동을 한 것이니 사과하라고 말하는 소리인가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나서 조금 후에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는데 무시했다. 대답이 없으니 현관문을 세게 계속 두드리는 소리가 들린다. 얼추! 그 영감탱이 아들딸 데리고 왔나! 생각하고 마음을 가다듬고 현관문을 여니 할아버지가 미소를 띠면서 혼자 서 있다.

-왜 왔어요?

-여기가 생활생물 연구소군요. 인체여행 강의도 하고 내가 잘못했어요. 사과할게요.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게요.

-할아버지가 고추 내놓고 오줌 싸는 것 얼굴까지 사진 찍은 것 내가 갖고 있어요. 그거 가지고 할아버지 신고하면 벌금 물어요. 그리고 인터넷에 올려 버리려고 했는데 할아버지가 사과했으니 할아버지 신고하지 않을 게요. 사진도 인터넷에 올리지 않을 게요. 다음부터는 아들딸에게 장에 오려면 화장실이 어디 있는지부터 물어서 알아놔요. 나도 칠십이 넘었지만 대낮에 남의 집 들어가서 오줌 싸지 않아요. 좋은 일에는 자식 자랑 하지만 나쁜 일에 자식 이야기 하면 자식 얼굴에 똥칠 하는 거예요.

-네 다시는 그러지 않을 겁니다.


노상방뇨하면 벌금 무는 제도 만들어준 국가에 감사한다. 그런 법이 없었다면 아무데나 대소변 누고도 뻣뻣하게 아무렇지 않게 활보하고 다닐 사람 많을 것이다.

 

전통시장에 화장실 가는 표시를 해 놓는다면 좋겠다.


2013.06.18.  林光子



사업자 정보 표시펼치기/접기
사업자 등록번호 : -- | TEL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