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당과정-구연산회로 : 단숨소설
해당과정-구연산회로 : 단숨소설
할머니가 신문을 보고 있는데 손전화가 울린다. 유정이 전화번호가 뜬다.
-나다.
-지금 동권이와 함께 할머니에게 가고 있어요.
-어디쯤 오고 있니?
-동권이 어릴 때 살던 집을 지나고 있어요.
-다 왔구나. 뭘 먹고 싶니?
-동권이가 할머니 드실 것 가지고 가요.
갑자기 전화기에서 동권이 목소리가 난다.
-할머니! 나야 할머니의 귀염둥이. 엄마가 할머니 밑반찬이랑 잡채랑 해 주셨어요. 대문 앞이에요.
할머니가 대문 앞으로 간다. 동권이와 유정이가 대문으로 들어선다. 할머니가 동권이 들고 있는 보따리를 함께 들려고 하자.
-할머니! 우리들 청춘이에요. 할머니 보다 기운이 더 세거든요.
동권이 말하고 오른손에 들었던 보따리를 왼손으로 바꿔든다.
할머니가 잡체를 세 개의 큰 접시 한쪽에 담고 옆에 밥을 담는다. 유정이와 동권이가 부엌으로 온다. 할머니 방에는 바퀴 달린 사각 통나무상이 있다. 이 상은 다용도 상이다. 밥상도 되었다가 책상도 되었다가 노트북 책상도 된다.
-너희들 각자 먹을 접시를 내방 상에 갖다 놓거라.
동권이는 잡채 접시 두 개를 양 손에 각각 들고 유정이는 잡채 접시 하나와 과일접시 하나를 들고 방으로 들어간다. 할머니는 젓가락과 수저 각각 세 개를 들고 뒤따른다.
밥상에 앉아 있는 두 사람을 할머니는 대견스럽게 처다 보면서
할머니-너희들 이 방에서 나란히 누워서 젖 먹고 자랐다.
유정-지금도 엄마가 할머니 은혜 잊으면 가만 안 둔다고 그러셔요.
동권-그래서 이사 갈 때 내가 많이 울었지요. 유정이와 헤어진다고. 다행이 같은 유치원에 다녀서 아침이면 유정이 보러간다고 일찍 유치원에 갔지요.
할머니-유치원 끝나면 둘이 여기 와서 놀았잖아.
유정-그 때 할머니가 이야기 많이 해 주셨지요. 그 때 들은 이야기가 바로 공부하는데 도움이 되었어요.
할머니-오늘은 무슨 이야기가 듣고 싶니?
동권-아까 보따리 들고 오는데 무겁더라고요. 기운이 어떻게 생기는지 알고 싶어요.
유정-저도요. 그게 궁금해요.
할머니가 둘을 보고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할머니- 밥을 먹었지. 밥 속에 있는 녹말은 탄수화물 다당류다. 다당류는 세포가 커서 못 먹으니까 소장에서 탄수화물 단당류인 포도당으로 소화시켜 소장 벽의 모세혈관에서 흡수되어 간으로 간다. 간에서 인슐린이 들어오는 포도당을 줄줄이 꿰어서 탄수화물 다당류인 글리코겐으로 만든다. 포도당은 물에 녹으면 끈적끈적 좋지 않아. 그래서 식물은 포도당을 구슬을 꿰듯이 꿰어서 녹말로 만들고 우리는 글리코겐으로 만들어. 왜 간에서 포도당으로 글리코겐을 만들어 저장하느냐면 식후에는 많은 포도당이 간으로 들어온다. 포도당이 혈액에 녹으면 혈당이야. 혈당이 높아지겠지. 혈당이 높아지면 당뇨병이 오겠지. 혈당이 계속 높으면 혈액이 끈적거려서 혈액순환도 안 되고 여러 합병증이 생겨. 그래서 인슐린이 물에 녹지 않는 글리코겐으로 만들어 저장하고 간은 혈당이 0.1%가 되도록 조금씩 내보내. 혈당이 세포가 사는 조직액 속의 모세혈관을 흐를 때 산소와 포도당이 조직액으로 들어가. 세포는 조직액으로 둘러싸여서 살아가. 조직액 속의 포도당과 산소는 세포 속으로 들어가는데 포도당은 안내자가 있어야 잘 들어간다. 포도당의 안내자는 인슐린이야. 물론 다른 영양소들도 세포 속으로 들어간다. 세포는 세포막으로 싸여있는데 아무거나 막 들어갈 수 없다. 세포막은 세포에게 필요한 물질을 골라서 흡수한다. 어떻게 고르냐하면 세포막은 이중의 인지질 층으로 되었는데 여기저기 단백질로 된 영양소의 터널이 있고 각 터널에는 각 영양소에 맞는 수용체가 있어서 수용체에 붙을 수 있는 영양소만 흡수한다. 그러나 인슐린이 부족한 당뇨병 환자들이 운동을 하면 혈당이 떨어지는 걸 보면 농도 차이에 의한 확산운동으로도 들어가는 것 같다.
할머니가 말을 멈추고 물을 마신다. 이들은 그 동안 이야기 하면서 식사를 다 끝냈다. 유정이와 동권이가 얼른 일어나 밥상을 치운다. 그리고 할머니 노트를 가져온다. 할머니는 노트를 펼치고 삼색 볼펜을 들고 오늘 날짜를 쓰고 커다랗게 둥근 원을 그리고 둘을 향하여 말을 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세포다.
할머니가 둥근 원의 한편에 작은 원을 그리고
-이것이 핵이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을 가르키며
-여긴 세포질.
세포질이라고 쓴 옆에 다시 타원형을 그리고 안에 다시 구불구불 선을 그린다.
-이건 미토콘드리아다. 매끈한 바깥 막을 가리키며
-이건 외막.
안쪽의 구불구불한 막을 가리키며
-이건 내막. 구불구불해서 크리스테라고도 부른다.
세포질에
-해당과정-이라고 쓴다.
미토콘드리아 외막과 내막 사이에
-구연산회로-라고 쓴다.
내막 안쪽에
-전자전달계-라고 쓴다.
유정-할머니 어제 미토콘드리아 배우면서 구연산회로와 전자전달계 이야기도 조금 하셨지요.
동권-나도 구연산회로와 전자전달계는 대충 알아.
할머니- 그래 자세한 것은 나중에 하고 오늘은 가단하게 배울 거다. 처음부터 깊이 배우면 어렵다. 차근차근 깊이를 파고 들어가야 쉽게 기억에 남아.
유정-구연산회로를 돌아가는 유기산 이름을 -구알숙 푸말옥-이라고 외우라고 하셨지요. 지금도 외우고 있어요. 구알숙 푸말옥-.
동권-구알숙 푸말옥, 그렇구나 구연산회로를 돌아가는 유기산의 첫 자를 따서 외웠구나.
할머니-그렇다. 자 설명 들어간다
둘은 할머니가 연필로 지적하고 있는 노트의 그림을 응시한다.
할머니-세포는 무기호흡과 유기호흡으로 에너지를 생산한다. 무기호흡은 산소 없이 일어나며 세포질에서 하나의 포도당이 두 개의 피루브산으로 나누어지는 과정을 말한다. 이 과정을 포도당 즉 당이 분해되는 과정이라 해서 해당과정이라 한다. 포도당이 피루브산으로 분해될 적에 수소와 두 개의 ATP가 생산된다. ATP는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 현금이다. 포도당은 너무 큰 에너지 덩어리라 소소하게 사용하기가 어려워서 세포는 ATP로 바꿔 놓아 사용한단다. 우리에게 큰 수표가 있다면 사용하기 힘들겠지 그래서 만 원짜리로 바꾸어 놓는 거와 같다. 그런데 문제는 산소가 세포 속으로 들어오지 않으면 해당과정에서 떨어진 수소가 다시 피루브산과 결합하여 젖산이 된단다. 젖산은 피로물질이야. 세포 속에 젖산이 많아지면 피로해서 그냥 쉬고 싶단다. 갑자기오래 걸으면 장단지가 탱탱하게 되고 피로하고 더 이상걷기싫지. 그건 바로 장단지 속에 젖산이 많이 쌓여서 그렇단다. 쉬면 젖산은 혈액에 녹아 간으로 가서 포도당으로 다시 합성된단다. 그래서 피로할 때 혈액순환 잘되게 씻고 푹 자고 나면 피로가 풀리지. 여기까지 질문 있나?
유정-난 많이 걸으면 장단지가 며칠이 가야 안 아파요.
동권-그건 니가 운동을 덜해서 그래 나처럼 많이 걸으면 근육이 발달하여 많이 걸어도 덜 피로하다.
유정-많이 걸으면 장단지에 알통 생기지 않아.
동권-알통 생기고 건강한 것이 더 좋지.
유정-할머니 장단지 알통 속에는 뭐가 있어요?
할머니-그건 근육덩어리다. 근육 속에는 글리코겐과 산소가 저장된다. 그래서 근육이 발달한 운동선수들은 오래도록 뛰어도 숨도 차지 않고 지치지도 않잖아. 움직이면 근육이 발달하고 지방살이 빠지고 움직이지 않으면 근육이 작아지고 지방살이 커진다.
유정-앞으로는 걷기를 열심히 해야겠네요. 그래서 할머니는 텃밭 가꾸기를 열심히 하시는군요.
할머니-텃밭 가꾸기는 전신운동일일뿐만 아니라 싱싱한 무공해 채소를 먹어서 좋고 공기 중에 산소가 많아져서 좋고 생명이 자라는 것을 보면 정신이 맑아져서 좋다.
할머니가 유정이를 보면서 빙긋이 웃는다. 유정이는 할머니를 보고 방긋 웃는다.
할머니-다시 시작이다. 구연산회로를 TCA회로라고도 부른다고 하였지.
동권-TCA는 트리카복실릭 애시드의 약자지요. 즉 카복실기가 3개 있는 산이에요.
유정-너도 알고 있었어. 난 어제 배웠는데...
동권-네가 어제 밤에 전화로 가르쳐 주었잖아.
유정-와! 그걸 외우고 있었네. 나는 누군가에게 배운 것을 다시 말하면 내가 외워지거든 그래서 너한테 이야기 했는데 너도 외웠네.
할머니- 자 여기를 봐!
할머니가 둘을 보고 말한다.
-세포 속에 산소가 있을 때 해당과정에서 생긴 수소와 피루브산이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간다. 그래서 미토콘드리아에서의 호흡을 유기호흡이라고 한다. 그래서 산소가 많으면 젖산이 생기지 않아서 피로하지 않다.
할머니가 미토콘드리아를 연필심으로 가리킨다.
-여기 외막과 내막 사이에 많은 탈수소효소와 탈탄산효소가 있다. 탈수소 효소는 기질에서 수소를 빼앗아 오는 효소고, 탈탄산효소는 기질에서 이산화탄소를 빼내는 효소다.
할머니의 노트에 그림이 그려져 있다.
할머니-그림을 보렴. 너희들은 앞으로 생물을 선택할 지 몰라서 좀 복잡한 그림을 그렸다. 여기 동그라미 오른쪽 위를 보면 구연산 구조식이 나온다. 구연산은 -COOH를 3개 가지고 있지. 바로 이 -COOH가 카복실기야. 그래서 3개의 칼복실기를 가진 산 즉 tricarboxylic acid이라고 해서 첫자를 따서 TCA회로라고 하는 거야. 탈수소효소에는 NAD와 FAD가 있다. NAD가 수소를 가지면 NADH2가 되고, FAD가 수소를 갖게 되면 FADH2가 되는 거야. NADH2와 FADH2가 전자전달계로 넘어간다. 즉 탈수소효소가 수소를 짊어지고 전자전달계로 가는 거야.
유정-어제는 구알숙 푸말옥으로만 외웠는데 그림에서 보니 구연산과 알파글루탈산 사이에 이소구연산이 있네.
할머니-다음에 그림을 그릴때는 이소구연산을 빼야겠다. 간단하게 그리면 요래.
동권-구연산은 알파케토글루탈산으로 되고. 다시 숙신산이 되고, 푸마르산이 되고, 말산이 되고, 말산은 옥살초산이 되네요. 구조식이 있는 것이 더 좋네요.
할머니-구연산 회로는 구연산에서 시작하여 옥살초산으로 끝나지. 따라서 외막과 내막 사이의 기질에는 언제나 옥살초산이 있다. 옥살초산은 탄소를 4개 갖고 구연산은 6개를 갖지. 옥살초산이 구연산으로 되려면 탄수 2개를 가진 활성초산과 결합을 해야 해.
동권-이산화탄소는 혈액에 녹아서 또는 적혈구 속으로 들어가 혈액 따라 허파로 가서 날숨 때 대기 중으로 나가지요. 수소는 탈수소효소에 업혀서 전자전달계로 가고요.
할머니-동권이 공부 많이 했네.
동권-실은 어제 유정이가 할머니한테 가서 구연산회로와 전자전달계를 배운다고 해서 공부하였어요.
유정이 입을 삐쭉 내민다.
유정-나는 어제 드라마 보았는데.
유정이 쑥스러워한다. 그런 유정이를 할머니와 동권이 귀엽다는 듯이 보며 미소 짓는다.
할머니-여기 집중! 자 세포질에서 해당과정으로 생긴 탄소 3개를 갖는 피루브산이 산소가 있을 때 미토콘드리아로 들어가서 탈탄산효소와 탈수소효소의 습격을 받고 탄소가 2개인 활성초산이 된다. 호시탐탐 구연산이 되어 회로를 힘차게 달리고 싶은 탄소 4개를 갖는 옥살초산이 활성초산에게 다가와 둘이 결합하여 탄소 6개를 갖는 구연산이 된다. 구연산이 되면 자동으로 빙글빙글 돌면서 탈탄산효소와 탈수소효소의 습격을 받고 이산화탄소와 수소를 내어놓고 옥살초산이 된다.
동권-옥살초산은 구연산이 되는 것이 꿈인가 봐요?
할머니-구연산이 되어야 ATP를 만들 재료를 만드니까. ATP가 있어야 세포들이 살아가고. 마치 부모들이 자식을 키우기 위해서 열심히 돈을 버는 것과도 같아.
유정-할머니 목 아프시겠어요.
할머니- 맞아 오늘은 그만하고 내일 다시 와라. 전자전달계를 설명해 줄 게.
동권아! 엄마한테 고맙다고 그래라. 잘 먹겠다고.
유정-우리 집에 대봉홍시 있는데 내일 가져 올 게요.
할머니가 양손에 둘의 손을 하나씩 잡고 대문으로 나간다.
2013.01.17. 林 光子
★독자들 중에 혹시 학생들도 있을 것 같아서 구연산회로의 유기산들의 구조식을 넣었는데 일반인은 그냥 넘어가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