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구멍을 따라갔더니 맑은 물이 졸졸
쥐구멍을 따라갔더니 맑은 물이 졸졸
지금은 마늘 밭이고 은행나무가 살고 있는 곳은 주변 보다 낮은데 아무리 비가와도 잘 빠졌다. 빗물이 빠지는 곳을 보니 구멍이 있다. 가만 가만 살피는데 그 속에서 커다란 쥐가 불쑥 튀어나와서 나를 보더니 쏜살같이 휑하고 도망친다. 진순이가 있을 때는 고양이가 얼씬 거리지 못하지만 묶여있는 진순이가 멀리 오지 못한다는 것을 알기라도 하듯 쥐들이 득시글거렸다. 진순이가 이웃집 개가 앞에 와서 얼씬 거리는 것을 보고는 줄을 풀고 가서 목을 물어 죽여 버렸다. 그 다음날 진순이를 다른 사람에게 넘겼다. 진순이가 없어지자 별의별 색깔의 고양이가 어슬렁거리며 생생연을 맴돈다. 생생연은 시장통 중에서도 바로 옆이다. 시장에는 생선가게가 많고 고양이가 많다. 덕분에 쥐들은 적다. 고양이가 생생연에 어슬렁거리고 배회를 하자 쥐들이 없어졌다.
어제다. 쥐구멍을 따라 파들어 가면 복개가 된 도랑으로 통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더군다나 집을 지을 때 벽돌을 이층으로 올리는 5톤짜리 크레인 차가 도랑 위를 지나려다가 앞바퀴가 도랑 속에 빠지는 사건이 있었다. 복개 할 때 사용된 콘크리트 통이 5톤 크레인 차의 무게를 견뎌내지 못한 것이다. 그 때 파손된 도랑 구멍에 각목을 걸치고 두꺼운 베니아를 여러 겹 놓고 그 위에 헌집에서 걷어낸 비닐 장판을 깔고 그 위에 자갈과 모래를 올리고 그곳에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서 콘크리트로 포장을 했다.
쥐구멍을 따라 파 들어가니 그 때 파손된 도랑이 나온다. 각목과 그 위를 덮었던 베니아판 그리고 비닐장판 조각이 나온다. 그걸 보는 순간 나는 그냥
-하느님 감사 합니다. 항상 제가 원하는 방향으로 인도해 주셔서 감사 합니다.
라고 되뇌고 되뇌었다.
받아 놓은 빗물이 다 떨어져가고 비는 오지 않아서 연못에 보충할 물이 부족하였는데 이렇게 좋은 물을 보니 너무 좋다.
이곳이 바로 집 지을 때 부서진 곳이다.
그 때 구멍 위를 매꾸기 위해 사용한 각목도 베니아판도 푹 썩어서
거름이나 되라고 그냥 손으로 떼어서 여기 저기 놓아두었다.
바닥은 모래이고 물은 맑다.
하수관거 공사로 오물과 하수를 도랑으로 버리지 않아서
물이 깨끗하다.
그러나 물고기는 한마리도 없다.
마늘 밭쪽은 낮게 파서 계단처럼 만들어
내려가서 자루가 긴 바가지로 물을 길어서 밭에 주었다.
은행나무가 크게 자라 그늘이 되고
도랑에서 서늘한 바람 불면 아무리 더워도 시원할 거다.
베니아판과 콘크리트 사이에는 자갈과 모래를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파내서 강의실 부엌 바닥 돋는데 사용한다.
만약에 이번에 썩은 베니다판과 각목을 떼어내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면 언제가는 도랑으로 떨어져
물길을 막았을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오늘은 콘크리트를 정으로 때려떼어내고
구멍을 더 넓히고 베니다판과 썩은 각목을 잘라내었다.
구멍이 시원하게 커졌다.
바닥은 완전 모래인데 베니다판과 각목을 떼어내면서
그 부수러기가 바닥에 떨어져 거뭇거뭇 보인다.
참 저기 호스는 아주 길어서 꺼내기가 힘들다
시간 나면 잘라서 꺼내야겠다.
며칠 후에 비가 온다고 해서 만들어 놓은 계단의
흙이 유실되어 망가지지 않도록 일단 시멘트를 발랐다.
여기 앉아 있으면 아주 서늘하다.
윗쪽은 아주 두꺼운 콘크리트다.
이곳은 밭쪽 보다 높다.
지나다가 떨어지지 말라고 오늘 둑을 만들었다.
두레박을 만들어 이곳에서 물을 길으면 참 편할 것 같다.
두레박으로 물을 길어 올린다는 생각만 해도 추억이 되살아난다.
어릴 적 우리 집에는 울안에 3m푹의 농수로가 있었다. 남쪽으로는 논이 남정리까지 뻗어있었다. 그 넓은 논에 물을 대는 농수로였다. 노동저수지에서 물을 보내서 모심을 적에는 저수지의 물고기가 함께 와서 물고기를 잡는 재미가 솔솔했다. 홍수가 지면 흙탕물이 넘실거리고 어쩔 때는 넘쳐 마당과 토방까지 덮쳤다. 도랑 뚝 위까지 물이 흘러가면 별의별 것이 다 떠내려가고 무서웠다. 돼지도 닭도 떠내려갔다. 물살이 엄청 세고 빨랐다. 큰비가 오고나면 떠내려갔던 물고기들이 거슬러 떼 지어 올라왔다. 그러면 물고기들이 올라가는 가장자리에 대나무 바구니를 바닥에 대고 송사리가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들어오면 얼른 바구니를 들어 잡았다. 송사리를 많이 잡았는데 송사리 떼 중에서 한 마리가 먼저 와서 바구니 속으로 들어와서 휘둘러보고는 간다. 그리고 떼가 몰려온다. 즉 리터가 잘못 인도한 거다. 리더가 바구니 속을 둘러보고 갔는데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아서 위쪽을 보면 송사리 떼가 지나는 것이 보인다. 리더를 제대로 둔 거다.
도랑 위에는 포도나무 덕이 있어서 물고기 잡다가 포도를 따서 먹었다. 논 쪽의 둑에는 탱자나무 울타리였다. 그 때 우리 집에는 과일나무가 13나무가 앞 뒤 옆으로 둘러싸고 있고 대문을 열면 화단에는 여러 꽃들이 봄부터 가을까지 만발하였다. 그 추억 때문일까 고향집에 와서 나는 탱자나무를 울타리로 심고 여러 종류의 과일나무를 심고 텃밭을 일구고 포도나무를 심었다. 이제 도랑을 우물처럼 사용하려고 한다. 생생연 텃밭과 연못은 자연수를 먹고 자라서 마음이 참 좋다. 수돗물은 인공물이고 생태계에서는 환영받지 못하는 물이다.
옛날엔 주변이 논이어서 농수로였지만 지금은 아파트와 전통시장 주차장이 되어서 저수지 물이 지나지 않아서 그냥 도랑으로 남은 곳의 땅이 생생연 지을 때 경계측량을 하고 보니 우리 땅이다. 우리 땅에 만들어진 농수로는 폭이 3m였지만 원래 농수로가 있을 국가 땅은 1.5로 논이었던 남의 땅에 있었다. 지금은 생생연으로 들어와 있다. 그리고 옛날에는 지대가 낮아서 홍수가 나면 농수로의 물이 넘쳐서 수해가 많아서 주변을 돋아서 지대가 높아졌다. 물론 생생연 땅도 많이 높였다. 때문에 현재의 도랑은 지대 보다 훨씬 아래에 있다. 뭐 그래도 지금 물이 깨끗하니 참 좋다.
2012.05.12
어제(13일) 텃밭의 흙이 빗물 따라 도랑으로 들어갈까 보아서
도랑 주변에 대충 시멘트를 발랐다.
미끄러질끼버이사 거칠게 바라서 미장을 하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
도랑이라 하기에는 좀 크고 냇가라 하기에는 좀 작다.
어제 옛날 물건까지 다 가지고 있는 단골 가게에 가서
두레박을 샀다.
두레박에 줄을 메다는 철사가 없어서 1,000원에 샀다.
옆방 아저씨가 바게쓰에 달았던 손잡이 철사를 갖다주니
저렇게 만들어 주었다.
두레박질 하기 참 재미있다.
두레박은 가볍다.
물을 길어 올리는데 하나도 힘이 들지 않는다.
요즘 송화가루 때문에 물이 혼탁하다고 이웃 아주머니는 말한다.
2012.05.14. 林 光子